GTD 프로세스 실전 단계를 실제 사례와 함께 볼까요?
백전백승 GTD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GTD는 환경을 알고,
내 상황을 아는, 2개의 사이클을 가집니다.
외부 정보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단계(지피)와
정리한 정보를 검토하고 행동하는 단계(지기)죠.
GTD 프로세스를 5단계로 묶기는 하지만,
정확히는 2개의 사이클이며, 각 단계는 따로 진행해도 됩니다.
이번 시간에는 외부 요소를 파악하고 정리하는
수집 → 정리 단계를 먼저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실제 수집 → 정리 예시들도
아래쪽에 정리해 두었으니,
같이 보시면 좀 더 이해가 쉬우실 것 같습니다.
수집 대상은 Stuff는 내 속에서 '포획(Capture)'되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요소를 의미합니다.
의식적으로 수집한 것들 뿐만 아니라,
그 외에 내 머릿속을 굴러다니는 모든 요소가
수집 대상이자, Stuff입니다.
수집할 때는 '내 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하나'라도
포획해서 비워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물과 같은 마음'이 유지되니까요.
그래서 제 캡처 대상 = Stuff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직접 캡처한 내용뿐만 아니라, 대화 중 기억에 남은 내용이나,
길 가다가 우연히 찍은 사진, 카톡, 브런치 댓글 등등
GTD 프로세스를 적용해야 할 대상이라면 그건 Stuff가 됩니다.
대략 분류하면 아래 정도 느낌입니다.
프로젝트 자료
아이디어
참고자료
할 일
하고 싶은 일(아마도/언젠가)
의문 사항
독서 노트
제가 주로 쓰는 주요 수집 툴은 몇 번씩 소개한 구글 킵입니다.
스마트폰 위젯으로 접근하기도 좋고, 빨리 실행됩니다.
웹앱이라 옵시디언 측면에 띄워보기도 좋습니다.
GTD 수집의 목적은 수집 그 자체가 아닙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함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무언가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해 요소'를 나중에 한 번에 처리하도록 모아두는 것이죠.
작업 중에 '업무 요청 카톡'이 왔다면,
하던 작업을 중지하고 받은 요청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수집함'에 치워두고 지금 하는 일에 계속 집중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모아둔 요소는 내가 집중하고 있는 할 일을 마무리하거나,
잠시 숨 돌릴 때, '파악하기' 단계에서 처리합니다.
수집을 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들 수 있습니다.
제 수집의 기준은 '그게 무엇인가?'보다는
'내가 30초 안에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즉, 아무리 고급 정보도 내가 쉽게 찾을 수 있으면 딱히 따로 수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이 늘어나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봅시다.
1:1 업무용 카톡의 경우, 어차피 다시 찾아보기 쉽습니다.
가장 최근 대화가 내가 처리해야 할 Stuff 일 테니까요.
이럴 경우 따로 수집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파악하기&정리하기' 단계에서 그냥 카톡방을 확인합니다.
단톡방에서 내가 참고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경우,
나중에 다시 찾으려고 하면 굉장히 힘들어질 겁니다.
다른 대화에 파묻혀버릴 거니까요. 이런 내용은 찾기 쉽도록 바로 수집합니다.
GTD의 두 번째 단계는 파악하기는 '판단'의 영역입니다.
GTD에서는 어떻게 판단하면 좋은지 설명을 하고 있으며, 저 역시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쓰레기: 머리를 식히고 보니 별 도움 안 되는 거면 바로 지웁니다. 뭔지 기억이 안나도 지웁니다.
2 분룰: 2분 만에 해치울만하면, 해치우고 잊습니다.
나중에 참고할 요소인가?
단순할 일인가? 아니면 특정 프로젝트에 속해 있나?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인가? (언젠가 / 아마도)
특정 날짜에 기록해 두고 잊으면 될까?
GTD를 처음 접하게 되면, 망치를 처음 든 사람처럼,
프로젝트를 2분 단위로 잘게 나눈 다음(....)
'파악하기' 단계에서 모두 처리하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러지 마세요.
'파악하기'의 '2 분룰'은 지금 해치우고 잊을만한 것들,
머리를 딱히 쓰지 않아도 되는 것만 처리하면 됩니다.
제2 분룰 적용 대상은 아래 같은 것들입니다.
간단한 안부 카톡 답변
이미 여러 번 답변해 본 내용의 문의 사항 답변
책상 위 돌아다니는 휴지나 과자 봉지 쓰레기통에 버리기
빈 물 컵에 물 채우기
제목만 봐도 광고인 이메일 지우기
이런 요소들은 정말 별 것 아니기에, '그까짓 거 나중에 하지'라고 미뤄두기 쉽습니다.
하지만 남겨두면 등 뒤의 적처럼 계속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고,
거대해지는 것들이라 보이는 대로 처리하는 게 좋습니다.
정리하기의 목적은 내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손을 뻗어 필요한 것을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리하기는 단순히 '배치하는 것'이상으로 중요하며,
하는 업무에 따라, 다루는 요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각자만의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할 일 같은 정보가 있고,
정보를 보관할 장소도 상황에 맞게 고민해야 하고,
흩어진 Stuff를 하나로 모으거나,
반대로 하나의 Stuff를 따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항목도 그렇지만,
정리하기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GTD 생산성은 올라가게 됩니다.
정리하기의 중심은 '신뢰'입니다.
내가 손을 뻗었을 때 없으면 신뢰가 깨지게 됩니다.
신뢰를 할 수 있다면, 그 외의 요소는 사실 크게 상관없습니다.
목수가 일할 때라면, 허리 벨트가 적절한 정리 장소일 것입니다.
지붕 위에서라도 언제든 허리로 손을 뻗어
망치와 못, 줄자를 집을 수 있을 테니까요.
창고 관리자나 도서관 관리자라면
분류 체계를 명확히 지켜가며 책과 물건을 정리해야겠죠.
그래야 나중에 찾기 쉬울 테니까요.
티아고 포르테의 P.A.R.A에서 프로젝트 별로
자료를 정리하라는 내용도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작업할 때 폴더 하나만 관리할 때가
가장 빨리 손을 뻗어 잡을 수 있는 방식일 테니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리하기 공간을 통합 앱으로 합치려고 애쓰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별개의 앱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통합 앱으로 합치는 것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편하다고 식탁을 화장실에 놓거나,
부엌 싱크대 위에 노트북을 올리고 작업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입니다.
명확히 격리되어야 하는 환경이 뒤섞이게 되고,
그걸 분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귀찮은 일이 됩니다.
차라리 상황별로 격리할 수 있는 앱을 별도로 사용하세요.
저는 아래와 같은 다른 상황별 다른 앱을 사용합니다.
와이프님과의 일정 공유해야 할 때: Todoist
인터넷에서 살 것들: 책, 음식 쇼핑 앱 장바구니
가족사진: 구글 포토에 앨범
개인 일정: Todoslash 방식의 하드 폴더
통합 앱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여러 앱에 정보가 분산되어 있을 경우
찾기 힘들다는 문제일 것입니다.
이런 분산된 앱 정보는 '검토하기 단계'에서
'체크리스트'를 통해 빠짐없이 파악하게 됩니다.
수집에서 정리하기까지 제가 실제로 진행한 과정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서점에 들르면, 평소에 안 보던 서가를 돌아보며, 이런저런 메모를 합니다.
이 날도 서점에 들렀다가 관심 있는 책을 5권 정도 구글 keep에 정리했습니다.
메모 아래에는 책 표지 디자인들 추세가 어떤지 체크한 내용도 있군요.
이처럼 서로 다른 수집거리라도 '서점나들이'라는 같은 주제로 묶어어 수집하면
나중에 정리하기가 편해집니다.
이 메모에는 2가지 정보가 섞여 있습니다. 파악하셨나요?
살 책 리스트 (행동 필요 = 할 일)
최근 책 표지 스타일 확인 (정리만 하면 됨)
당연히 둘은 분리해서 정리해야 합니다.
우선, 살 책 리스트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할 일 앱?
어디에 정리할지를 결정하려면
먼저 '내가 어떤 상황에 필요할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정보는 '책을 살 때' 외에는 볼 필요가 없는 정보입니다.
그래서, 책을 사는 상황 이외에는 '보이지 않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리스트는 리디 X스와 그래 24 장바구니로 직행합니다.
제가 책을 살 때는 이 두 군데를 이용하니까요.
먼저 리디를 살펴보고, 전자책으로 나와있지 않으면,
그래 24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두면 평소에는 신경 끄고 있다가,
제가 책을 사야 할 '상황'일 때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반면, 최근 책 표지를 검토한 부분은
제가 'PDF독립출판을 해보고 싶어'의 욕망에서 정리한 부분입니다.
이건 나중에 독립출판을 위한 참고자료이므로 제텔카스텐에 정리합니다.
아래처럼 참고 이미지 등을 추가해 메모를 구체화합니다.
이 메모는 '독립출판' 근처에 배치하였습니다.
언젠가 독립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주변 메모들과 함께 유용하게 사용되겠지요
이 예시는 아래처럼 하나의 메모가 분리되어 전혀 별개의 장소에 정리된 경우입니다.
출판사에서 카톡으로 PDF파일을 보낸 다음, 전화요청이 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외부라 PDF를 읽을 수 없는 상황이라
다음날 전화한다고 이야기하고 마무리하였습니다.
이 대화 내용은 '집필 프로젝트'에 포함된 두 가지 이슈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PDF파일, 그리고 다음날 전화 약속입니다.
다음날 하위 프로젝트(할 일)로 'XXX님에게 전화하기'가 추가됩니다.
프로젝트(할 일)는 아래처럼 MD파일형태로 정리되었습니다.
저는 TODO 폴더에 MD파일로 이러한 하위 프로젝트(할 일)를 관리합니다.
TODO폴더 관리는 TodoSlash 글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labica/100
카톡으로 받은 파일의 경우 제가 '행동'할 요소는 아니며,
한 번 읽어보면 되므로, '참고자료'에 속합니다.
'집필 프로젝트 폴더'안, 'REFERENCEs' 폴더에 날짜와 함께 추가하였습니다.
출판사와의 카톡 대화는 아래와 같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반면, 두 가지 수집자료(Stuff)를 하나로 합쳐서 정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물관에 들린 다음, 박물관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였습니다.
동일한 박물관에서 수집한 내용이지만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은 구글포토로,
보고 느낀 점과 의문 점 등은 구글킵으로 수집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어떻게 정리될까요?
우선 '파악하기' 단계에서, 민속박물관 사진만 모아서 앨범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2분 안에 처리가능하기도 하고, 해두면 나중에 확실히 찾기 편해지니까요.
그 뒤 구글 킵 메모를 지식 메모(제텔)로 바꿉니다.
메모에는 오늘 찍은 관련 사진과 함께 '너의 이름에 나왔던 것 같다.'
부분도 자료를 구글링 하여 더 정확히 보완하였습니다.
실제로 너의 이름에 나왔던 도구랑 비슷한 물건이더라고요.ㅇㅁㅇ!!
그것의 이름이 쿠미히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식이 늘었어요~
메모는 정리한 다음 제텔카스텐 '전통문화' 클러스터에 추가하였습니다.
가장 관련 있는 메모를 찾다가 '별전열쇠패'에 매듭 장식이 달려있기 때문에 관련이 있는 바로 아래에 배치했습니다.
지금까지 GTD 프로세스의 수집 → 정리 단계를
제 실제 사례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수집하기는 지금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게 치워두고, 나중에 다시 찾기 위함입니다.
파악하기의 2분 룰은 자잘한 것들을 더 커지지 않도록 치우는 용도입니다.
정리하기는 내가 쓰기 편하도록 배치해 두는 것이 목적이며, 사람마다 다릅니다.
나름대로 실제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는데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다음 시간에는 실전 편 마지막 단계로 내 상황을 검토하고, 실행하는 후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