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의 정의와 그에 대한 3종류 해석
제텔은 제텔카스텐의 기본 구조이다. 제텔은 독일어로 '종이조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니클라스 루만이 사용하던 3x5 정도 크기의 얇은 메모 조각으로 비유된다.
제텔카스텐은 가장 단순한 지식 구조인 제텔을 연결해 네트워크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지식을 정리, 강화하며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 낸다.
제텔은 제텔카스텐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사실상 전부다.
제텔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정의하고, 해석하며, 분류한다. 현재도 그 정의는 토론과 개선 등을 통해 활발하게 진화하고 있다.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해석은 3가지 정도다.
숀케 아렌스의 제텔 분류
Zettelkasten.de(샤샤)의 정의
니클라스 루만의 해석
숀케 아렌스는 제텔카스텐(도서)에서 제텔을 용도와 구조에 따라 나누어 설명한다.
임시 노트(용도) - 빠르게 떠오른 생각을 캡처하는 용도의 노트. 영구 노트로 바꾸면 제거한다. 사실상 대부분 사람들이 쌓아놓고 들여다보지 않는 메모들이 이것들이다.
문헌 노트(구조) - 책 등을 읽고 제작되는 노트. 나의 생각으로 한번 정제한다.
영구 노트(구조+용도) - 임시 노트를 정제해서, 혹은 문헌 노트를 통해 내가 남기기로 마음먹은 노트다.
인덱스카드(구조) - 여러 카드의 번호를 하나의 주제로 정리한 일종의 링크 메모이다. 디지털에서는 MOC(Map of Contents)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숀케 아렌스의 분류 방식은, 제텔카스텐을 익히는 초반에 따라가기 쉽다.
현재 유일하게 한글로 읽을 수 있는 정의와 해석들이기도 하다.
숀케 아렌스가 직접 사용해보면서 경험한 부분을 정리한 것이기에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유용한데,
실제 6개월 정도 사용하다 보면 숀케 아렌스와 유사하게 분류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숀케아렌스의 분류방식은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분류 방식이 깔끔하지 않다.
그래서 숀케 아렌스의 분류와 설명에 따라 사용하다 보면 제텔카스텐에 익숙해지는 중반에는 오히려 헷갈릴 가능성이 높다.
숀케 아렌스의 설명에서 아쉬운 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엄밀히 말해 임시 노트는 제텔카스텐에 속한 것이 아니다. 제텔 이전의 단계에 가깝다. 정리한 뒤에 폐기해야 하는, 제텔카스텐의 구조 안에 포함될 수 없는 노트다. GTD에서 말하는 Stuff(아직 파악이 안 된 일거리)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더 낫다.
문헌 노트는 외부의 문서, 지식 등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다를 뿐, 사실상 영구 노트의 하위 갈래다. 사용하다 보면 문헌 노트인지 영구 노트인지 모호한 시점이 오는데 저자 역시 모호하게 다루고 있어 파악이 더욱 어렵다.
영구 노트는 (아날로그라는 제한만 무시하면) 한번 작성하면 결코 수정할 수 없는 노트가 아니다. 단, 맥락과 개념은 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A와 B는 C에 포함된다.'라는 노트가 있다면 'A는 B와 함께 C에 포함된다.'라고 수정할 수는 있지만, 'A는 B와 달리 C에 일부만 포함된다.'라고 바꿀 수는 없다. 이것은 다른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구 노트는 사실상 원자 노트라고 불러야 어울린다. 하나의 생각만을 담기 때문이다. 맥락과 개념이 다르면, 그것은 다른 생각이다.
제텔카스텐 사이트의 운영자 샤샤가 설명한 '제텔의 구조'에서는 좀 더 추상화된 제텔의 구조에 대해 설명한다.
숀케 아렌스의 설명보다 좀 더 체계적이며, 이해하기 편하다.
영문이므로, 구글 번역도 잘 된다.
샤샤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의 제텔은 3가지 요소를 가진다.
구별자 - 이 문서를 찾을 수 있는 고유한 이름. 숫자일 수도 있고, 제목일 수도 있다. 서로 겹치지 않고, 원하는 메모를 찾을 수 있는 것이 목적이며, 목적에 부합하다면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 제텔카스텐을 쓸 수 있는 다양한 툴(옵시디언, LOGSEQ, Zettlr...)에서도 여러 가지 방식의 구별자를 제공한다.
내용 - 내용은 해당 메모의 핵심 내용을 기재한다. 필요할 경우 외부 링크를 추가하되, 왜 추가했는지를 함께 내용으로 정리한다.
참조 - 어떤 외부 레퍼런스(기사, 책, 유튜브 영상 등등)에서 시작된 생각인지 기록한다. 만약 그냥 떠오른 생각일 경우 비워둔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제텔의 구조'를 읽어보자.
샤샤가 제시하는 제텔 설명에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이는 정확히 말해 틀렸다기보다는 나와의 입장 차이에 가깝게 느껴진다. 독자 스스로 판단할 것.
링크에 대한 설명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문서가 과도하게 커질 수 있으며, 설명으로 인해 하나의 생각을 벗어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설명하더라도 최대한 간단하게 표기하자.
참조(진입점)는 비워두어선 안된다. 정확히 말해, 빌 수 없다. 비어선 안된다! 뇌의 생각이나 기억은 관련된 생각으로부터 시작되며, 실제 장기기억으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생각이 그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더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실제 니클라스 루만과 숀케 아렌스는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은 '고아 메모'를 경계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제텔카스텐의 창시자인 니클라스 루만의 제텔이 다른 해석보다 늦게 이야기되는 것에 의아해 할 수 있겠다.
이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니클라스 루만은 제텔카스텐의 창시자이긴 하나, 그것을 실용적으로 사용하는데 중점을 두었지, 그것을 남에게 제대로 설명하거나,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에 관심을 두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제텔카스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된 글을 남기지 않았다.
다만, Communication with SlipBox라는 글과, 이 글을 썼을 때 이용했으리라 생각되는 몇 개의 제텔을 통해 그 사용 방법을 일부분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이외에는, 그가 남긴 9만 장의 제텔을 통해, 사용방법을 나름대로 추측하고,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Communication with slip box에서 제텔 부분만 별도로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실상 앞서 이야기한 숀케 아렌스나 샤샤 등은 이 설명들을 재해석한 주석본이다.
제텔에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번호를 부여하고, 변경하지 않는다.
56/11, 56/12 등의 연속된 번호를 통해 메모를 연결할 수 있다.
56/12a 등의 방식(FolgeZettel이라고 표현)을 통해 해당 메모를 보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메모는 내 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단점은 연속된 글이 수백 개의 메모로 나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메모는 번호가 있으므로, 원하는 만큼 참조할 수 있다.
찾기 쉽게 키워드(지금으로 치면 태그)를 등록한다.
책을 읽고, 해당 내용을 메모하고, 번호를 매기면 필요할 때 사용하기 쉽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Communication with slip box를 직접 살펴볼 것
사족이지만 개인적으로 제텔카스텐의 가장 뛰어난 사용자는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니클라스 루만보다 앞서 시대를 살았지만, 비슷하게 다양한 분야에서 다작을 했으며
그가 메모를 다루는 방식은 실상, 제텔카스텐과 매우 유사하다.
어떻게 보면 고수라기 보단 제텔카스텐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겠다.
자세한 내용은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완독기를 참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