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 1년 6개월 사용 후. 즐거워진 제텔카스텐과의 대화
제텔카스텐을 사용한 지 대략 1년 6개월 정도 된 것 같다.
그동안 몇 번의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한번 크게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론 3기 정도 느낌.
1기는 숀케 아렌스와 샤샤의 방식을 학습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적용하는 시간이었다.
2기는 제텔카스텐을 GTD와 결합하고, Logseq와 극단적인 연결망을 통해 통합 관리하는 단계였다.
2기부터 제텔카스텐이 종이로 만든 원시 고대 AI 시스템인 것을 인지하였다.
이제 개인적으로 3기. 혹은 제텔카스텐 3.0이라고 부르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크게 두 가지가 계기였다.
숀케 아렌스와 샤샤의 방식을 검토해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테스트했는데,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연결이 많아질수록 나에게는 작업하는 마찰이 심해졌다. 관리해야 할 것들, 작업해야 할 것도 점점 늘어났다.
결국 확장과 연결은커녕 대부분의 정보에 손을 놓고는, 필수 데이터만 꾸역꾸역 채워 넣으며, 일부분만 겨우 사용하는 나를 발견했다.
마치 거대한 숲을 헤매다 지쳐, 구석에 집을 짓고 밥만 먹고 있는 무기력한 감각.
두 번째로, 니클라스 루만의 communication with slip-box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지금 디지털 제텔카스텐이 니클라스 루만의 그것과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크다.
숀케 아렌스와 샤샤의 방식. 혹은 현재 옵시디언과 롬리서치 등을 이용한 제텔카스텐 방식을 나는 디지털 제텔카스텐이라고 부른다.
현재 대부분의 '제텔카스텐 사용자'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공부할수록 내가 생각하는 제텔카스텐의 본모습과 너무 달랐다고 생각되어지기에,
3기는 숀케 아렌스와 샤샤의 방식을 벗어나 니클라스 루만의 방식(오리지널 제텔카스텐)을 기반으로 새로 정리하였다.
목적 역시 조금 바뀌어서, 이전에는 원시 고대 AI인 제텔카스텐의 독립 성장에 중점을 두었다면,
3기에서는 '나의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파트너 AI로서의 제텐카스텐에 중점을 두었다.
나는 infinity drawer라고 부르며,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구현된다.
아날로그 제텔카스텐의 디지털 구현을 목표로 한다.
계층구조는 배제한다.
내부 분기라는 폴지 제텔 개념을 수용한다.
폴더와 태그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링크를 최소화하며 검색 + 스크롤로 대체한다.
logseq에서 workflowy로 툴 변경
구현한 모습은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분류도 없고, 가나다 순도 아니고, 전체적 논리적 순서도 없다.
골목길 처럼 긴 메모의 나열이다.
메모 앞뒤로 관련성이 존재하지만, 멀어질수록 그 관계는 희미해진다.
니클라스 루만이 communication with slipbox에서 한 말대로 무질서라고밖에 보이지 않지만, 내부구조를 가진 무질서함이다.
이 노트 전체가 무질서라고밖에 기술될 수 없지만, 적어도 그것은 자의적이지 않은 내부 구조를 가진 무질서이다.
The entirety of these notes can only be described as a disorder, but at the very least it is a disorder with non-arbitrary internal structure.
이래도 될까 싶지만, 뭐.....개인적으론 지식관리에 대한 마찰이 상당히 적어졌다. 한동안 이렇게 쓸 듯.
현재 메모는 400여장. 사실 어떤 지식관리구조로도 버틸수 있는 양이다.
Logseq로 관리하고 마찰이 시작된 게 1200여장부터였으니, 그즈음 되어야 아마 이 방식이 맞는지 알 수 있을듯.
그때까지는...잘 진행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