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D의 첫 번째 단계
수집하기는 GTD의 첫 번째 단계이다.
하지만, GTD의 모든 단계가 그렇듯 독립적으로 사용해도 삶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인지 수집하기 개념은 다른 시스템에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투두이스트나 mem 등, 지금도 쏟아져 나오는 생산성 앱에는 상당수 수집하기 위한 '수집함/캡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숀케아렌스의 제텔카스텐 개념에도, 티아고 포르테의 BASB에도 이야기된다.
생산성을 이야기하는데, 꼭 들어가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명확하며,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책상 위에 빈 물병이 줄지어 있다.
일할 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물건이 뒤섞여있다.
이미 끝난 프로젝트에 필요했던 서류도 쌓여있다.
책상 위의 물건이 점점 늘어난다.
물론 자신은 다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데스크톱 화면에는 안 쓰는 아이콘들이 한가득이다.
아이콘의 이름/위치가 제각각이다. 바탕화면 안 이름 없는 폴더를 열어보면
어느 날 모두 쓸어 넣은 것처럼 다양한 파일이 무더기로 들어있다.
그 안에는 또 다른 이름 없는 폴더가 있고, 반복된다.
이메일 안에는 안 읽은 메일이 수백 통 쌓여가고 있다. 이메일 알림이 수시로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고, 난 알람이 울릴 때마다 중요한 일일까 싶어 허겁지겁 열어본다.
냉장고 안에는 언제 들어갔는지 모르는 까만 봉지와 유통기한이 훨씬 지난 음료수가 들어있다. 늘 꽉 차있지만, 먹을 것이 없다.
왜인지 늘 피곤하고, 늘 바쁘다.
늘 피곤해하며, 늘 바쁘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물론, 대부분은 정말 바쁘고, 일이 많아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계획했던 것들을 늘 놓치고, 늘 마감이 코앞인 상황이 반복된다면 자신의 책상 위를 살펴보자.
만약 위에 설명했던 내용과 유사하다면 당신은 정말 바쁜 것이 아니다.
당신은 수집하기를 모를 뿐이다.
깔끔한 성격이라 그런 것이 아니다.
다만, 수집하지 않은 것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집하지 않은 대상이 뇌를 얼마나 괴롭히는지, 수집함으로써 뇌가 얼마나 편해지는지 알기 때문이다.
뇌는 눈에 들어온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한다.
원시시대를 사는 원시인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만약 나뭇가지를 보고 무시했는데, 사실 그것이 독사였다면?
아마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렇게 살아남은 원시인만 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생물은 모든 것을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는 본능이 있다.
당신의 뇌는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의 것들을 판단하려 한다.
책상 위의 물컵을 보자.
뇌는 그것을 인지한 순간, 마실지, 목이 마를지, 거의 비워가니 다시 채울지를 판단한다.
헤드폰을 인지하면 음악을 들을지, 주변 환경이 시끄러우니 귀를 막을지 판단한다.
평소 좋아하는 스노볼 같은 장신구를 본다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닦아야 할지 판단한다.
할 일과 관련된 서류가 눈에 띈다면 관련된 일거리와 해야 할 일, 마감 일정 등이 떠오르며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는다.
할 일이 끝난 서류가 발견되면, 그것과 관련된 할 일이 있는지 판단하고,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본능은 우리가 무시하려고 한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의식은 물론 이것들을 무시한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계속 판단하고 있다.
바바라 오클리의 '이과형 두뇌 활용법'에서는 이처럼 무의식에서 계속 생각하는 영역을 '분산 모드'라고 이야기한다.
문제는 이렇게 인지하고 판단하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인간의 '작업기억'을 사용한다.
이 작업기억은 비유하자면 생각 덩어리를 계속 공중에 던지는 저글링에 가깝다.
공을 던질 때마다 에너지가 소모되며, 이는 뇌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우리가 판단을 위해 사용하는 단기 기억은 고작 4개의 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기기억이 250만 기가바이트라는 엄청난 용량에 비하면 정말 적은 크기다.
판단이라는 것이 중요한 요소임에도 4칸밖에 없다는 것.
그만큼 판단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의미다.
정리해보자. 당신의 뇌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지한다.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당신에게 판단을 요구한다.
주변에 당신이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많을수록 당신의 뇌는 그로 인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급격하게 빼앗기게 된다.
문제는 이 판단이 사실은 불필요한 판단이며, 당신 눈에 보이는 한 결코 끝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당신의 뇌를 향해 매초 발사되는 수십 개의 화살과 같다.
수집되지 않은 것들로 인해 '중요한 일'에 사용되어야 하는 뇌의 리소스를 엉뚱한 곳에 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화살이 반복되면, 당신의 뇌는 결국 만성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이것이 당신이 수집해야 하는 이유다.
수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위험성을 이야기했으니, 이제 무엇을 수집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보자.
수집은 사실 당신이 의도하지 않은 모든 것이 대상이다.
평소에는 그냥 넘어가던 것들도 의심의 눈으로 살펴보자.
'이게 왜 여기 있지?' '이게 필요한 건가?' '이게 뭐더라?' 싶은 것들은 모두 수집의 대상이 된다.
수집대상을 분류하면 3가지로 나뉜다. 각각을 당신의 뇌를 향해 화살을 쏴대는 제국으로 비유해보자.
물질세계는 말 그대로 실제 하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당신이 생활하면서 만나는 모든 현실이다.
책상 위의 서류, 서랍 속의 언제 쓸지도 모르고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도 모르는 펜, 무언가 배달을 받고 받은 고무줄 등등
'쓰겠지' 혹은 '갖고 싶다' 혹은 '언젠가 해야지' 등등의 생각으로 당신 주변에 모여있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당신의 눈에 늘 보이며, 그래서 늘 당신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날려대는 세계다.
가장 익숙하지만, 가장 위험하기도 하다.
디지털 세계는 당신이 사용하는 앱, 폴더 속의 파일들이다.
디지털 세계가 다행인 점은 그것이 이미 일종의 '수집'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은 당신에게 화살을 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일부러 화살을 맞을 기회를 불러올 때가 있다.
앱에 보이는 배지 숫자와, 알림이다.
이것들이 올리는 순간 당신의 뇌는 화살을 맞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문제는 수집된 양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몇천 개의 이메일과, 앱의 알람을 그냥 내버려 둔다.
당신의 뇌는 앱에 뜬 배지 숫자와 알림을 볼 때마다 대량의 화살을 맞는다.
정신세계는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다.
걱정거리, 아이디어, 어딘가에 적혀 있지 않은 해야 할 일, 외출할 때 사야 할 것 등등.
겉으로 보기엔 작아 보이지만 끈을 당기면 감자줄기처럼 줄줄이 숨겨진 생각들이 끌려 나온다.
이것들은 당신의 뇌에 늘 진득하게 붙어있으며 대미지를 준다.
지속적으로 날아오는 화살보다는 독구름에 가깝다.
3종류의 제국을 알았으니 대처방안도 알아보자.
아래 방안은 데이비드 앨런의 기준에서 이야기되는 처리방법이다.
물질세계의 적들은 눈앞에서 일단 숨겨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틀림없는 것 이외에는 모두 물질적인 독립 공간에 몰아버리자.
이럴 때 편리한 것이 '커다랗고 빈 종이박스'다.
다이소 같은 데서 파는 이사용 박스 등도 좋다.
당장 뭔지 판단하기 애매하고, 버리기도 애매한 것들은 종이박스에 일단 던져 넣자.
만약 던져 넣기에 너무 크다면 종이 등에 물건의 이름을 적고 집어넣자.
그렇게 던져 넣은 것들은 '처리해야 할 수십 개의 적'에서 '하나의 수집함'으로 바뀐다.
그것만으로도 화살의 양이 줄어들 것이다.
디지털 세계는 이미 수집된 상태다.
GTD의 다음 단계인 '파악하기'에서 처리하면 된다.
다만 주의할 점은 양이 너무 늘어나기 쉽다는 점과 화살을 쏠 기회인 알람과 숫자다.
가능하다면 알람과 숫자를 꺼두자. 당신이 필요할 때 확인하면 된다.
정신세계는 종이 몇 장을 준비해 기록해두자.
머릿속에 별로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적기 시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쏟아질 것이다.
더 이상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기록하자.
위의 예시들은 2001년의 기준에 가깝다.
현재는 3개의 세계를 공통으로 수집할 수 있는 디지털 툴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툴은 몇 번씩 소개했듯 구글 킵이다.
구글에서 만든 메모 앱이라 구글 계정만 있다면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장점은 가볍고 무척 빠르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안되더라도 잘 동작한다.
링크나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 스케치, 음성 등 다양한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라벨링을 통한 필터링과 보관처리도 가능하다.
여러모로 수집에 최적화된 툴이라 할 수 있다.
그 외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으로 개인방을 만들어 수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첫째, 수집하기를 하면 머리가 가벼워진다.
머리를 어지럽히던 수백 개의 할 일이 하나의 박스나 목록으로 대체되기 때문.
‘X를 해야 해’, ‘Y를 해야 해’..로 이어지는 수백 개의할 일 압박 대신
‘수집함을 봐’ 혹은 ‘목록을 확인해’ 하나만 남는다.
둘째, 수집하는 것만으로 일이 절반은 줄어든다.
사실 수집해야 하는 것 중 상당수가 바로 처리 가능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들어있는 1년 전 까만 봉지’나 ‘책상 위 다 먹은 물병’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은 굳이 수집할 이유가 없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면 된다.
생각해보자 의외로 주변에는 ‘버려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버리지 않은 것들이 많을 것이다.
수집이라는 ‘특정 공간으로 옮기는 행위’만으로 많은 것을 버릴 수 있다.
셋째, 지금의 중요한 일을 지킬 수 있다.
수집’만’ 한다는 것은 완료하기 위한 행동을 미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까지 마감인 일이 있다.
그걸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갑자기 상사가 일거리를 준다고 생각해보자.
보통 받은 즉시 지금 하던 일을 중지하고, 상사가 준 일부터 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정작 중요한 나의 마감을 놓치게 된다.
수집하기를 통해 상사가 준 일은 일단 수집만 해두면, 나의 중요한 마감을 지킬 수 있다
수집하기에서 사실 중요한 것은 버리는 것이다.
수집할 때 확실히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보는 대로 버리자.
간단히 예를 들면 책상 위 다 마신 콜라병, 다 먹은 과자 봉지, 광고메일 등등 (일하는 공간 옆에는 쓰레기통을 꼭 비치하자.)
버려야 하지만, 그 뒤처리가 필요한 것들이 있다.
서랍 속 다 쓴 펜 같은 비품의 경우, 버려야 하긴 하지만, 재구매도 고민해야 한다.
보통 이 단계에서 사고가 정지되고, 버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은 수집함에 ‘XXX 펜 다 씀. 사자.’ 정도로 기록하고 버리자.
수집하는 것만으로 인지-판단 시스템은 많이 편해진다.
실제로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며 무언가에 공격받는 느낌도 사라질 것이다.
당신이 방청소를 할 때마다, 책상 정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감각이며
시험 같은 큰일이 있을 때마다 굳이 정리를 하는 이유다.
'곤 마리 신드롬'을 일으킨 '정리의 힘'저자 곤도 마리에는 수집(수납)이 가장 쉬운 해결방법이지만, 결국 문제가 생긴다고 하였다.
마음이 편해졌다고 해서 이대로 수집함을 '수집'된 채로 놔둬선 안된다. 시간을 내서 비워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집함 자체가 당신을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다.
수집한 것들을 무엇인지 파악하고 제자리에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음 시간에는 파악하는 과정 - 명료화 과정을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