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bonne heure
미니가 3박 4일 출장을 갔다.
이렇게 혼자 남은 나의 하루는 여느 때완 좀 달랐는데,
점심으론 남편은 절대 못 먹을 아주 빨~갛고 매운 고추장찌개를 먹었고 설거지도 바로 안 했다.
낮시간 한참 동안을 바닥에서 뒹굴러 다녔고,
저녁을 안차리는 대신 그 시간에 여유롭게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관상용으로만 꼽혀있던 무라카미의 책도 200페이지나 읽었다.
밥 안 차리고 집안일 안 하니 시간이 남아돈다.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자유는 참 좋은 것이야.
밤이 되면서 기억이 되살아났다.
한동안 잊고 있던 기억...
밤중에 집에 혼자 있는 것은 무섭고, 더욱이 어둠 속에 혼자 있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나의 과거.
아... 남편이 떠난 그 날밤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자정을 전후해서 천둥이 치기 시작했고 하늘이 뚫린듯한 폭우가 내렸다.
잠잠해지나 싶더니 새벽 두 시경엔 훨씬 더 무시무시한 천둥이 쳤고 돌풍이 불었다.
아주아주 겁쟁이였던 예전의 나는 여전히 천하의 겁쟁이였다.
나는 천둥소리에 놀라고,
가끔 들리는 냉동고의 타닥 소리에도 놀라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옷가지에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담요와 쿠션을 주변에 삥 두른 다음에 그 안에서 졸다가 아침 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매일 오전 8시 반즈음 한창 공사 중인 이웃집의 망치소리에 강제 기상을 했다.
이틀째부턴 그냥 잠자기를 포기하고 열심히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얘기하고 가족들과 얘기하고. 시차 덕분에 마침 한국은 낮 시간이어서 손가락을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그러고 나니 좀 덜 무서운 거 같기도 했지만 그것도 그때뿐.
역시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이거다.
미니가 입던 옷을 입고, 미니의 목베개와 이불을 사용했다.
점점 변태가 돼가는 느낌이지만 미니 냄새가 나는 것들을 주변으로 총집합시키고 나니 뭔가 덜 무섭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
미니 스멜을 느끼면서 좋아하는 미드를 보면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또 동이 틀 때 잠이 들고 망치소리에 깨면서 3일 밤을 보내고,
드디어 미니가 오는 날.
띠리링~
'미니인가?'
공항에 도착했다는 미니의 문자였다.
"집에 가기 전에 파티에 갈래. 여자들이 완전 많이 있는 파티!"
"What a night! gurls gurls gurls!"
아~ 나는 요리가 너무 귀찮은데 또 요리가 즐겁다.
파티는 무슨, 집에 빨리 오고 싶은 남편의 마음을 나는 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요리가 너무 귀찮다.
그런데 또 즐겁다.
누군가 나에게 있어 결혼이란 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