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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 Jun 13. 2017

나 홀로 집에

La bonne heure


미니가 3박 4일 출장을 갔다.

그러므로 나는...


나는 자유다!



이렇게 혼자 남은 나의 하루는 여느 때완 좀 달랐는데,


매운 찌개 한 사발에 밥 두 공기

점심으론 남편은 절대 못 먹을 아주 빨~갛고 매운 고추장찌개를 먹었고 설거지도 바로 안 했다.


낮시간 한참 동안을 바닥에서 뒹굴러 다녔고,


저녁을 안차리는 대신 그 시간에 여유롭게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관상용으로만 꼽혀있던 무라카미의 책도 200페이지나 읽었다.


밥 안 차리고 집안일 안 하니 시간이 남아돈다.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자유는 참 좋은 것이야.







밤이 되면서 기억이 되살아났다.

한동안 잊고 있던 기억...

밤중에 집에 혼자 있는 것은 무섭고, 더욱이 어둠 속에 혼자 있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나의 과거.


아... 남편이 떠난 그 날밤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우르릉 쿵 쾅!!

자정을 전후해서 천둥이 치기 시작했고 하늘이 뚫린듯한 폭우가 내렸다.

잠잠해지나 싶더니 새벽 두 시경엔 훨씬 더 무시무시한 천둥이 쳤고 돌풍이 불었다.

아주아주 겁쟁이였던 예전의 나는 여전히 천하의 겁쟁이였다.

나는 천둥소리에 놀라고,

가끔 들리는 냉동고의 타닥 소리에도 놀라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옷가지에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담요와 쿠션을 주변에 삥 두른 다음에 그 안에서 졸다가 아침 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매일 오전 8시 반즈음 한창 공사 중인 이웃집의 망치소리에 강제 기상을 했다.



역시나 주변은 담요로 삥 둘러주고

이틀째부턴 그냥 잠자기를 포기하고 열심히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얘기하고 가족들과 얘기하고. 시차 덕분에 마침 한국은 낮 시간이어서 손가락을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그러고 나니 좀 덜 무서운 거 같기도 했지만 그것도 그때뿐.



역시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이거다.

따라~!

미니가 입던 옷을 입고, 미니의 목베개와 이불을 사용했다.

점점 변태가 돼가는 느낌이지만 미니 냄새가 나는 것들을 주변으로 총집합시키고 나니 뭔가 덜 무섭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


미니 스멜을 느끼면서 좋아하는 미드를 보면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또 동이 틀 때 잠이 들고 망치소리에 깨면서 3일 밤을 보내고,


문자닷!

드디어 미니가 오는 날.

띠리링~


'미니인가?'




미니는 내가 보고싶구나


공항에 도착했다는 미니의 문자였다.


"집에 가기 전에 파티에 갈래. 여자들이 완전 많이 있는 파티!"

"What a night! gurls gurls gurls!"


문자를 보자마자 주방으로

아~ 나는 요리가 너무 귀찮은데 또 요리가 즐겁다.

파티는 무슨, 집에 빨리 오고 싶은 남편의 마음을 나는 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요리가 너무 귀찮다.

그런데 또 즐겁다.




누군가 나에게 있어 결혼이란 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마도...

자유와 숙면의 맞교환?!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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