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by 라봇

나는 새 집으로 이사한 이후 점점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유는 방 밖을 벗어나기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마치 바깥 생활을 거부한 채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히키코모리의 대사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집 밖을 나가는 걸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내 방 밖을 나가는 걸 두려워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방문을 여는 순간부터 지뢰밭으로 발을 내딛는 기분이었다. 집주인이 해 준 단 한 번의 방역으로는 역시나 집안 해충들을 사라지게 하기에 너무나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1층 부엌에서 핸드폰만 한 바퀴가 등장하는 건 이제 예삿일이 되었고, 부엌뿐만 아니라 세탁실에서도 동시에 여러 마리가 튀어나왔다. 아직 집 안에 방역약 기운이 남아서인지 죽은 채로 발견될 때도 있었다. 그들은 죽을 때 발라당 뒤집어져 배를 보이고 몸에 달린 다리들을 위로 곧추 세우고 죽었는데, 그 모습 또한 매우 흉측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세상 징그러운 위협으로 다가왔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심장이 발등으로 툭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러니 거의 집안에만 있어도 종일 뙤약볕에서 뛰다 온 사람처럼 쉽게 지쳐버리고 운동을 안 해도 살이 쭉쭉 빠졌다.


집에는 바선생만 사는 게 아니었다. 싱크대 하수구를 타고 다리가 수십 개 달린 지네가 튀어 오르기도 하고, 벽을 타고 순식간에 우다다다 움직이는 도마뱀들도 있었다. 현관문 앞에서는 얄쌍하게 생긴 뱀도 발견했고, 옥상 물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설치된 배관에는 두꺼비가 살고 있었다. 제일 신기했던 건 집 안에서 박쥐를 본 일인데,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 위에 커다랗고 검은 물체가 있어 살펴보니 박쥐 시체였다. 박쥐는 죽을 때도 거꾸로 매달려 죽는다는 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배웠다. 이렇게 집에만 있어도 정글 생물에 대한 잡학 지식이 쌓여갈 정도로 나는 정말 많은 객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 애들은 정말 다 괜찮았다.

도마뱀은 갑자기 움직이며 놀래켜서 그렇지 생긴 건 귀여웠기 때문에 식구로 여기고 살아갈 수 있었고, 뱀이나 두꺼비는 집 외벽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지라 실내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종종 보는 반가운 이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도저히 바선생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내게 혐오의 존재를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되었기에, 그들이 제일 많이 출몰하는 부엌 화장실에 나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고, 심지어 그 화장실 문이 조금이라도 열려 있는 걸 싫어해 강박적으로 문을 닫고는 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수시로 집안에서 거대한 바퀴들을 마주했다. 나는 그들에 대한 공포로 특정 구역에 혼자 있는 걸 매우 불안해했다. 혼자 거대 바퀴를 처리할 능력이 없으니, 내가 부엌에서 요리할 때 거너가 같이 있어주길 바랐으며, 세탁실에 가는 게 것도 무서워 빨래거리는 전부 거너에게 부탁했다. 방 밖을 나설 때마다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걷는 걸음걸음 앞 뒤 양 옆을 다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다행히도 내 방에서만큼은 벌레가 별로 출몰하지 않아, 외출할 일이 있는 게 아니면 자꾸 방에만 머무르려 했다. 뭐든 혼자 결정하고 가고 싶은 데 가던 자유로운 삶을 누렸는데, 갑자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집 안에서 조차 두려움 때문에 방에만 처박혀 있고, 방 밖을 벗어날 때마다 거너를 붙들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삶에 극단적인 제한이 생기니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이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는 그 초라함과, 그깟 벌레 새끼가 무서워서 스스로를 방에 가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눈물로 넘쳐흘렀다.


거너는 내가 그 정도로 바퀴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몰랐다며 도와주려 했지만, 그는 그저 ‘이해하려 할 뿐’, 실제로 나의 문제를 이해하지는 못 했다. 그는 오히려 나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리에 예민한 거너는, 내가 벌레로 인해 비명을 질러댈 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 내 비명소리에 심장이 너무 놀라 수명이 닳는 느낌이라고 했고, 개인 시간을 갖기 어려울 정도로 자꾸 이것저것 부탁하고, 다른 방에 갈 때마다 같이 가달라고 하니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질려버릴 상황이었다. 나 또한 하루에도 몇 번씩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과 함께 산다면 그 소리에 스트레스 받을 거라는 걸 이해하고 있었지만, 벌레에 대한 공포심과 비명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에 방도가 없었다.

잔뜩 움츠러든 내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기도 힘든데, 바퀴를 무서워하는 내가 비정상인 듯 짜증 내는 거너의 행동은 나를 더 외롭게 했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낯선 나라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그 단 한 사람이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을 이해 못 해주니, 진정 사막 한가운데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고,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모래늪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평소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이사하고 한 달간은 눈물로 보냈다. 쉽게 감정을 떨쳐낼 수 있는 성격이 못 돼, 밤새 우울해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도 하고, 그냥 원룸을 하나 더 구해 나간 후, 거너와 따로 살까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이미 이 집과 살림살이를 준비하느라 많은 지출을 한 탓에, 직장도 안 구한 채로 또다시 집을 얻는 건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거너와 나, 둘 다 한 달 만에 서로 지칠 대로 지쳐갔다. 자존감까지 낮아져 있던 나는 조만간 거너의 입에서 이별이라는 단어가 나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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