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세요

by 라봇

베트남으로 이사를 결정하고, 답사차 호찌민에 갔을 때다. 호찌민이 베트남의 경제 도시인 데다 외국인들에게도 적대감이 적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하루 종일 집들을 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밤거리를 돌아다니는데, 누가 봐도 수상쩍은 남자가 우리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그렇다고 눈이 마주치거나 가까이 다가오는 건 아니어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내가 상점에 한 눈이 팔려 거너 혼자 길거리에 있는 사이, 잽싸게 그가 거너에게 다가갔다. 내가 가게에서 나올 때는 그가 거너 앞에 무언가를 펼쳐 놓고 보여주고 있었다. 거너는 웃으며 손사래를 치고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뭐야? 잡상인이야?”

“마약상이야.”


마약상?? 이렇게 환하고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마약을 판다고?

길에서 아무나 붙잡고 파는 건, 신축 오피스텔 모델 하우스나 인상이 좋다며 다가오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 전부인 줄 알았던 나에게, 길거리 마약상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마약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 어떤 고객을 만날지 모르니 종류별로 갖고 다니는, 말 그대로 진짜 마약상이었다. 나 같은 동아시아 사람들은 권해도 잘 안 하는 걸 아니까, 내가 있을 때는 멀리서 지켜만 보다가, 내가 상점으로 들어가고 거너 혼자 길에 남겨지자, 재빠르게 그에게 다가가 마약을 권한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합법적으로 사용되는 마약류도 있기에, 보다 마약에 익숙하고 열려 있는 외국인들이 많으니, 그쪽에서 온 관광객이다 싶으면 바로 들이대는 게 그들의 장사 수법이었다.


그들의 가방이 열렸을 때 거너가 얼핏 본 것들은 대마초부터 필로폰도 있었고, 한창 한국 뉴스에서도 화제가 된 마약 풍선도 있었다. 동남아도 미국과 남미 못지않게 마약 문제가 꽤 대두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마치 길거리 음식 팔듯이 판매하고 있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 외국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번화가에서 사탕 사듯 쉽게 살 수 있으니, 베트남에서 10대들이 마약에 중독되어 반신불수가 됐다, 사망했다 등의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됐다. 너무 번잡하고 탁한 공기에, 안 그래도 호찌민에 실망을 많이 하던 차에, 마약상까지 활개를 치고 다니는 걸 보니 이곳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발 길을 돌려 자리 잡은 곳이 다낭이었다.


다낭에서는 적어도 길거리 마약상은 보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것처럼 반쯤 풀린 눈으로 휘청 휘청 걷는 사람도 없었고, 술집에서도 누군가 수상한 물건을 건넨다든가 하는 이상 행동을 목격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다낭은 호찌민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초저녁에 레게 음악 공연을 하는 술집을 지나고 있었다. 술집 마당에서 공연을 해서, 손님들도 모두 그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술을 마시며 흥겹게 음악을 듣고 있는, 굉장히 자유로워 보이는 술집이었다. 재미있게도 그 술집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내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 더 많았는데, 그곳을 지날 때 코를 찌르는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함께 지나던 거너는 ‘어?’ 하더니, 걸음을 멈추고 그 술집을 바라봤다.

“이거.. 대마초 냄샌데?”


한국에서 대마초는 구경도 못 해 본 나는 뭐가 대마초 냄새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에게도 느껴지는 난생처음 맡아본 기분 나쁜 냄새가 그가 말하는 대마초 냄새 같았다. 살면서 맡아본 그 어떤 냄새 와도 비슷하지 않았기에, 뭐라 형용해야 할지 모르는 냄새였어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담배 냄새만큼이나 굉장히 불쾌한 냄새였다는 것이다. 이로서 다낭은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라는 내 어이없는 착각은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호찌민과 다낭의 차이점은, 호찌민은 내국인까지 나서서 마약을 판매할 정도로 많이 퍼졌지만, 다낭에서 마약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국에서 몰래 물건을 갖고 들어온 외국인들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 건지 그들은 다낭 시내에서 대놓고 하지는 않았고, 외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술집이나 특정 장소에서 마약을 했는데, ‘Lady Buda’로 불리는 관음상이 있기로 유명한 ‘손짜’라는 지역이었다. 그 지역은 한적하고 고도가 높아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다. 거기서 아는 사람만 아는 곳에, 어두워지면 외국인들이 모여 그렇게 마약을 해댔다. 내가 여기를 알게 된 이유도, 서양인들과 자주 어울리던 친한 친구가 그들이 데리고 간 곳에서 마약의 향연이 펼쳐지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도 권유 받았지만 거절하고, 그곳에 가는 사람들과는 교류를 끊었다.


예전에 공부하라고 자식 미국 유학 보냈다가, 아이가 그곳에서 마약 중독자가 되어 치료하는 데 고생했다는 부모님 지인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특정 나라, 특정 지역만 안 가면 그런 위험에서 안전한 줄 알았는데, 이제는 어딜 가도 마약에서 완전히 안전한 지역은 없는 것 같다. 길에서 다짜고짜 마약을 권유받을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환경이 그렇지 않으니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도 요즘 안전지대가 아니라지만, 외국에서는 특히나, 사람들 가방 속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게 들어있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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