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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Apr 19. 2020

엄마가 늙었다

About_부모의 '보호자'가 되는 일

아이 둘의 보호자로 사는 일만 해도

충분히 버겁다.

인생은 각자라며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나는 철저히 자기 몫을 주장한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나는 참으로 냉정하다.


그러니 나는,

성인인 부모님을 '보호'해 줄 의무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부담이 느껴지는 어떤 상황이 오면  

책임을 유보하거나 회피하고 살았다.

오히려, 좀 더 적극적으로 내 힘든 육아의 짐을 덜어주지 못하심을 툭툭 원망하곤 했다.




_창고형 대형마트에 다녀온 엄마,

표정이 좋지 않다.


"속은 기분이야!"


세일한다고 해서 감자를 샀다고 한다.

그런데 계산을 할 때 보니 세일 가격이 찍히지 않았댄다.  봐도 뻔하다.

그건 특정 카드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세일이었다. 이전에도 몇 번 엄마와 쇼핑을 하며

같은 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다.

나는 설명했고 그 일은 몇 번 반복되었지만 

엄마는 또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속은 기분으로 감자를 사고 만 것이다.

헷갈릴 수도 있다. 젊은 사람도 가격과 달리 작게 표기된 할인 조건을 지나쳐 실수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더욱 몇 번을 설명했건같은 실수가 반복이 되니 난 좀 짜증스러웠다. 

대체 왜 저러냐고 꿍얼거렸다.


_긴급재난소득 신청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모바일 신청을 간단히 끝낸 나는 검색 방법과 신청 경로를 부모님께도 알려 드렸다.  못하겠다고 친정에 올 때 해달라고 다시 연락이 왔다. 신용카드가 없으신 할머니의 신청 날짜도 내게 알려 달라고 다.

자꾸, 일이, 늘어난다.

스마트폰 하나로 검색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왜 내게 미루는가 짜증이 스멀 올라왔다. 누군가 내게 기대는 느낌,

의지하려 다가오는 것에 대해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죄책감이 느껴질 때면, 내 삶이 버거워 그렇다며 여력이 없어 그렇다며 스스로를 변호했다.


_쿠팡의 로켓 프레시와 로켓 와우, 일반 로켓배송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은 이제 포기했다. 엉뚱하게 일반판매자상품을 담아 놓고 배송료가 나온다고 투덜대시길 몇 차례.




여전히 나름 일도 하시고,

여전히 나이보다 젊고 예쁜 엄마다.

항상 야무지고 씩씩하고

무엇보다 다른 엄마들과 달리 엄마는 대범했다. 젊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쏙쏙 잘 받아들여 주변의 찬사를 받았던 사람이다.

노화는 서서히 이루어 지는 게 아니었던가?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달라졌다.


돌아가시기 전, 치매를 앓았던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고 헛소리를 하시던 모습이 생각나고 나는 섬뜩했다.

엄마가 노년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아니면 호들갑 떨며 모시고 가

검사라도 받아봐야 하는 걸까.


내 인생은 아직 사춘기도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것 같은데, 부모가 노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가 잔머리 굴리는 것이 보이듯,

이제 나는 엄마의 가 읽힌다.

나의 사춘기는

이제는 끝이 나야 하는 시간이 왔나 보다.

내 아이의 온전한 보호자가 되는 것도 버거운 내가, 노인이 된 양가 부모님과 기~인  인생을 살고 계시는 할머니의 보호자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부담을 져야 인생인 걸까.

이게 할미꽃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네


_나는 여전히 우리 모두가

각자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인간은 그렇게 살도록 지어진 존재가 아닌가 보라며 슬슬 꼬리를 내려간다.


일단은 엄마에게,

어디선가 들어 봤던 '뇌영양제'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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