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 없이 "들어오세요~"하는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군더더기 없는 환영만큼 방의 분위기는 정갈했다.
흔하게 보아왔던 다른 교수님들의 연구실과는 조금 공기가 달랐다. 동양적인 인테리어나 장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동양미는 뭐지. 어딘가에서 학자의 향내가 풍겼다. 선비가 머무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 속 공간이 아닌, 전통적인 가옥 안에 자리한 선비의 방처럼 나는 느껴졌다.
다양한 보직으로 바쁘시다는 분의 본업은 여전히 공부라는 걸 교수님의 책상은 말하고 있었다. 흐트러짐 없이 사방으로 많은 책과 논문들이 꽂혀 있었다. 정 가운데 놓인 커다란 책상은 단정했다. 가운데에 지금 읽고 있는 듯한 한 권의 책이 접힌 곳 하나 없이 깔끔하게 펼쳐져 있었다. 물건이라고는 차를 마시는 텀블러 하나, 커다란 두 개의 모니터가 정확한 각도로 자리 잡고 있었고, 앉아 계신 교수님 또한 허리를 직각으로 세우고 너무나 바른 자세였다. 저 책상에 자리 잡고 앉아 하루 종일 공부하고 연구하고 집필하며 국문학자로서의 성실한 하루를 보내실 터였다.
교수님의 책상은 본업과 본질에 충실한 학자의 책상이었고, 나는 그 책상이 날마다 교수님께 공부를 권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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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을 때마다 어지러운 책상을 정리하느라 진을 빼던 날들이 생각난다. 공부는 하지 못한 채 지쳐버렸던 날들이 허다하다. 맞다, 나는 공부보다 책상 정리를 더 좋아했다. 지금도 조금은 그렇다.
오늘 나의 책상은 내게 무엇을 권하는가. 일단 육아 스트레스를 풀어 줄 '넷플릭스' 시청을 권하는 패드가 가장 가까이에 있고, 정리되지 못한 영수증이 가계부를 권한다. 겹겹이 쌓인 메모들이 기록을 독촉하고, 이 와중에 남편의 책도 한 권 나에게 산만함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