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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Aug 06. 2020

내가 매일 지켜보는 그녀

About 마흔_사람1


                                                                                      그때 그곳


약속 시간은 아침 7시. 참신하고도 대담했다.


그녀와의 약속 시간은 토요일 아침 7시였다.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시간이다.

그 시간에 문을 여는 스타벅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시간에 약속을 잡는 그녀의 참신함과 대담함에, 엄마라 시간이 없다고 단념하고 살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시간이 아니라면 나는 오히려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친정에서 아이들을 재우고 살짝 빠져나온 후, 모임이 끝나는 12시에 후다닥 들어가면 된다는 계산으로 나는 이미 신이 나 있었다. 아이들이 보통 9시에 일어나니 3~4시간 정도는 부모님께 부탁드리기 크게 부담스러운 시간은 아니었다.

5시간의 자유가 이렇게 주어졌다.

모임은 5시간을 온통 집중해서 글을 쓰는 목적이었다. 그녀를 포함해 다섯 명 정도의 소수 인원이 모여 어둑어둑한 새벽녘부터 자리를 잡고 앉아 글을 썼다. 텅 비었던 카페의 자리가 가득 매워지는 정오까지 이탈하지 않았다. 한동안 손대지 못하고 있던 나의 글들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물론 육아는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나는 더 이상 시간 탓 환경 탓만 하며 나자빠져 있는 나 자신을 모르는 척 용납해주지는 않는다. 이날의 이 경험 덕분이다. 이 사람의 이 제안 덕분이다.


나는 그녀를 질투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하루를 허덕이며 보내는 내게, 그녀의 야무진 행보는 도전과 절망을 번갈아 가며 던져 준다. 똑같이 아이 둘을 키우며 그녀는 책도 쓰고 강의도 하고 개인 사무실까지 갖추어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일하고 상담도 한다. 아이 둘을 키우며 늘상 골골대느라 나의 행보는 느리기만 하다. 느리기만 한가. 중간중간 맥이 끊겨 한 번씩 저만치 후퇴했다 되돌아오면, 발버둥 친들 제자리 아닌가 의심이 드는 날도 허다하다. 그러니 도전을 받을 여지가 없는 날 마주하는 그녀의 행보는 나의 열등감을 쓰라리게 자극하고 나는 그녀를 질투한다.


그런데 나는 그녀에게 신세를 졌다. 그녀의 영향력에 더디지만 진보했고, 홀로 쓰던 구구절절한 일기무덤을 뚫고 나와 브런치씩이나 하게 되었고, 그녀가 운영하는 프로젝트의 초기 멤버 특전으로 무료 상담도 세 차례나 받았다. 숨김없이 거침없이 자신의 경험과 삶을 퍼주는 열정에 오히려 내가 멈칫할 지경이었다. 나는 그녀의 미니멀 라이프와 글 쓰는 삶에 대한 지향을 너무나 공감하고 이해했지만, 그토록 나누고 퍼주는 오지랖은  낯설었다. 그런데 내가 그녀에게 가장 크게 신세 진 건 그녀의 오지랖 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책 속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문장이 등장할 때, 나는 그녀가 의도한 문맥과는 아무 상관없이 역시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뿌린 것은 씨앗이었다. 대부분의 책을 빌려보는 편이지만 그녀의 책은 돈 주고 굳이 사는 나를 보며 알았다. 신세 진 바 있는 나로서는 사서 보는 것이 그녀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돈은 자식과 같은 거야. 아끼고 사랑한다고 하여 움켜쥐고만 있으면 제대로 자랄 수 없어.' (그녀의 책, 52쪽) 그녀가 남편과 나눈 돈에 대화를 보며 그녀가 자신의 삶을 퍼 나를 수 있는 원동력의 힌트가 주어지는 것 같았다. 움켜쥐고 있는 모든 것은 힘을 발하지 못한다. 그녀가 현명했다는 걸, 그녀가 옳았다는 걸, 그녀의 책을 결제하며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신세 진 게 있는 사람은 질투보다 응원이 앞설 수밖에 없다.



흔이 되기 전에 이 사람을 알게 된 건,

내겐 기념될 만한 행운이다. 더 열렬히 그녀를 응원할 것이다. 응원만 할 것이 아니라 열렬히 질투도 할 것이다. 질투를 통해 그녀가 원하는 바처럼 '함께' 발전해야, 마흔 넘어 한 번은 더 그녀를 만나게 될 것 같다.


그녀의 첫 번째 책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어요_최현아/미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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