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y 23. 2020

골동품 양동이로 아티잔 브레드를!

박물관에 있는 신식(!) 도구로 3분 만에 아티잔 브레드 반죽 완료

한 때는 정말 제과 제빵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시절도 있었다. 요리도 좋아해서 줄리아 차일드의 백과사전 같은 요리책 전권을 다 읽는 북클럽을 하기도 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는 역시 베이킹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건강을 위해서 밀가루를 안 먹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었고, 더구나 남편이 실리악(글루텐 민감성 체질)이어서 밀가루 들어가는 모든 음식은 쌀가루나 아몬드 가루로 대체하기 때문에, 글루텐 쫄깃한 빵은 마음을 접은 지 오래이다.


그런데, 최근에 남편 자식들이 집에 도와주러 온다고 하였고, 또한 이웃집 소닐라에게 어머니날 꽃 받은 것도 뭔가 갚아야 할 거 같아서 정말 오랜만에 빵을 굽기로 했다. 굽고 싶은 마음이 동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먹고 싶은 마음보다 굽고 싶은 마음이라니!


내가 원래 굽는 빵은 무반죽 빵이다. 빵은 원래 반죽을 많이 하고 치대야 쫄깃해지는 법이어서, 나 같은 약골은 제빵기 없이 꿈도 못 꿀 수밖에 없는 종목이다. 그러다가 십 년 전 어느 날, 무반죽 빵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미국에서 책을 주문해서 한동안 진짜 열심히 구워 먹었다. 이 빵은 치댈 필요가 없이, 재료만 골고루 섞어주면 되는 희한한 반죽이다. 한 번에 여러 덩이 구울 양을 반죽해서 냉장실에 넣어두고 일주일 동안 조금씩 꺼내서 구울 수 있어서 진짜 편리하다. 한 번 일 하고, 여러 번 갓 구운 빵을 구울 수 있으니 말이다.



반면에 남편이 굽는 빵은 브레드 버켓(Bread Bucket) 빵이다. 남편은 원래부터 빵을 못 먹지만, 자식을 셋이나 키우면서 소비되던 빵의 양은 엄청났으리라. 그래서 한 번 구울 때마다 여러 덩이씩 구웠고, 분명히 오래 치댈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아주 멋진 도구가 있었다. 어머니께 물려받은 이 희한하게 생긴 골동품 양동이이다.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이 물건을 실제로 사용해서 빵을 만든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급 호기심이 동하여 여러 가지 자료들을 검색해봤다. 1900년에 만들어진 The Universal Three Minutes Bread Bucket이 정식 명칭이다. 자그마치 120년이나 된 도구인 것이다! 아래 사진에 있는 여성이 화난 모습을 보라. 힘 들어서 낑낑 매며 손반죽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미개한 구식 방법이 아니라, 손 끝 하나 반죽 안 묻히고 우아하게 3분 만에 반죽을 완성할 수 있는 도구라며 선전하고 있다.


출처 : http://www.theoldfoodie.com/2015/11/the-universal-three-minute-bread-maker.html


그리고 이 물건이 실제로 박물관에 있다! 미국 역사박물관에 있다고 검색 결과가 말해준다.

https://americanhistory.si.edu/collections/search/object/nmah_309749


아일랜드 여성 Mrs Deal이 캐나다 동부에 살면서 이것으로 빵을 만들다가, 멋 내기나 좋아하는 자기 딸들에게 안 물려주고, 우리 남편의 어머니께 전수한 물건이라 한다. 그것을 다시 남편이 받아서 자식들 키우는 데 썼으니 얼마나 역사가 깊은가 호기심이 발동했다. 너무 많이 써서 한 군데가 닳아서 구멍이 나려 한다고 했으니 말 다 했다.


좀 더 자세히 구경해보자. 평소 보관할 때에는 이렇게 그냥 양동이 같이 생겼다. 뚜껑에 구멍이 있어서 이상하긴 하지만... 색상이 벌써 딱 골동품으로 보이지 않는가? 뚜껑을 열면, 안에 부품들이 들어있고, 사용할 때 직접 조립해서 사용해야 한다.



버켓 앞면에는 동그라미 안에 다음과 같은 글씨가 양각이 되어있다. 아일랜드산일까 했는데, 미제였다. 세인트루이스 전시회에서 1904년에 금상을 받았다고 한다.


No. 4 UNIVERSAL BREAD MAKER
Awarded Gold Medal St. Louis Exposition 1904
Made by Landers, Frary & Clark
New Britain & • Conn. U.S.A.


그 옆으로 보이는 스티커는 색이 다 바랬지만, 남편의 어머님이 레시피를 적어놓고 사용하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놓여있는 도구는 의자나 테이블에 고정할 수 있는 장치이다.


그리고 뚜껑을 보면, 거의 양각이 사라졌지만, 사용법이 적혀있다. 모든 액체 재료를 먼저 넣은 후 밀가루를 넣고 3분간 돌린다. 양동이 안에서 부풀리고, 이후에 다시 동그란 반죽이 되도록 돌려준다. 그다음 중간 장치를 들어내고, 반죽기에 달린 반죽을 꺼낸다....

Put in all liquids first then flour. Turn three minutes. Raise in Pail. After raising turn until dough forms a ball. Take off cross piece, lift out dough with kneader.




원래 남편이 이 기계를 이용할 때 사용하는 레시피가 있지만, 나는 이런 도구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는 무반죽 빵 재료를 이용해서 아티잔 브레드를 만들었다. 수십 번 만든 빵이었기 때문에, 사실 그냥 큼직한 김치통에 나무 주걱으로 휘저어 반죽하면 되는 것이지만, 나도 이 기계 한 번 돌려보고 싶어서 사용해봤다.



돌아가면서 안 섞일 것 같은 반죽이 희한하게 잘 섞였다. 다 섞이고 나면 발효되라고 뚜껑을 덮어서 그대로 보관한다. 통에서 꺼내서 보관용 통에 담아도 되지만, 그냥 가만히 두는 게 아무래도 편하다. 오른쪽 아래 사진을 보면 의자에 단단하게 고정해놓은 모습이 보일 것이다. 돌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조금만 찍어봤다.



메커니즘을 보면, 요즘 흔히 판매되는 스탠드 믹서기에 달린 반죽기와 흡사하다. 다만 전적으로 수동이라는 것. 처음에는 가장자리에 닿지 않는 부분들이 어떻게 될까 싶은데, 사실상 젓다 보면 다 고루 섞인다.


그래서 다 섞인 후에는 뚜껑을 덮어서 실온에 두면 천천히 발효되어서 반죽이 완성된다. 얼마나 많이 부풀었는지 차이가 확연히 보인다.


반죽기를 꽂아놓은 채 발효를 시켰다면 살짝 돌려서 쉽게 반죽을 꺼트릴 수 있다. 거미줄처럼 부풀어 오른 결이 참 아름답다. 빵 만드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순간이다.




그러면, 이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브레드 버켓의 자랑은 그만하고, 무반죽 빵 설명으로 들어가 보자. 제빵제과의 시작은 흔히 쿠키로 시작된다. 가장 쉽고, 결과도 그럴듯하고... 그러다 보면 이어지는 쪽은 파운드 케익이나 컵케익, 좀 더 자신감 붙으면 생크림 케이크 쪽으로도 발전하게 되는데, 막상 식빵이나 바게트 같은 더 일상적인 빵에는 도전이 쉽지 않다. 이스트랑 놀아야 하는 것은 어쩐지 어렵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빵에는 재료가 원래 4가지만 들어간다. 밀가루, 이스트, 소금, 물. 발효를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끔 설탕을 조금 넣어주기도 한다. 순서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재료들을 밀가루 위에 각자 놓은 후 먼저 살짝 섞어주고, 그 위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서 휘휘 젛어준다. 재료가 다 섞이기만 하면 되고, 굳이 반죽할 필요는 없는 레시피이다.

내가 계발한 방법은 아니고 유명한 무반죽빵 레시피이다. 책도 나왔다.  오른쪽에 보이는 사진이 내가 8년 전에 구입한 책인데 지금은 개정판이 나와있다. 그리고 내 책은 한국 집에 있어서 구글에서 사진을 찾아왔다.


본격적으로 빵을 만들려면 이 책을 사는 것이 좋겠지만, 사실 여기서 나는 레시피 두 가지만 사용했다. 아티잔 브레드 방식의 하드롤 레시피와 속에 맛있는 것들을 채워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부드러운 빵, 이 두 개만 있으면 정말 무궁무진하게 응용할 수 있다. 심지어 크라상도 구울 수 있을 듯! 하하! 그것은 안 해봤지만, 크림치즈빵, 소시지빵, 시나몬롤, 호떡까지...! 그러나 글이 지나치게 길어지므로 부드러운 빵은 다음 스토리로 넘기고 오늘은 기본편, 아티잔 브레드를 적어본다!


제빵의 기본은 반죽 치대기이다. 치댈수록 빵은 점점 더 쫄깃해져 간다. 그래서 반죽기 없이는 맛있는 빵이 나오기 힘들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팔뚝은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 그러나 신개념의 무반죽 빵이 나왔으니, 나처럼 저질체력의 사람에게도 기회가 왔던 것이다. 그게 벌써 8년 전이니...  그 이후에 진짜 빵 많이 만들어먹었다.


이 레시피는 대충 해도 별로 망치지 않는다. 이 방법의 또 다른 장점은, 반죽을 넉넉히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조금씩 떼어서 빵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갓 만든 반죽보다 오히려 냉장고에 사흘 정도 둔 반죽이 더 잘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달걀이나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이 반죽은 냉장고에서 보름까지 둘 수 있다는데, 나는 통상 일주일 정도까지는 둬 봤다. 너무 오래 두면 반죽이 마르기 시작하므로 그 이상은 별로인 듯하다.


책에 나와있는 레시피는 아티잔 브레드를 4 덩이 만들 수 있는 양이니, 처음이어서 엄두가 안 난다면 반으로 줄여서 해봐도 된다. 


재료는...

밀가루 6컵 반
소금 1큰술~1큰술 반
이스트 1큰술
설탕 1큰술 (옵션)
따뜻한 물 3컵


위 재료를 그냥 다 넣고 섞어주면 된다. 소금은 이스트와 함께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는 주장도 있으니, 그냥 바로 닿지만 않게 넣어주고, 가루끼리 한번 휘저어준 후 따뜻한 물을 넣는다. 딱 정량을 계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죽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밀가루의 마른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니까 눈치를 살피자.


밀가루는 우리밀가루로도 잘 된다. 통밀을 한두 컵 섞어도 좋다. 대충 퍼서 넣지만 소복하게 담지 말고 위를 깎아서 넣는다. 소금은 천일염이나 히말라얀 핑크 솔트처럼 짜지 않는 종류는 1큰술 반을 넣어도 좋지만, 고운 정제염을 쓴다면 1큰술도 많을 수 있다. 부풀기 위해서 넣는 것이 아니고 맛을 위해서 넣는 것이니, 만들어본 후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절해도 된다. 설탕은 안 넣어도 되는데, 이스트가 잘 부풀라고 한 숟가락 정도 넣어줘도 좋다.


물은 팔팔 끓으면 안 된다. 이스트가 다 죽으니, 손가락 담가서 따뜻한 정도로 넣는다. 미지근해도 된다. 심지어 찬물도 된다.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자신 없으면 좀 미지근하게 하자.


물을 처음부터 다 붓지 말고, 저어가면서 눈치껏 넣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 들어간다. 반죽은 질게 나와야 정상이다. 일반 빵 반죽보다 훨씬 더 질다. 아래 사진은 보면 참 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다 섞였으면 뚜껑 덮어서 실온에 둔다. 밀폐용기를 사용해도 되지만 뚜껑을 꽉 닫지 말고 그냥 얹어만 두면 된다. 보울에 했다면 랩을 씌워도 된다. (숨구멍을 뽕뽕 뚫어줄 것) 일회용 샤워캡을 씌워도 된다. 완전 밀폐가 되면 이스트가 숨을 못 쉬어서 죽으니까 그것만 주의한다.


용기는 큼직한 것을 사용한다. 세배 이상 부풀어 오르므로 작으면 넘친다. 예전 사진들을 불러다 써서 화질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왼쪽 사진을 보면 처음 했을 때 용기가 작아서 넘친 것을 볼 수 있다.


실온에서 2-3시간 방치하면서 수시로 관찰한다. 발효시간은 날씨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부푸는 모습을 보고 완료 시점을 결정한다. 아래 사진을 보면 비교가 확실하다. 왼쪽은 계속 부풀고 있는 모습이다. 더 부풀어야 한다. 오른쪽이 준비 완료된 모습이다.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다가 살짝 주저앉는 느낌이 들 때, 이때가 제대로 된 시점이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관찰한다.


발효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으므로 사진 하나 더 투척해본다. 유리용기에 준비했을 때이다. 정말 열심히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윗면에서도 보이고, 옆면에서도 보인다. 구멍이 숭숭. 이것만 봐도 빵이 정말 맛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에 차오른다.


충분히 부풀었다면, 손으로 만져서 반죽을 꺼트린다. 한껏 부풀어 올랐던 녀석이 힘없이 꺼진다. 그리고 안쪽으로 거미줄같이 켜켜 결이 생긴 것이 보인다. 


지금 바로 빵 만들기에 돌입해도 되고, 이 대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다음날이나 빵이 필요한 순간에 구우면 된다. 오히려 바로 만들면, 반죽이 너무 질어서 다루기 힘들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나는 주로 하루 뒀다가 그다음 날부터 만들기 시작한다. 냉장고에 보관할 때에도 용기는 큰 곳에 담는 것이 좋다. 


오랜만에 빵 굽는다고 잊어버려서 다음날 나처럼 이런 참변을 당하지 말고!


자, 그러면 이제 빵을 구워보자. 


우선 베이킹 시트에 유산지를 얹고, 그 위에 콘밀을 뿌려준다. 없으면 밀가루를 뿌려도 상관없다. 들러붙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냉장고에서 다시 부푼 반죽을 손으로 건드려 꺼트리고, 그중에 1/4 정도 적당히 뜯어낸다. 잘 안 뜯어지니까, 쭉 잡아당긴 다음에 가위로 자르면 된다. 손에 들러붙으면 밀가루를 묻혀도 되지만, 오히려 손에 물을 묻히는 것이 더 작업이 쉽다. 밀가루 너무 많이 바르면 오히려 거칠어지고 잘못하면 안에까지 날밀가루 들어간다.


떼어낸 반죽은 동그랗게 다듬어 성형을 해준다. 양 손으로 반죽을 잡아당기듯 하면서 아래쪽으로 모아줘서 동글리는 동작이다. 아래 동영상은 일부러 찍는다고 했는데, 물을 좀 더 손에 바르고 할걸... 왜 이렇게 어설프게 찍혔는지! 민망! 하지만 막상 해보면 쉽다. 저렇게 많이 할 필요 없다. 몇 번만 해주면 된다. 30초 이내로...



동그랗게 모양을 잡았으면 유산지위에 안착시킨다. 그리고 잠시 이렇게 쉬게 놔둔다. 냉장고에서 바로 나와서 차가운 반죽을 그대로 구우면 이스트가 자다가 놀라서 제대로 못 부푸니까 깨어나게 시간을 좀 주자. 한 4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려준다.



이렇게 두고 2차 발효가 되면서 좀 부풀어 오르고, 반죽실온이 된다. 예쁘게 모양인 안 잡혀도 괜찮다. 어떨 때에는 반죽이 너무 질어서 널브러지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오히려 살짝 질을 때 빵은 더 맛있게 구워지더라. 걱정하지 말고 기다릴 것.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있다. 오븐 예열이다. 


굽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그냥 일반 쿠키 팬에 올려서 굽는 법과, 더치오븐 같은 무쇠솥에 넣어서 굽는 법이 있는데, 결과는 무쇠솥이 더 좋지만, 없으면 그냥 해도 사실 큰 상관은 없다. 무쇠솥 대신 스텐냄비 써도 되는데, 플라스틱 손잡이는 미리 포일로 잘 싸 둬야 한다. 안 그러면 손잡이가 오븐 안에서 녹는다.


무쇠솥이 있다면, 빵 반죽을 기다리는 동안, 굽기 시작 30분 정도 전부터 오븐을 예열을 하고, 솥은 뚜껑 덮어서 미리 넣어둔다. 솥이 없으면, 오븐 아래쪽에 스텐이나 오븐용기(유리는 안됨)를 하나 미리 넣어두고, 자갈 같은 거 깨끗한 게 있으면, 그 오븐용기에 미리 넣어두면 더 좋다. 그리고 물을1 컵 끓여둔다.


이도 저도 없으면 그냥 내버려 두고,  다만, 깨끗한 스프레이 용기에 물만 좀 담아서 준비한다. 


여기서 약간 이론을 설명하자면, 이 아티잔 브레드는 고열로 뜨거운 판 위에 굽는 것이 제맛이다. 그래서 더치오븐이 없더라도 일반 쿠키 시트 대신에 뜨거운 피자용 돌판을 이용하면 더 그럴듯하게 나온다. 


또 한 가지는, 빵이 안쪽에는 충분히 촉촉하게 구워지고, 겉면은 바사삭하게 부서지는 크리스피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뚜껑을 덮은 솥 안에서 구우면, 그 안에 수분이 모여서 충분히 빵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뚜껑을 여는 순간 확 마르면서 겉면에 크랙이 가는 바삭한 크러스트가 탄생한다.


그래서 자갈을 넣은 오븐 팬을 밑에 넣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거나, 아니면 스프레이에 물을 담았다가 뿌려주는 것은 편법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든 괜찮으니 자신에게 가장 쉬운 방법으로 구우면 된다.


오븐은 235°C (450°F)로 예열한다. 일반적으로 문을 여는 순간 온도가 확 떨어지니까, 나는 이보다 한 20°C도 정도 세게 해 놓았다가 반죽 넣고 나서 제 온도로 줄인다. 


빵이 완전히 실온이 되어서 오븐이 예열이 되어 넣을 때가 되면, 체를 이용해서 위에다가 밀가루를 넉넉히 뿌려준다. 그리고 아주 잘 드는 칼로 칼집을 내준다. 칼집은 넣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니 각자 창의성을 살려서 그어줘도 된다. 나는 보통 사선으로 그어주고, 아래쪽에 가로로 한 번 더 넣어줘서 높이 부풀어 오르도록 도와준다. 


이번에 빵을 두 덩어리씩 한꺼번에 구웠는데, 그러자니 더치 오븐이 하나뿐이어서 작은 무쇠팬을 하나 같이 예열해 뒀다. 그리고 뚜껑 대신에 아쉬운 대로 스텐 보울을 뒤집어 씌웠는데, 나름 나쁘지 않았다.



나처럼 무쇠솥을 미리 오븐 안에 준비하였다면, 장갑 끼고 솥을 꺼낸 후, 빵을 유산지채로 넣고 뚜껑을 덮어서 오븐에 다시 넣는다. 이때!!! 흔히 뚜껑을 맨손으로 잡는 실수를 하기 쉬우니 절대주의할 것!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무쇠솥을 사용하는 경우, 20분 정도 굽고 나서, 솥뚜껑 열고 다시 20분 굽는다. 그러면 수분이 다 안으로 들어가고 껍질은 갈색으로 바삭해진다.


밑에 오븐용기를 준비하였다면, 위쪽 랙에 빵을 넣은 직후에, 아래 뜨거운 용기에 뜨거운 물을 1컵 부어준다. 수증기가 확 올라오는데, 바로 그것을 노린 것이므로 놀랄 필요가 없다. (찬물을 부으면 오븐 온도가 너무 떨어져서 안 된다)


분무기에 물을 담아서 준비했다면, 반죽을 넣으면서 오븐 안에 뿌려준다. 한 번으로 부족하니, 3분 후에 열어서 한번 칙칙 더 뿌려주고, 다시 3분 후에 한번 더 반복한다. 귀찮더라도 이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하여야 껍질이 바삭한 빵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분무기이다.


일반적인 발효빵은 15분~20분 정도면 굽기가 완료되지만 무반죽빵은 수분이 많아서 총 35분~40분 정도 구워야 한다. 빵을 꺼내어 두드렸을 때 빵이 빈 듯한 퉁퉁 소리가 나야 다 익은 것이다. 겉이 익은 것 같다고 속까지 다 익은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인내를 가지고 굽는다. 그리고 오븐마다 온도가 다르니까, 자신의 오븐 온도를 잘 인식하는 것이 좋다.


자, 이제 완성! 설명은 거창했지만 실제로 과정은 그리 어려운 것이 없었다. 재료도 간단했고, 그냥 저어서 부풀려 냉장했다가 꺼내서 모양 잡아서 구운 것.



아래 두 사진은 예전에 만든 빵인데, 귀찮아서 더치오븐 안 쓰고 그냥 구운 것이다. 단지 물 스프레이를 뿌려줬을 뿐인데 왼쪽처럼 크리스피한 크랙이 갔다. 오른쪽 사진은 반죽이 너무 질게 되어서 별로 예쁘게 되지 않았다고 투덜댔는데, 커팅 후의 저 발효 공기방울을 보면 맛이 얼마나 흡족할지 보이지 않는가!



원래 이런 류의 빵은 완전히 식은 다음에 잘라야 모양이 제대로 산다. 안 그러면 빵이 눌려서 결이 살짝 떡진다. 


하지만, 굽고 나면 궁금해서 자르지 않을 수가 없(을 때가 많)다. 그 덕에 왼쪽 사진은 약간 눌려서 떡이 진 게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따끈할 때는 버터 하나만 발라서 먹어도 꿀맛이다. (8년 전에 찍은 거임)


정말 구운 자리에서 빵 하나 다 해치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진 폭격이 싫은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진 하나 더 투척하자면, 아래 사진은 같은 반죽에다가 건과일을 섞어 넣고 구운 것이다. 그뤼예르 치즈 썰어놓고, 올리브 오일 발사믹 비니거 곁들여서 당시 집에 머물던 손님과 맛있게 먹었다. 


이상은 힘들여 반죽 안 하고 만드는 아티잔 브레드에 관한 상세한 이론과 설명이었고, 저탄 고지하느라 빵과 멀어졌었지만, 밀가루 빵을 꼭 드셔야 하는 분들을 위해서, 내친김에 다음 편에서는 좀 더 부드러운 빵으로의 다양한 버전을 소개하겠다. (지금 다 쓰면 너무 길어져서 기진맥진)


그럼 그동안 이거 먼저 실습하시고, 맛있게 즐기시길...





무반죽 아티잔 브레드 만들기

원 레시피 출처: "Artisan Bread in Five Minutes a Day" by Jeff Hertzberg &  Zoë François

4개 분량

(계량컵 240ml 기준)


재료 :

우리밀가루 6 컵 반 (1~2컵 정도는 통밀로 섞어도 좋다) - 위를 깎아서 계량한다.

드라이 이스트 1 큰술

소금 1 ~ 1 큰술 반 (천일염은 1큰술 반, 정제염은 1큰술)

따뜻한 물 3컵

콘밀, 더스팅 밀가루 (구울 때 팬에 사용)


반죽 만들기:

1. 모든 재료를 다 넣고, 섞일 때까지 젓는다.

2. 고루 섞이면 뚜껑을 얹거나 랩을 씌워 구멍을 뚫고 실온에서 2~3시간 발효시킨다.

3. 반죽이 충분히 발효되고, 살짝 숨이 죽을 때 발효를 멈추고 반죽을 꺼트린다.

4. 냉장고에서 일주일까지 보관 가능하니 필요할 때 꺼내서 굽는다.


굽기:

1. 반죽을 냉장고에서 꺼내서, 손에 물을 묻히고 반죽을 둥글게 성형한다.

2. 콘밀을 깔은 유산지 위에 얹어놓고, 실온이 될 때까지 2차 발효시킨다.

3. 오븐은  235°C (450°F)로 예열시킨다.

4. 더치오븐을 이용하는 경우는 20분 이상 충분히 예열시킨다.

5. 예열 완료되고, 반죽이 실온이 되면, 반죽 위에 체로 밀가루를 넉넉히 뿌려준 후, 예쁘게 칼금을 넣어준다.

6. 일반 굽기일 때에는 반죽을 넣고, 3분 간격으로 3회, 분무기로 물을 뿌려준다. 35분~40분 굽는다.

    더치 오븐 이용 시에는 뚜껑 덮고 20분, 뚜껑 열고 20분간 구워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징어 볶음에서 느닷없이 훈제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