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도 몽생미셸 만 가면 된다고?
오늘은 우리의 첫 숙소였던 르아브르에서 떠나 몽생미셸로 가는 날이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각종 남은 음식들로 아침을 든든하게 차렸다. 첫날 고기를 넣은 오믈렛과 어제의 치즈, 샐러드, 과일... 배불리 먹으면 하루가 편할 것이라는 생각은 평소에 아침을 먹지 않는 나에게도 적용된다. 이래서 여행 중에 살이 찌겠지!
10시 반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서면서 호스트에게 연락하고, 집은 깨끗하게 정리, 열쇠도 제 자리에 넣었다. 내비게이션 주소 넣고 출발! 이틀간이지만 벌써 익숙해진 듯한 곳이었다.
길가다 보니 이런 차가 보여서 재미나서 한 장 찍었다. 번호판을 자기 마음대로 이렇게 적어서 달고 다니다니!
노르망디 해변에는 이런 절벽이 참 많다. 에트르타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르아브를 빠져나오니 이런 절벽이 한꺼번에 쭈욱 연결되어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운전하면서 잘 쓰는 앱은 Waiz이다. 구글앱과 같은 지도를 쓴다는데, 길안내는 확실히 다르다. 길만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사고와 경찰 카메라, 길에 서있는 차 등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도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제법 정확해서 참 유용하다고 좋아했는데, 한참을 달리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우리 왜 파리로 가는 거 같지?"라는 남편의 말에 놀라서 내 핸드폰으로 지도를 열어보니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Mont Saint Michel로 검색을 했는데, 아마도 파리에 있는 무슨 몽생미셸 카페나 그런 것으로 연결되었나 보다! 지도로 위치를 다시 확인했어야 했는데! 오늘도 시작부터 한 건 했네!
고속도로에서 얼른 갓길로 차를 세우고 지도 프로그램을 다시 돌리고 있었더니,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창밖에서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고 길을 잃었냐고 웃으며 묻는 아저씨는 시큐리티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무척 순박해 보였다. 거리 안전 점검을 하러 다니는 분인 듯했다. 우리는 몽생미셸로 간다 했더니, 불어 할 줄 아느냐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다행히 바로 앞에 인터체인지가 있었다. 그래서 차를 돌려서 Go Go!
몽생미셸로 가는 길에는 톨비를 받는 곳이 꽤 되었다. 이것도 은근 부담이 되네. 한 번에 2.50유로부터 5 유로 정도까지 다양하게 값을 물리는데, 창구마다 카드만 되는 곳, 현금도 같이 되는 곳 등등 다르기 때문에 줄 설 때 잘 봐야 한다. 안 그러면, 현금 내려다가 난감할 수 있다.
몽생미셸로 가는 길은 상당히 멀었고, 종종 막히곤 했다. 그래서 원래 계획은 거기 가서 점심 먹고 놀다가 저녁 직전에 들어가는 거였는데, 근처까지 가니 이미 2시였다. 얼른 뭘 좀 먹어야지 싶어서 검색을 하는데, 식당들이 다들 관광지 분위기이고 값이 비싸다는 평이었다. 딱히 내키는 데가 없어서 괴로워하다가, 길가에 식당이 하나 귀여워 보이길래 급히 차를 꺾어 그곳으로 들어갔다.
젊은 오빠 한 명과 빼빼 마른 귀여운 아가씨가 운영하는데, 분위기가 깨끗하고 부담 없어 보였다.
메뉴는 역시 노르망디 해산물로 하자. 그래서 우리가 고른 메뉴는 또 홍합. 그리고 샐러드. 그냥 가장 만만한 것으로 고르는데, 이렇게 두 개 먹으면 둘이 합쳐서 30유로가 안 되니 가격도 또한 착하다.
이번 샐러드는 치즈를 얹어서 구운 바게트, 베이컨, 달걀, 토마토, 호두 등이 들어간 헤비한 것으로 골랐고, 홍합은 크림소스 아닌, 그냥 와인 소스로 골랐는데도 여전히 참으로 맛있었다. 우리는 홍합 다 먹고서 바닥에 남은 국물까지 마시는 사태가 발생했다! 못 말리는 커플, 부창부수다!
든든히 점심을 먹고 나오니 뭔가 구경할 의욕이 다시 샘솟는다. 검색을 했더니 몇 군데 뷰 포인트가 나왔다. 가보니 아무것도 없고, 다만 차를 잠깐 댈 수 있는 엉성한 공간만 있었지만, 멀리 있는 몽생미셸 섬이 아무것에도 가려지지 않고 잘 보였다.
우와! 저거로구나! 그냥 뭔가 마구 신비해 보이는 곳이었다.
사진을 찍고 이곳을 벗어나서 좀 더 달리는데, 차들이 많이 서 있는 농장이 있었다. 들어가서 구경하라고 되어있는 곳도 아니었지만, 누구나 가서 볼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우리도 다시 차를 세우고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더 가까이, 더 가까이...
이제 다 봤다! 돌아가자!라고 해도 될 것 같은 느낌... 그냥 생생하고 신비롭고, 저 돌 절벽 위에 성을 쌓다니,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이 오히려 전체 조각상 같은 느낌이 들며 훌륭했다. 그래도 가까이 가서, 저게 환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봐야지!
그러나 우리는 직접 운전해서 저기까지 갈 수 없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있는 커다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무료 셔틀을 타고 가야 한다. 주차비는 성수기라 다소 비쌌지만 다른 도리는 없었다. 그래도 셔틀이 무료인 게 어디야!
사진 찍는 사람들로 이 앞은 인산인해였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 안으로 들어가니, 이 작은 섬 안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몽생미셸 근처는 일 년 내내 바람이 불고, 일 년 365일 중 300일이 비가 온단다. 성수기여서 붐비긴 하지만, 그래도 여름이라 춥지 않고 (봄철에도 패딩잠바 필수라더라!) 비까지 비껴가니 대박 운수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감사히 인파에 몸을 실었다.
어제 에트르타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오늘 또 이 성을 오르락내리락 하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리고 새 에어비앤비 주인아줌마한테 4~5시쯤 간다고 했는데, 어느새 6시에도 가기 힘든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일단 숙소로 가기로 했다. 밤에 다시 돌아오더라도 일단 가자. 저녁도 먹어야 하고...
빗방울이 간혹 비치며 날씨가 바뀌고 있어서 서둘러 버스를 탔다. 우리 이따가 올게, 기다려! 그리고 생각해보니 우리 둘이 같이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네. 그래서 버스 창에 비친 모습이라도 한 장 남기고...
숙소로 간 그 뒷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