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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y 06. 2021

식료품점에서 텃밭으로!

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을 곧장 심어서 키울 수도 있다

텃밭을 가꾸고, 집에서 먹거리를 키우려고 보면, 씨도 사서 발아시키고, 모종도 만들어야 하고 일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모종을 구입해서 심어야 하는데, 이렇게 캐나다 살면, 모종을 구하기도, 씨앗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경우가 생긴다. 동호회에서 부탁해서 구하기도 하지만, 마트에서 식료품으로 구입해서 가정에서 기를 수 있는 몇가지가 있다.


물론, 한인 마트도 없는 곳에 살면 나처럼 하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먹고라도 한인 마트를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재미 삼아라도 시도해보면 좋지 않겠는가! 한국에 살아서 언제든지 슈퍼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다면 더욱 수월하게 키울 수 있으니 좋을 것이다.


식물들의 성질에 따라서, 씨로 키우면 쉬운 것들, 뿌리 나눔이 쉬운 것들이 있고, 그냥 줄기에서부터 뿌리를 쉽게 내리는 것들도 있다. 그런 속성을 잘 알면 이런 시도가 가능해진다. 의외로 많은 식재료들이 집에서 쉽게 키울 수 있다. 오늘은 두 가지를 심었는데, 내친김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보겠다.



1. 미나리


제일 쉬운 것은 미나리다. 원래 미나리를 한번 살 때 한 다발을 사야 하는데, 식구 적은 우리는 꼭 다 못 먹고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매운탕 같은 거 끓일 때에는 꼭 있어야 하니까 하는 수 없이 구입하곤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미나리 아랫 마디가 그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었다. 


미나리를 사 오면, 위쪽만 사용하고, 아랫 마디는 잘라서 물에 꽂으면 그대로 수경 재배가 가능하다. 생각보다 빨리 자라서 신통한데, 그러나 평생 물만 먹고 클 수는 없다. 수경재배를 계속 이어가려면 영양제를 줘야 한다. 그렇다면 흙에 심으면 어떨까? 훨씬 잘 큰다. 처음에는 좀 적응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싹이 나기 시작하면 상당히 튼실하게 자란다. 이렇게 생명력이 강하니 미나리라는 영화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화분에 대충 던져놓았던 미나리가 겨울을 나고 이렇게 자라고 있다. 올해는 정리를 좀 해줘야 하는데...


미나리 키우는 것은 한 가지만 신경 쓰면 된다. 물을 늘 충분히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나리는 마른땅에서는 안 자란다. 하지만 물에 푹 잠긴 늪 같이 되어도 잘 크니 신기하다. 우리 집에서는 베란다에 놓고 키우는데, 정말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 자주 먹지도 않으니 더 그렇기도 하지만, 겨울에도 그대로 방치했는데, 잘 겨울을 나고 싹이 부지런히 나온다. 


왼쪽이 화분처럼 쓰이는 슬로우쿠커 내솥


밴쿠버 지역은 비가 많이 오는데, 밑이 뚫리지 않은 슬로우쿠커 도자기에 키우는 것은 어느 순간 보니 물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넘치는 것은 대략 쏟아내고 그냥 또 키우니 잘 큰다. 이렇게 키우면서, 먹고 싶을 때 적당히 잘라서 사용하면 된다. 



2. 파


한때, 한국에서 파 값이 너무 비싸서, 집에서 파 기르는 것을 가지고 파테크라고까지 부르기까지 한다는 소릴 들었다. 파를 사 오면, 위쪽 푸른 부분만 잘라서 먹고, 나머지 아랫부분을 물꽂이 해 두면 다시 파가 올라온다. 역시 수경재배가 가능한 것이다. 여러 번 잘라먹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영원하지는 않다. 파도 흙에 묻으면 오래 먹을 수 있다. 


수경재배 시에는 물을 이틀에 한 번은 갈아주는 것이 좋다.


파는 미나리와 반대다. 축축한 곳에 발 담그고 있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물 빠짐이 좋은 흙을 사용해서 심고 과습 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예전에 잘 모르고 화분에 심었는데 어찌나 안 자라던지... 그때는 잘 모르고 잘 자라라고 계속 물을 줬었다. 한국에서 같으면 실파를 사다가 심으면 대파가 된다. 여기 캐나다에서는 실파는 안 팔고, 쪽파 비슷한 것을 판다. 품종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저렴하게 팔아서 사실 굳이 심을 필요를 못 느끼고 주로 그 파를 사용하지만, 한국의 대파는 그래도 종종 생각이 난다. 


가끔 대파를 파는데 가격이 쪽파보다 훨씬 비싸서, 나도 좀 심어서 길러야지 하고 있었다가, 마침 엊그제 마트 갔더니 실해 보이는 대파가 있었다. 확인하느라 한국 대파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얼른 집어왔다. 



파를 심을 때에는, 흰 부분 쪽으로 10센티 정도만 자르면 된다. 굳이 더 길게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밑에 길게 늘어진 마른 실뿌리는 가위로 잘라낸다. 어차피 이렇게 다 마른 뿌리는 다시 살아나지 못하므로 없는 게 낫다. 방해되지 않게 바짝 잘라준다.



이제 이대로 흙에다 심어주면 된다. 처음에 심었을 때에는 그래도 물을 줘서 흙이 파의 사이로 잘 들어가서 단단히 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나는 어디에 심을까 하다가 토마토 밭에 심었다. 토마토는 아직 정식을 하지 않았지만, 파와 토마토는 궁합이 맞는 식물이기 때문에 사이사이 자라게끔 유도를 할 생각이다. 



우리는 스퀘어 풋(square foot) 가드닝을 한다. 그게 무슨 소린가 하면, 텃밭의 크기가 크지 않으니, 작은 공간을 활용해서 최대한 빽빽하게 키우는 서양식 농법이다. 서양식 단위는 피트를 기준으로 한다. 1피트가 30cm 정도 되는데, 그것을 면적으로 해서, 1 ft²을 기준으로 한다. (이것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글을 따로 쓸 예정이다) 식물들마다 1피트 안에 심을 수 있는 개수가 다른데, 토마토는 크기 때문에 혼자 하나를 다 차지한다. 그래도 위로 퍼지는 식물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뿌리 위주로 가늘게 자라는 것들을 심으면 땅을 잘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밭에 표시를 하고, 원하는 곳에 파를 하나씩 띄엄띄엄 심었다. 


왼쪽이 파 심은 날, 오른쪽이 그 다음 날


파는 정말 빨리 자라기 때문에, 신통하게도, 하루만 지나도 이미 파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파가 자라면 싹둑 잘라서 먹으면 된다. 다시 자를 때에는 그냥 땅 높이에 맞춰서 자르는 것이 좋다. 그래도 튼튼하게 잘 자란다. 꽃대가 올라와도 그대로 잘라서 먹으면 된다. 꽃이 피도록 두지 말고 자르면, 그 영양이 뿌리로 들어가서 뿌리가 두 개로 늘어난다고 한다. 아직 여기까지는 안 해봤으니 올해 자라는 거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파의 흰 부분을 많이 먹고 싶으면 파를 깊게 싶거나 흙을 더 높이 올려서 덮어주면 된단다. 나는 그냥 중용 수준으로 간다.



3. 열무

이것은 전혀 계획 없이 심었다. 사실, 모종을 사러 농장에 갔다가 얼떨결에 김치 한다고 열무를 사 왔는데, 너무 많은 거다. 다듬다가 보니, 안에 아기 열무가 들어있었다. 아주 꼬마여서 실처럼 가는 뿌리가 있는 열무를 보니, 먹지 말고 심어줘야겠다 싶었다. 이미 열무 씨를 뿌렸지만, 그 사이에다가 심어두면, 새싹 나와 자라는 동안 얘네들이 먼저 자라서 수확해내고, 나머지 자리를 새싹들이 자라서 키울 것이라는 심산이었다.


어차피 늘어진 이파리들은 죽을 것이기 때문에 잘라내고 뿌리 위주로 심었는데, 역시 다음 날이 되니 바짝 선 모습이 잘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옆으로 새싹이 올라왔다. 생명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맨 왼쪽은 돌산갓, 달걀 모종 옮겨 심은 것. 가운데는 열무 남은 것, 그리고 오른쪽에 열무 새싹



4. 돌나물

나는 마침 돌나물을 화분에 담아서 파는 분을 만나서 구입했지만, 사실 돌나물은 다육식물에 속하여서 뿌리가 없이 줄기만으로 번식한다. 대충 생긴 모양을 봐서 비슷하게 생긴 것들은 대부분 그러한데, 식용은 아니지만, 채송화도 줄기를 잘라서 땅에 꽂으면 그대로 뿌리를 내린다. (그러고 보니 채송화 꽃도 먹을 수 있다고 들은 것 같다!) 


돌나물을 사 와서 몇 마디 단위로 잘라서 흙에 꽂아주면 잘 산다. 채송화도 역시 이번에 구입해서 그렇게 심어줬다. 채송화를 씨로 번식시키려면 새싹이 너무 가늘고 작아서 괴로운데, 이렇게 번식시키면 참 편하다. 


긴 줄기를 잘라 꽂아놓은 채송화에서 꽃이 피었다


우리 집 돌나물은 화분에 좀 심었고, 나머지는 나무 그루터기 아래에 심었다. 어차피 이곳은 잔디를 키우는 곳이 아니어서, 그냥 잔디 대신 번지게 하였으면 좋겠다 싶다. 




5. 달래

오늘 글의 주인공은 사실 달래이다. 나도 달래를 좋아하지만 남편이 달래장을 아주 좋아한다. 봄마다 사서 담그면, 다 먹고 난 다음에 아쉽길래, 이번에는 뿌리를 좀 아껴서 심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사려니 한인마트에 달래가 안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리 부탁을 해서 두 주일 만에 엊그제 드디어 달래를 구했다. 두 덩어리를 집어 들고 오면서 얼마나 흐뭇하던지!


달래도 뿌리 번식을 한다. 즉, 하나를 심으면 그 옆에 아가들이 달린다. 아래 사진에 보면, 옆에 조그만 아가가 붙어있다. 손으로 떼어서 따로 심어주면 두 개의 달래가 된다. 



그래서 달래를 사 와서는 구근이 이미 큰 것들은 그냥 먹고, 작은 것들만 심기로 했다. 그랬는데도 상당히 양이 많았다. 아래처럼 정리했는데, 실뿌리가 너무 지저분해서 한 4센티 정도만 남기고 잘라줬다. 더 짧게 잘라줘도 될 것 같은데, 토실한 실뿌리 자르기가 왠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심기로 했다.



자, 이제 뿌리 부분을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사실 달래는 굳이 심지 않고 그냥 흩뿌려 놓고 흙을 덮어도 되지만, 좀 더 정갈하게 자라게 하고 싶기도 했고, 자리도 너무 많이 차지하지 않게 하고 싶어서 젓가락으로 하나씩 꽂아줬다. 



나는 옮겨심기할 때 나무젓가락을 아주 즐겨 사용한다. 뿌리의 끝쪽을 잡고 흙 안으로 쑥 밀어 넣어주면, 흙을 파헤치지 않고도 뿌리를 깊게 심을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 오른쪽 위 사진처럼 다 꽂아준 후에는 그 위를 흙으로 덮어준다. 저렇게 작아도 명색이 알뿌리인데, 흙으로 덮어줘야 좋아하지!


잎을 남겨 둔 달래만 살짝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위에처럼 화분에 심고, 남은 것들은 밭에도 좀 심었다. 달래는 상당히 빨리 자라는 편이어서, 대략 한 달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다. 잎만 잘라서 먹어도 또 자라고, 잘 자라서 뿌리 번식을 할 때면 통째 뽑아서, 작은 애들만 또 심어주면 계속 먹을 수 있다. 


달래는 너무 더운 날씨를 좋아하지 않으니, 밭에 심은 애는 다음번에 수확하고 나서 화분으로 옮겨줄 예정이다. 그렇게 해서 서늘하게만 잘 관리하면 여름에도 계속 키워서 먹을 수 있고, 겨울엔 집안에 들여서 키워서 먹을 수 있으니 너무 든든하다.




마트에서 곧장 밭으로 갈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이 안 나므로, 오늘은 여기까지.


마음에 두었던 파를 구입하여 텃밭에 심었고, 더구나 소원하던 달래를 드디어 구해서 심어 놓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다. 저녁때는 물론 달래장도 담갔다. 요새 마당에서만 계속 바빴더니 볶은 깨가 똑 떨어져서, 달래에 간장 부어 젖어들라고 기다리는 동안 깨도 볶느라 부산했지만, 흐뭇하구나. 달래가 쑥쑥 자라서 여름 내내 먹었으면 좋겠다. 


저녁은 달래장으로 먹었을까? 아니다, 내가 바쁘니 남편이 연어구이 정식을 차려주었다! 달래장은 내일 먹어야지! 하루 지나야 더 맛있으니까!


피시 차우더 남은 것에다가 연어구이, 밥에는 샤프론 얹어서 고급지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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