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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y 16. 2021

왈라왈라? 양파 이름!

밭을 꽉꽉 채워가는 중

텃밭을 만들면서 원래 양파는 계획에 없었다. 좁은 텃밭에 자리를 만들려면 계획을 잘 세워야 하기에, 토마토, 가지, 고추, 오이, 호박, 옥수수, 깻잎, 도라지, 더덕, 감자, 고구마, 시금치, 콩 등등에 밀려서 뭐 하나 추가로 심으려면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데, 화원에 갔다가 왈라왈라 양파 모종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덥석 집어왔더니 순식간에 난감해졌다.


왈라왈라는 양파의 한 종류인데, 덜 맵고 단맛이 강해 샐러드에 날것으로 사용하면 좋다. 결정적으로 남편이 좋아하는 양파이기 때문에 혼자 쇼핑하다가도 손이 바로 갔나 보다.


봄에 심는 양파는 원래 2월 말에 빽빽하게 파종하여, 온실에서 키워서, 4월쯤 서리가 가시면 내다 심는 것이 제일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대략 연필심 굵기, 길이는 15cm쯤 자랐을 때 심는다. 양파 구근을 심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씨앗 파종하여 모종으로 심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어디에 심을까를 일주일 정도 고민을 하다가, 틈새에 심기로 했다. 스퀘어 풋 가드닝으로, 토마토를 30cm 간격으로 심을 것인데, 그 사이 경계선에 심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지난번에 토마토 모서리에 대파를 심었으니, 얘는 그 사이사이로 들어갈 것이다.


오른쪽 꼬마 화분이 손바닥에 사뿐히 올라가는 사이즈


내가 사 온 모종은, 단돈 $2.50, 한화로 치면 2천 원 정도였고, 손바닥에 올려놓을만한 크기의 자그마한 모종 화분에 바글바글 들어있었다. 하나만 사도 충분할 것 같아서 들고 왔는데, 쏟이놓고 보니 생각보다 더 많았다. 네 묶음이었는데, 모두 뿌리가 뭉쳐있었다.



뿌리 나눔이 처음이었으면 상당히 당황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어린 모종들의 뿌리가 의외로 튼튼하다. 살살 달래면 다 분리가 된다. 



위 동영상을 보면 내가 상당히 무참히 뜯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살살 흔들면서 달래주면 잘 분리가 된다. 실뿌리가 조금 끊어지기도 하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뿌리는 원래 자유로운 것을 더 좋아한다. 이렇게 분리해 놓고 나니 모종이 50개가 넘었다. 이걸 다 심을 수 있을까?


토마토 자리 가장자리로 차곡차곡 심어줬다. 이후에는 부지런히 하느라 사진을 하나도 못 남겼다. 보통 옮겨심기는 저녁때 한다. 식물들도 상당히 스트레스받는 일이기 때문에, 심은 후에 휴식을 하게 해주는 것이 좋은데, 해 뜨거운 대낮이나 오전에 해버리면 종일 쉬지도 못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도 저녁식사 때가 되니 후다닥 하느라 사진 생각 안 하고 심어버린 것이다.


심을 때는 뿌리 끝을 나무젓가락으로 잡은 후, 땅 속으로 쑥 당겨서 넣어주는 방식으로 빠르게 진행했다. 단단히 꽂아주고, 옆쪽의 흙을 꾹꾹 눌러서 잘 설 수 있도록 해주면 간단히 끝난다. 휘청휘청하는데, 물을 한번 주고 다시 한번 눌러줬다. 



위 사진은 딱 일주일 후의 모습이다. 날이 풀렸길래 앞쪽에 방울토마토 모종 세 가지를 심어줘서 앞에 보인다.  굵직하게 올라온 것이 대파이다. 그리고 그 가장자리로 양파가 하늘하늘 서있다.


처음 이삼일은 맥을 못 추니 그냥 두었고, 그다음에 좀 서는 것 같아서, 옆으로 늘어져 접힌 잎들을 제거해줬다. 양파는 잎이 쳐지면 그거 유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쳐지는 대로 잘라줘서 편히 서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8월쯤이면 수확할 수 있단다. 잎이 누렇게 죽을 때까지 키우다가, 그쯤 되면 물을 그만 주고, 수확 전에 단단해지도록 기다린다. 잎이 완전히 다 무너지면 조심스레 파내어, 볕에서 이틀 정도 말려준다. 그리고 나면 통풍이 잘 되는 종이박스나 매쉬에 담아서 저장하며 먹으면 된다.


일부 씨 판매처에서 좀 더 정보를 수집해보니, 이 양파는 월동도 잘하기 때문에 8월쯤 심어서 월동하면 오래 걸리는 대신 더 크고, 더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하니, 겨울 수확도 한 번 고려해봐야겠다. 봄 파종은 150일, 여름 파종은 300일 후 수확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려면 계획을 진짜 잘 짜야할 듯싶다. 그래서 내가 일전에 양파 키운다 했더니 남편이 고개를 젛었던 것 같다. 수확량에 비해서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는데, 300일이면 거의 열 달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냉큼 씨앗도 한 봉지 구해놨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텃밭에 또 하나 추가하였다.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구나! 양파야, 맛있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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