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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y 15. 2021

보내고 얻은 것은 햇살

귀여운 나무로 다시 자라주기를...

때로는 보내고 싶지 않아도 보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어제 우리 집 나무가 그랬다. 봄에 온 동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줬던 벚나무가 사실은 가지치기할 시기가 많이 지나서 온 집을 접수하려 들었기 때문에 과감한 쳐내기가 필요했다. 이 나무 때문에 앞마당 잔디밭에는 해가 전혀 들지 않아서 관리를 아무리 해도 잔디를 살리기가 힘든 상황이었고, 잔디보다는 이끼가 늘 득세를 하고 있었다.


가장 결정적으로는 지붕 위로 올라가서 지붕을 망가뜨리고 있었고, 홈통을 다 막아서 비가 오면 엉뚱한 곳으로 빗물이 흘러내려서 문제를 일으켰다. 그래서 사실은 작년 여름에 그 빗물 때문에 오이 농사를 제대로 못 지었고, 계속 "가지치기해야 하는데..."를 반복하며 또 해를 넘겼다.


흔히 그렇듯 나무가 잠자는 시기인 겨울에 자르는 것이 좋겠다 싶었지만, 어느 순간 보니 벌써 꽃눈이 잡혀버렸다. 그리고 꽃눈 잡힌 나무를 자르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또 미루고 말았다.


그리고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도 벚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우리 동네에 소문이 자자해서 사람들이 일부러 이쪽 길로 산책을 왔었고,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차를 세워 사진을 찍고 가곤 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이 나무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생각하니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

언제 자르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며 검색을 하다 보니, 벚나무는 오히려 겨울에 자르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고 나와 있었다. 병균에 취약한데, 겨울에 춥고 비가 내리면, 자른 자리에 균이 들어가 오히려 나무가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긴 밴쿠버 지역처럼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럴만하겠다 싶었다. 


이제 더 이상 핑계를 대고 미룰 상황이 아니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벚나무 가지치기와 더불어, 집 옆에 바짝 붙어있는 단풍나무도 자르기로 했다. 


건물 가까이 붙어있는 나무여서 사실 그렇게 키우는 것이 좋지 않은데다가, 어느덧 주체할 수 없이 커져버렸다. 나뭇잎과 꽃가루와 헬리콥터 같은 씨가 끊임없이 떨어져서 주변이 늘 지저분했다.  


또한 거실의 한쪽 창을 막고 있어서 집안이 늘 어두운 데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뿌리가 집을 망가뜨리기 쉬운 위치에 있으므로 잘라야겠다고 늘 생각해오고 있었다. 


이웃집에 이야기했더니 반가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웃집으로도 계속 잎이 떨어지니 치우기도 힘들 것이다. 사실 우리는 별로 안 쓰는 공간이지만 이웃집에서는 많이 지나다니는 공간이다.




마음을 정하고는 견적을 받아 보았다. 지인이 소개한 곳에서 자를까 했는데, 이상하게 전화 연결이 계속 잘 안 되던 차에, 남편이 잘 아는 동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를 해줬다. 와서 직접 보면서 견적을 냈는데, 다른 회사의 반값이었다. 그 사람 역시, 벚나무 가지치기는 지금 하는 것이 여름 내 회복해서 겨울나기 좋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내 생각에도, 그렇게 하면 내년에 좀 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전혀 풍성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결정하면 연락을 하고 날짜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아침 남편이 출근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득달같이 바로 오겠다고 했다. 앗! 나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있었는데! 남편의 연락을 받자마자 허둥지둥 나가서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데, 가지치기를 하고 나면 얼마나 허전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벌써 짠해왔다. 


그리고, 베어버리고 한 단풍나무는 키가 너무 커서 한 번도 잎을 유심히 본 적이 없었는데, 이별을 고하며 쳐다보니 나뭇잎이 아름답게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이젠 완전히 작별을 해야 하는데... 그간 정말 전혀 즐기지 못했구나!



그리고 순식간에 두 사람이 도착했다. 나무 자르는 팀이 단 두 명. 사다리차도 없이 일반 사다리를 타고 나무에 기어 올라가 잘라내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나무 자르는 곳에서는 사다리차를 가지고 오는데, 이 사람들은 더 전문적인 것 같았다. 그냥 맨몸으로 나무를 타서 전기톱으로 다 잘라내니 신묘한 재주라 할 수 있겠다!


나무는 밑동부터 잘라내면 큰 나무가 쓰러져서 사람이나 건물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가지부터 잘라내고, 그다음에는 위에서부터 조금씩 잘라서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한다. 두 사람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위에서 나무를 자르면, 떨어지자마자 그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분쇄기에 넣는다. 그러면 그 분쇄기에서 나온 나무칩이 바로 트럭 안으로 들어간다. 


분쇄를 준비하는 아저씨. 트럭 문을 열고 있다.


우리는 가드닝 할 때 나무칩을 쓰기 때문에, 분쇄한 것을 달라고 했더니, 그래도 일단 트럭에 먼저 담은 후에 쏟아야지, 안 그러면 온 동네에 분쇄된 것이 날릴 거라고 했다. 


너무 시끄럽고 위험하다고 해서 나는 집안으로 들어왔는데, 궁금해서 서재를 통해 내다보면서 위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고 나서는 그냥 방에 들어가서 내 할 일을 했다. 나무 자르는데 내가 등장하면 방해만 될 것 같기도 했거니와 나무가 잘려나가는 모습을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이미 단풍나무는 거의 다 자른 상태였다.


왼쪽의 모습에서 오른쪽의 모습으로


나무는 밑동만 남은 상태였고, 그 아래쪽에 있던 머위랑 돌나물과 야생 금낭화는 완전히 망가져있었다. 그리고 새로 싹이 열심히 올라오던 글라디올러스도 꺾여있고... 미리 날짜를 잡았으면 뭔가 대비를 했을 텐데, 무방비로 이리되고 나니 좀 속상했다. 하지만 머위도 돌나물도 잘 살아날 것이다. 야생 금낭화는 이제 져가는 무렵이니 내년을 다시 기약할 테고... 


아침 10시에 도착한 나무 자르기 작업은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중간에 조용해서 내다보니 점심을 먹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겠느냐고 물어봤는데, 아무래도 코비드 시기여서 그런지 괜찮다고 다 준비해왔다고 웃으며 대답해왔다. 화단에는 별 관심이 없는 두 사람이긴 했지만 친절하고, 나름 실제 중요한 물건에는 손상이 안 가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작업이 모두 끝나서 바깥으로 나갔는데... 정말 내 입에서 저절로 "Holy smokes!"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남편이 너무나 놀랐을 때 잘하는 감탄사다.) 뚜껑이 날아가버린 나무의 모습이었다. 입을 떡 벌리고 서있었더니, 나를 부르며, 몇 군데를 가리켰다. 


"이쪽으로 와서 이렇게 보면 여기가 이만큼 튀어나와있으니, 여기도 자르는 게 좋겠죠?" 지금 내 의견을 묻는 것인가? 뭐 이만큼 잘려나간 상황이면 뭐 더 물을게 뭐 있겠느냐만서도, 나름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리라. 그래서 균형 잡힌 모양으로 맞춰주겠다는 것이니 그러자고 했다.


그랬더니 동료더러 나무를 잡으라고 하고, 쓱싹쓱싹 톱질을 했다. 



그리고 죽은 가지들도 몇 군데 더 찾아서 이번엔 긴 스니퍼로 잘라내서 정리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일부러 잎이 있는 부분들을 남겨뒀다고 했다. 하긴, 많은 곳에서 가지치기를 심하게 하면 잎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잘라버리곤 하는데, 이 정도 남겨놔서 서글픔은 좀 면하게 해 준 셈이라고 보이긴 했다. 이제 성장하는 시즌이니 나무가 수액을 좀 잃기는 하겠지만, 중간중간 힘을 못 받던 작은 나뭇가지로 에너지가 모여서 여름 동안 많이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행히 어제부터 며칠간 날씨가 계속 맑을 것이어서 비 걱정도 안 해도 되고 말이다. 


나무 자르는 작업은 이렇게 끝났고, 우리가 부탁한 대로 굵은 목재는 집 앞에 모아두었다. 이웃집에서는 아직도 나무로 벽난로를 때기 때문에 좋은 목재는 언제든 환영이다. 그리고 단풍나무나 벚나무는 고급 나무로 들어가기 때문에 챙겨주기로 이미 약속을 한 상태였다. 


나뭇가지를 갈아서 만든 우드칩은 트럭에 한 가득이었는데, 얼마나 주려냐고 물어왔다. 내가 그냥 다 쏟아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믿어지지 않는 눈치였다. 조금 쏟아내고는, 이 정도면 되겠냐고 해서, 더 달라고, 그리고 더 달라고 계속 그랬더니, 결국은 트럭을 앞으로 빼서는 확 쏟아버렸다. 그래서, 우리 집보다 먼저 장소에서 자른 소나무 가지까지 모두 쏟아져 나왔다. 쏟아놓고서도, 정말 이만큼이 다 필요하냐고 눈이 휘둥그레 졌는데, 아무렴! 우리는 다 소비할 수 있다! 대략 4야드 정도의 분량이 쌓였고, 아름다운 나무 향기가 가득했다.



그들이 가고 나자 나는 넋이 나간 듯 앞마당을 바라보았다.  나무 밑에 아름답게 피어있던 물망초가 다 망가졌지만, 거기에 신경이 쓰이기에는 나무가 너무 변해서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인심 써서 남겨준 얼마 안 되는 나뭇잎들이 애처롭게 매달려 있었고, 한 번도 볕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던 잔디밭이 환하게 뜨거운 태양을 마주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는 다시 둘이 또 그렇게 쳐다봤다. 나무 전체의 부피로 보자면 10분의 1로 줄어든 기분이었다. 


비포 앤 애프터


그러나 그렇게 계속 망연자실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수습을 시작했다. 나는 만신창이가 된 정원의 화초들에서 톱밥을 털어내고 부러진 것들을 정리했다. 


남편은 여기저기 뒹구는 목재들을 옆집에 쌓아주었고, 우드칩들을 뒤뜰로 나르기 시작했다. 


우드칩은 화단 뒤쪽을 정리하는 데 사용되었다


영원히 줄어들 것 같지 않았던 우드칩들은 오늘까지 이틀에 걸쳐서 모두 뒤뜰로 옮겨졌고, 우리는 햇볕이 쏟아지는 앞마당을 갖게 되었다. 


먼지를 털어낸 머위는 이제 그늘을 찾아서 새로운 자리로 이사를 해야 할 테고, 앞쪽에는 볕을 좋아하는 화초들로 채워질 것이다.


산책하며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 역시 안타까워하면서도, 한 번 정리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래도 꼭 한 마디씩 따뜻한 말을 던지고 간다. 



우리는 마치 미용실에서 긴 머리를 짧은 커트로 자르고 집에 와서 거울을 볼 때마다 놀라듯, 그렇게 집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고개를 돌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지만,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사랑하는 나뭇가지들과 잎을 잃었지만, 그 대가로 볕을 얻었다. 거실에 앉아서 햇볕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너무 휑하고 가슴속이 텅 빈 것 같지만, 그 텅 빈 가슴속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왔다.


사랑하는 벚나무, 여름 동안 많이 회복해서 귀엽고 작은 가지들을 많이 만들어내라고 응원해본다.


창 밖으로 하늘이 보인다는 것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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