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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y 24. 2021

곤드레가 만드레 되기를...

곤드레 밥해 먹으려면얼마나 모아야 되려나?

작년에 모종 사러 한인 농장 갔는데, 곤드레와 곰취를 판다길래 반가운 마음에 덥석 집어왔었다. 다년생이라길래 그냥 쉬울 줄 알았는데 웬걸? 일 년 내내 비실비실 해서 먹어도 못 보고 애지중지 하다가 그냥 포기하고 한 해를 보냈다. 나중에는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거름 듬뿍 주고 새로 만든 꽃밭에도 심어봤는데, 어디에 심어도 맥을 못 췄다. 가을이 되면 꽃이라도 피어주길 바랬으나 꽃조차 피우지 못하고 사그라들고 말았으니 무슨 희망을 갖겠느냐 말이다.


그런데! 역시 다년생은 한 해동안 뿌리가 활착 되어야 그다음 해에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나는 존재 자체를 잊었는데,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던 어느 날 보니, 곰취와 곤드레가 튤립 사이에서 언제 나왔는지도 모르게 싹이 쑤욱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잠시 신경을 쓰지 않은 사이에 그냥 자기네 마음대로 쑥쑥 자라더니 큰 녀석은 어느새 허리춤까지 올라와 버렸다.


꽃밭을 차지한 곤드레


아침에 나와서 둘러보면서 곤드레 사진 찍는데, 옆에 피어있는 제라늄에 벌이 와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다. 이 꽃은 늘 벌에게 인기가 좋다. 





곤드레 모종을 모두 몇 개 샀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한 여섯 개 정도의 곤드레가 자라고 있다. 그것도 심지어 꽃밭에서... 하하! 얘네들을 텃밭으로 옮겨줘야겠는데, 또 건드렸다가는 심술을 부릴 테니 더 있다가 좀 먹고 나서 가을 될 때쯤 옮길까 생각 중이다. 아니면 가을에 씨를 받아서 텃밭에 새로 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아무튼 작년에 하도 제 구실을 못 해서, 공부도 하다 말았는데, 올해는 잘 자라니 곤드레에 대해서 좀 공부를 해봤다. 사실 자라는 모습을 봐도, 어떻게 따먹어도 될지 조차 감이 안 잡히니 공부는 필수다.


공부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우리나라 많은 나물거리들은 일반적으로 약한 독성이 있어서 잘 삶거나 처리를 해야 하는 편인데, 곤드레는 그렇지 않고 온순하단다. 물론 익혀서 먹는 야채이긴 하지만 먹는 데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확하는 방법은 밑동을 과감히 자르라는 것이었다. 밑에 마디를 두 마디 정도만 남겨줘도 충분히 다시 잘 자란다고 했다. 그래서, 저녁 반찬으로 써야지 하는 마음으로 한 번 썩둑 잘라봤다.



세상에 이게 무슨 나무인가? 이렇게 큰 녀석을 그냥 잘라 버렸네. 그래도 사실 막상 먹을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뽑아서 들고 올라오니 남편이 막 웃는다. 내친김에 상추랑 갓도 좀 잘랐다. 


요새는 마당 일을 하다 보니 저녁을 대충 먹는 일이 많은데, 오늘도 간단히 몇 가지만 해서 먹자고 했다. 내가 마당에서 바쁜 날에는 남편이 저녁을 해주지만, 오늘은 곤드레를 뽑았으니 내가 해야지. 어제 남편이 만든 햄버거가 남아있어서 그걸 이용해서 쌈밥같이 해 먹어야겠다 싶었다. 


분주히 하느라 사진은 거의 못 찍었지만, 말로 다 설명이 가능하다. 



일단 잎 부분과 줄기 부분을 분리해서 씻어줬다. 이렇게 키가 크니 가운데 줄기는 제법 뻣뻣했다. 처음에 고구마 줄기 벗기듯 질긴 섬유질을 벗기다가 성가셔서 그만두고, 일단 잎을 먼저 한 번 삶아줬다. 끓는 물에 소금 조금 넣고, 팔팔 끓을 때 잎 넣고 휘저어서, 다시 끓기 시작한 이후에 꺼냈다. 사실 좀 더 삶는다고 그리 뭉개지지는 않는다.


잎은 삶고 나니 정말 한주먹도 안 되었다. 잎에 붙어있는 줄기도 다 제거하고, 먹기 부드럽게, 간장과 파 마늘 참기름 깨 넣어서 간단하게 무쳤다. 먹어보니 질감이 연하여 씹는데 거슬림이 없고, 양념장을 잘 흡수해서 맛이 괜찮았다.



잘라낸 줄기는 길이로 한 번 더 갈라준 후, 잘게 다져서 강된장찌개에 던져 넣었다. 잎에 붙어있던 가는 줄기도 마찬가지로 종종 썰어서 찌개에 넣었다. 강된장 찌개는 건더기가 많아야 맛이 있는데, 들어갈 재료가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줄기를 넣어주면 좋다. 호박잎 쌈을 먹으려고 찔 때에도 잎만 쌈을 싸 먹고 줄기 부분은 다져서 찌개에 넣으며 딱 좋다. 



끓이면서 보니 건더기가 부족한 것 같아서, 얼마 전 마파두부 만들어 먹고 남은 것도 넣고, 버섯도 몇 개 송송 썰어 넣고, 그랬더니 걸쭉하게 잘 끓여졌다. 마지막에 베란다의 서양 부추를 조금 잘라다가 종종 썰어서 얹으니 색도 예쁘게 마무리되었다. 



뒤쪽에 보이는 상추와 청갓, 적갓, 케일 잎은 마당에서 수확한 것이다. 이렇게 쌈채소 이용하여 강된장 얹어  텃밭 수확으로 한 끼 잘 해결했다. 아직 그리 수확물이 많지 않지만,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그게 바로 텃밭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곤드레 열심히 모아서 언젠가는 곤드레 밥도 꼭 만들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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