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양배추 김치 사워크라우트를 좀 더 폼 나게 만들기
유산균이 듬뿍 들은 한국의 전통음식을 꼽자면 단연 김치일 것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서양에서도 김치가 한국 것인지는 누구나 안다. 그런데 서양에도 약간 비슷한 음식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독일식 사워크라우트(sauerkraut)이다. (엄밀히 발음을 따지면 사워크로우트와 사워크라우트의 중간쯤?)
한국 김치처럼 고춧가루나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양배추와 소금이라는 아주 간단한 조합으로 만들어지는데, 발효의 원리는 상당히 비슷하다. 충분히 절여서 스스로 발효되게 하는 것이다.
한국의 김치를 전통적으로 한다면, 항아리에 담아서 땅에 묻는 것을 떠올리는데, 사워크라우트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전용 용기가 있으면 더 맛있게 잘 된다.
남편은 매년 사워크라우트를 만드는데, 사용하던 플라스틱 통이 작년 여름에 금이 갔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드디어 마음먹고 제대로 된 항아리를 장만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적절한 가격으로 찾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남편은 폭풍 검색에 들어갔고, 오랜 검색 끝에 원하는 크기와 가격이 맞는 것을 드디어 한 군데에서 발견했다! 가까운 곳에서는 구매할 수 없어서, 온라인으로 주문을 한 후 40분 거리의 그곳까지 운전해서 픽업을 가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어렵사리 구해온 이 항아리(sauerkraut fermenter)는 한국의 옹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반질반질 윤기 나는 그릇이 나름의 개성을 뽐낸다. 뚜껑도 같은 재질이기에 묵직하게 덮어주어서 좋고, 그중에서 특히 마음이 드는 것이 바로 누름돌이다.
안에 딱 맞는 사이즈의 이 누름돌은, 사워크라우트를 담근 후, 곰팡이가 피지 않게 눌러줄 수 있게 되어있다. 솔직히 나는 이걸 보는 순간, 나중에 여기에 오이지 담그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일단 본연의 사워크라우트 만들기를 먼저 해야겠지?
만드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우선 양배추를 준비한다. 사등분으로 잘라준 후, 꼭지 부분을 제거하고 가늘게 채를 썬다. 양배추 채 써는 도구가 있으면 편리한데, 남편이 가지고 있는 사워크라우트 전용 양배추 채는 아주 큼직하다. 커다란 양배추를 편하게 자르기 위한 구식 도구인데, 손 다치지 말라고, 양배추를 넣는 상자까지 붙어있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정말 그 크기에 깜짝 놀랐다.
큰 통에 대고 힘차게 문지르면 저 상자가 통째로 따라다녀서 비교적 안전하게 미끄러지지 않고 자를 수 있어서 좋다.
양배추 채 썰기가 끝나면 소금을 넣어서 잘 섞어준다. 그러고 나서는 어느 정도 짓이겨야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식용으로만 사용하는 고무망치를 이용했다. 누를 도구가 마땅치 않으면 주먹으로 두드리듯 눌러도 된다. 한 7~8분 정도 계속 눌러서, 양배추 안의 즙이 나오도록 한다.
이제 복잡한 작업은 여기서 완료이다. 항아리에 담고 나서 누름돌을 얹어주면 된다. 누름돌로 눌렀을 때, 양배추에서 나온 즙이 누름돌 위에까지 올라와야 곰팡이가 피지 않고 잘 발효가 된다. 만일 즙이 충분하지 않다면 물을 조금 넣어서라도, 양배추가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기에 노출이 되면 그 부분이 곰팡이가 피기 때문인데, 이 누름돌은 그 용도로 아주 딱 맞춤이었다.
이제 잘 관찰하면서 숙성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가끔 골마지가 끼거나 하면 건져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종종 골마지가 끼곤 한다고 하였는데, 이번에 이 항아리에 했을 때에는 전혀 그런 게 생기지 않았다. 역시 용기가 좋아야 하는가 싶었다.
한국 같으면 전통 옹기에다가 하면 아주 좋을 것 같다. 물론, 항아리가 없고, 이런 전용 용기가 없어도 누구나 집에서 사워크라우트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김치통에 해도 되고, 아니면 유리병에 담가도 좋다. 이곳에서도 피클용 유리병에 담그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에는 유리로 된 누름돌을 사용해도 좋고, 아니면, 아주 작은 일회용 잼병 같은 것을 넣어도 좋다.
이제 이 사워크라우트는 실온에 일주일 정도 발효를 시키고, 그 이후에는 좀 선선한 곳으로 옮겨서 계속 발효를 진행한다. 이때에도 매일 뚜껑을 열고, 골마지가 끼는지 관찰하고, 거품이나 골마지가 끼면 제거해준다.
이것도 결국은 김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즐기는 맛의 취향이 다르다. 우리도 설익은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신김치가 맛있다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따라서 수시로 맛을 보면서 취향에 맞을 때까지 천천히 발효를 시킨다. 그리고 발효가 완료되면, 밀폐용기에 담아서 냉장 보관하고 먹으면 된다.
두 주일 지나면 먹기도 하는데, 남편은 많이 숙성된 것을 선호해서 우리는 한 달 넘게 숙성했다. 맛을 보니 적당히 아작아작 하면서 깊은 맛이 났다. 좀 더 숙성해도 되지만 이 정도에서 멈추고 냉장하기로 했다. 그래서 유리 밀폐용기에 최대한 꾹꾹 눌러서 담았다.
새 항아리 테스트 겸으로 일단 양배추 한 통을 했는데, 엄청 줄어들어서 이게 전부네. 허무하다! 하하! 그리고 남은 국물은 마셔도 된다. 그야말로 김치 국물 아니겠는가. 그대로 마시기엔 좀 짜지만, 여름철이라면 찬 물에 조금 섞어서 마시면 갈증 해소에도 아주 좋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게 핫도그 빵에 소시지를 끼우고, 거기에 함께 얹어서 먹을 수도 있다. 우리는 밀가루를 먹지 않으므로 핫도그 빵은 패스하고, 소시지와 곁들여서 먹었다.
차갑게 먹어도 되고, 데워서 먹기도 한다. 우리도 김치로 볶음이나 찌개를 해 먹는 것처럼 말이다. 하긴, 한국 김치 구하기 힘든 외국에서는, 마트에서 구입한 사워크라우트에 고춧가루와 돼지고기를 넣어서 김치찌개 대용품으로 끓여 먹었는데 비슷한 맛이 났다는 글도 읽었다.
찜기에 소시지를 얹고, 그 위에 다시 사워크라우트를 얹어서 따뜻하게 데워내면 된다. 점심이나 간단한 간식으로는 거기에 머스터드소스만 곁들여서 먹어도 좋다.
식사로 먹는다면, 옆에 감자나 밥을 곁들이고, 야채도 몇 가지 얹으면 훌륭한 한 끼가 된다. 물론 이때에는 사워크라우트가 메인이라기보다는 곁들이 음식 같이 되겠지만, 우리의 김치처럼 아주 훌륭한 곁들이가 되는 것이다.
재료:
큰 양배추 한 통 (손질 후 무게가 800g 정도)
고급 천일염 1큰술
만들기:
1. 양배추를 흐르는 물에 씻은 후 4 등분한다.
2. 꼭지 안쪽을 따내고, 얇게 채 썬다. (채썰기 힘들면 푸드 프로세서에 돌려도 좋다)
3. 채 썬 양배추와 소금을 큰 볼에 담고 잘 섞어준다
4. 손이나 도구를 이용해서 5분 이상 쿵쿵 찌어서 즙이 배어 나오도록 한다.
5. 발효시킬 항아리나 병에 양배추 믹스를 담고, 누름돌로 최대한 눌러서, 건더기가 공기에 닿지 않게 한다.
6. 실온에 일주일 가량 보관한다. 골마지가 끼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생기면 제거한다.
7. 그 이후로는 집안의 서늘한 곳에 보관하며 한 달간 더 숙성시킨다.
8. 입맛에 맞는 순간이 오면 밀폐용기에 눌러 담아 냉장 보관한다. 1년 정도 보관 가능하다.
* 취향에 따라 붉은 양배추를 사용하기도 하고, 일반 양배추에 당근이나 래디쉬, 비트 같은 다른 야채를 함께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양배추의 분량이 반을 넘도록 비율을 맞춘다.
비슷한 글이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