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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Sep 03. 2019

영주권을 위한 마지막 관문, 인터뷰

챙겨야 했던 것과 필요하지 않았던 것

허니문에서 돌아오자마자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이 영주권 인터뷰였다. 사실 영주권 신청에서부터 발급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길고 지루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 일이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안심하고(?) 한 달 간의 허니문을 계획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출발하기 직전 캐나다 이민국 사이트에서 우리의 상태Decision Made (모든 서류 통과)로 바뀌면서 우리는 즐거움과 걱정을 동시에 갖게 되었었다.


일반적으로 이 Decision Made가 되고 나면 두 주 이내에 인터뷰받으라는 연락이 오고, 이 인터뷰 날짜는 꼭 지켜야 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할 부득이한 이유가 있다면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날짜를 연기할 수 있다고 되어있었기에, 우리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다. 자그마치 한 달 간의 계획을 세웠는데 그 수많은 예약들을 취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해외여행 중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우리의 비행기 티켓 사본을 챙기기로 했다.


그리고 여행하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한켠에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메일로 통보가 오면 괜찮은데 만일 그게 우편으로 오는 것이라면 어쩌지? 이웃집에서 우리의 소포를 챙겨주기는 하지만 편지 등은 곧장 집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도 관리를 해줄 수 없다. 그나마 왔다는 사실을 안다면 누군가에게 가서 열어봐 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왔는지 안 왔는지도 모르는 편지를 찾아달라고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가 여행이 3분의 2쯤 흘러간 어느 날 이메일이 왔다. 긴장된 우리는 이메일을 열어보고 환호를 했다. 인터뷰 날짜가 8월 29일로 잡힌 것이다. 우리의 도착 예정일은 8월 28일. 즉, 도착하자마자 그다음 날 가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무사히 이메일을 받았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날짜를 미룰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더욱 홀가분한 마음이 되었다. 


이메일에 적힌 준비물을 대충 읽어보았다. 별로 어려워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인터뷰 요청이 왔다는 것은 사실상 영주권 발급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다지 까다롭게 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귀국. 준비물 중 하나가, 가장 최근에 캐나다에 입국한 증거였기 때문에 출입국 담당 직원에게 입국 스탬프를 찍어 달라고 일부러 부탁해서 날짜 도장을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비행기표를 챙겨야 했지만, 그보다는 스탬프가 확실하니까. 오후 4시에 공항 도착해서, 마중 나왔던 아들을 데려다주고 장 봐서 집에 들어오니 6시. 저녁 대충 챙겨 먹고 이러저러하다가 결국 12시 좀 넘어서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시차 때문에 많이 고단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짐 풀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준비를 시작한 시간은 11시경이었다. 간단히 여권만 챙기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가는 길에 사진관에 들러서 영주권용 사진을 찍고 뒷면에 날짜 스탬프를 받으면 될 테니 12시쯤 집에서 나서면 될 거라고 계획을 세웠다. 인터뷰 예약 시간은 2시였고 10분 전까지 가도록 되어있었다.



다시 확인하려고 이메일을 열고 준비물을 체크하는데... 아, 이런! 생각지 못했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최초 캐나다 입국 날짜와 가장 최근 캐나다 입국 날짜를 메모하고,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하시오. 아,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최근 입국 날짜는 스탬프를 받아서 해결했는데, 최초 입국 날짜는 어쩌란 말이냐? 처음 캐나다 왔을 때는 딸 유학 때문에 2년간 왔던 2010년이고, 그때의 여권은 한국 집에 있는데!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마지막 부분에 이런 구문이 있었다. 현재 유효한 그리고 이전에 받아서 유효기간이 지난 캐나다 발급 모든 비자 및 워킹 퍼밋  등 임시 거주 관련 서류. 도대체 나는 뭘 읽었었던 것이지? 최근 받은 워킹 퍼밋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옛날에 딸 데리고 올 때 받았던 비자도 필요하단 말인가?


기억을 더듬어, 처음 영주권 신청하면서 당시에 이 날짜가 필요해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여권 좀 열어서 확인해달라고 부탁하고 이메일로 사진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부지런히 네이버 이메일을 뒤져보니 일부는 대용량 메일로 처리되어서 사진은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왜 진작 지난번 가족들 올 때 구 여권들을 가져다 달라고 하지 않았던 것일까? 후회는 되지만 시간은 코 앞에 닥치고...


건진 사진 중에 옛날 비자 사진이 있었는데, 예전 비자 날짜가 사실 당시 나의 입국 날짜였기에 일단 원본은 없으니 비자 사진으로 대신하기로 생각하고 엉성한 폰 사진이지만 그나마 출력을 하였다. 그리고 당시의 캐나다 입국도장은 없지만 한국에서 발행하는 출입국 증명서를 발급받아 같이 제출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공문서는 캐나다 종이인 레터지로 출력하면 밑이 잘리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져온 A4용지를 사용해야 하는데, 막상 찾으니 어디다 뒀는지 생각이 안 나는 거다. 늘 두던 데 안 두고 어디론가 최근에 옮겼다는 기억만 나고... 


일단 신청을 해보자 하고 접속을 하니 공인인증서부터 여러 가지로 에러가 나고 힘들다가, 보안시스템 여러 가지 계속 다운로드하라고 나오고, 시간은 자꾸 가고, 내 속도 타들어갔다. 점심도 먹고 가야 하는데... 남편은 신청서 낼 때 지급한 비용의 영수증을 출력하고 준비 완료된 상태였다. 내가 신경 곤두서서 분주하니 남편은 아무 말 안 붙이고 조용히 점심을 준비해서 먹고, 내 것도 언제든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나는 준비된 샐러드를 먹으며 계속 움직였고, 결국 필요한 것들을 모두 출력했다. 이게 거기서 먹힐지 아닐지 모르는 상태로.


12시에 출발해서 넉넉히 가고자 했으니 12:30에 간신히 출발했다. 가면서 사진관에 전화해서 혹시 점심시간에 문을 닫는지 확인하였고, 다행히 얼른 오라고 해줘서 바로 갈 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났는데 사진관 컴퓨터가 잠시 말썽을 부려서 나를 긴장시켰고,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영주권용 사진을 출력할 수 있었다. 아저씨가 뒷면에 사진관 이름과 날짜 스탬프를 찍어주면서, 가져가서 뒷면에 내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으라고 다시금 말해줬다. 사진은... 물론 마음에 들게 나오지 않았다. 내가 스트레스 가득한 상태였으니 잘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사진을 찍고 나와서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남편과 밴쿠버 시내로 출발한 시각이 이미 1시가 살짝 넘어있었고, 우리의 도착 예정시각은 1:45이었다. 언제나 무엇을 하든지 30분 전에 넉넉히 가야 하는 성격의 남편에겐 이 촉박한 시간이 스트레스가 되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 욕 같은 것은 전혀 안 하는 성격이지만, "자기네 컴퓨터로 두드리면 내 출입국 기록 다 나올 텐데 쓸데없이 십 년이나 지난 이따위 빌어먹을 기록은 왜 가져오라는 거야?"라는 말을 영어로 내뱉으며 스트레스를 분출하려 했다. 


주차장을 눈 앞에 두고 입구를 못 찾아 건물을 두 바퀴 돌고 간신히 차를 세운 우리. 이민국 사무소 출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정확히 1:50이었다. 정말 시간은 칼 같이 맞췄네. 벨을 누르니 담당 직원이 나와서 문을 열고서는, 이메일 출력해온 것을 달라고 했다. 헉! 이건 뭔 소리여? 우리가 난감해했더니 이메일 받은 페이지를 폰에서 열라고 했다. 남편이 얼른 폰을 열어 이메일을 보여주니, "여기 첫 줄에 이메일 출력해서 가져오라고 쓰여 있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아, 이렇게 민망할 데가! 둘이 눈을 멀쩡히 뜨고 그 부분을 못 읽었다니!


보통 이런 곳에서는 상당히 권위적으로 사람을 대하고 무안을 주기 일쑤인데, 이 사람은 시종일관 미소 지으며 친절하게 대했다. 확인되었으니 들어와서 기다리면 체크리스트를 주겠다고 하며 문을 열어줬다. 곧이어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주소와 연락처를 적고, 사진을 가져왔는지, 여권을 가져왔는지, 영수증 및 워킹 퍼밋을 모두 가져왔는지 등에 체크하는 종이였다. 그 이후에는 30분가량 우리 차례를 기다렸다.


실내에는 대기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인터뷰는 방 안으로 따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은행 창구처럼 된 곳에서 이루어졌다. 4개의 창구가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안쪽 어느 방으로 불려 들어가기도 했다. 우리는 계속 긴장된 기분으로 대기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구여권을 달라고 말하기도 했고, 무사통과된 한 커플은 신이 나서 댄스를 하며 걸어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대부분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있는 분위기였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1번 창구로 불리어갔다. 사실 그 창구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다 밝아 보여서 나도 내심 그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딱 그렇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준비해 간 서류를 처음부터 다 내밀지 않고, 달라는 것만 하나씩 내밀었다. 먼저 남편의 신분증을 확인했고, 그리고 나의 여권과 현재 워킹 퍼밋, 사진 2장을 달라했다. 처음 캐나다 왔던 것은 언제인지 묻고, 왜 왔는지 물었다. 결혼은 언제 결정했느냐고 묻길래, 글쎄요... 하다가, 지난 12월에 입국한 것이 결혼을 위한 최종 입국이었다고 대답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최근 마지막으로 입국한 게... 하면서 8월 28일이네요." 하길래, "네, 어제예요." 했더니, "아, 정말 그러네요! You made it! (딱 맞춰 오셨네요!)" 하며 웃었다. 여권에 스탬프 찍어달라고 부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컴퓨터에 뭔가 더 타이핑을 하더니 날더러 틀리는 것이 없는지 확인을 하라고 했다.


이름 스펠링이나 눈 색 같은 것을 확인하라는 데, 엉뚱하게 내 키가 10센티가 더 크게 작성되어있었다. 기분이 좋았지만 맞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므로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수정을 요청했다. 잠시 후에 다시 출력해서 다시금 확인을 했고, 범죄를 저지르거나 추방당한 적이 있느냐는 아주 기초적인 질문 몇 가지를 던졌다. 그리고 그 옆에 확인 이니셜을 적어 넣게 하였다.

과정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부드러웠고, 군더더기 없었으며, 아침 내내 긴장하며 준비해 간 서류는 하나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서류를 보니 original entry date는 10년 전이 아닌, 작년 12월로 기록되어있었다. 


나는 혹시 아이도 dependant child로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나이가 이제 22살이 넘어서 본인 스스로 신청하지 않는 한 안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성을 KIM에서 남편 성으로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으나, 모든 이름은 여권과 같아야 한다며, 원하면 나중에 개명신청을 하라고 말해줬다. 간혹 바꿀 수 있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것은 복불복인 듯했다. 이제 전 과정 완료! 그는 웃으며 축하한다고 말하고, 최장 4주 안에 영주권이 만들어져서 집으로 발송될 것이라고 알려줬다.


우와! 드디어! 주변 사람들이 축하한다고 말해줬고, 우리는 그 친절했던 직원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를 남기고 그곳을 나왔다. 축하의 키스와 어쩐지 눈물 한 방울... 아마도 준비할 때부터 생겼던 긴장과 스트레스가 풀리는 순간이어서 그랬던 듯하다. 그리고 인증샷 한 장. 지나가던 사람이 "Congratulations!" 라며 미소를 보내주었다.


그냥 집으로 향하기 아쉬웠다. 주차장에 시간도 넉넉하게 채웠기 때문에 손 잡고 거리를 잠시 거닐었다. 그리고 문득 남편이 말했다. 그 가게가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안 보이네. Davie St. 어딘가에 있는 꽃집. 우리는 반대방향으로 걷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만난 꽃집. 주인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꽃이 많이 있었고, 축하의 의미로 꽃다발을 구입하기로 했다. 우린 노란 칼라꽃을 선택했고, 향기를 더하기 위해서 아직 피지 않은 백합봉오리를 얹었다. 


아직 영주권이 나오려면 몇 주를 더 기다려야 하고, 그동안 나는 아무 데도 출국할 수가 없다. 예전에 받았던 임시 워킹 퍼밋은 무효처리되었고, 새로 받은 증명서는 재입국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뚜렷하게 적혀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거의 다 온 것이고, 그간 뭔가 서류가 부족하거나 실수를 해서 곤란을 겪을까 봐 괜스레 스트레스받았던 시간들을 보상받기 위해 우리는 집에 와서 간단한 축배를 들었다. 


지난 생일 때 받아서 쟁여두었던 샴페인을 이번 여행에서 큰 마음먹고 사온 무라노 글라스에 담으니 찰떡궁합이었다! 축배를!






배우자 스폰서쉽 인터뷰시 준비해야할 것들


인터뷰 날짜가 적혀있는 이메일 레터

스폰서(초대하는 배우자)와 그의 신분증

신청자가 영어/불어를 못할 경우 통역자

영주권 신청시 필요한 비용 지급 영수증

신청자의 유효한 여권

최초 캐나다 입국한 날짜 / 최근 캐나다 입국한 날짜 : 메모하고 관련 서류 지참

신청자의 사진 두장 - 사진규격은 링크 참조)(http://www.cic.gc.ca/english/information/applications/guides/pdf/5445EB-e.pdf)

현재 유효한 / 이전에 받아서 유효기간이 지난 캐나다 발급 모든 임시 거주 관련 서류 (일반적으로 진행당시 발행된 워킹퍼밋을 지참하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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