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15일(목)~ 18일(일) 예문갤러리
한 때는 퀼트를 했습니다. 전 생애를 바쳐 퀼트를 하겠다고 할 만큼 빠져있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재봉틀로 하는 퀼트를 공부하고 한국에 와서 퀼트를 가르쳤습니다. 당시에는 퀼트는 무조건 손으로 해야 한다는 시대였기에 더욱 신선했던 이 수업을 하면서, 회원들과 매년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작품을 게시하고 운영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유명한 나야나 웹사이트 해킹 문제가 터졌고, 저희 웹사이트도 그때 함께 망가졌습니다. 복구가 되긴 하였지만, 손상이 되어서 여기저기 에러가 나고 있었고, 제 컴퓨터 실력으로는 그걸 제대로 복구할만한 실력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약간의 오류를 머금고 사용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공방을 더 이상 운영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홈페이지에도 새 글이 올라오지 않은지 꽤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페이지를 닫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함께 전시회를 하고, 기금을 마련하여 어려운 아이들을 돕던 회원들의 작품은 그대로 간직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제 브런치에 한 군데에 자리를 마련하여 당시의 기록을 조금씩 옮겨 오려고 합니다. 오래된 글이라 손을 좀 보긴 하겠지만, 되도록 원래 모습으로 전시할 예정입니다. 많은 부분이 구식이기도 하여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일주일에 한 편 가져오는 것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즐겁게 구경하시길 바랍니다.
제1회 아봉공방 전시회의 사진들입니다. 이 당시만 해도 이 전시회를 12회나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우리의 꿈이었고, 작은 시도였는데, 이 시작을 통해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배웠습니다.
첫 시작은, 저에게 퀼트를 배우는 분들이 그 과정을 끝낸 후에도 흐지부지 퀼트를 잊어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전시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꿈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취미활동을 할만한 여력이 되는 사람들임에 감사를 하는 마음을 담아,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시를 하면서 동시에 작은 소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였고, 그 금액을 가지고 좋은 일을 하자는 데에 뜻을 모았지요. 그때는 정말 단 한 명이라도 돕고 싶었습니다. 처음 백만 원으로 시작하여 나중에 천만 원이 넘는 금액으로 후원하기까지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 첫 전시회였습니다. 을지로입구 역 근처에 있는 중구문화원 예문 갤러리에서 2006년 6월 15일(목)~ 18일(일) 이렇게 나흘간 열렸습니다.
24명의 멤버가 참여하였고, 도록을 만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엽서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엽서에는 모든 이의 작품이 고르게 실리게 하고 싶어서, 각자 20cm의 작은 퀼트를 만들었습니다.
첫회의 주제는 사랑의 하트였어요. 하트 문양이 들어간 작품을 아무거나 창의적으로 만들자 하여서 위 사진과 같은 작품들이 나왔고, 그것으로 안내엽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의 맨 앞에 걸었습니다.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난 시절의 작품이라, 사진의 해상도가 많이 떨어지는데, 이해를 부탁합니다. 전시회 사진은 전시된 순서대로 왼쪽부터 돌아보는 형식으로 올리겠습니다. ^^
작품이 너무 커서 벽에 걸 수 없는 작품은 전시장 2층의 난간에 걸었는데, 그 작품들부터 소개합니다.
1. Grandmother's Puzzle(할머니의 퍼즐), 곽중필 作, 180cm x 240cm
삼각형이 가득 들은 이런 작품은 손으로 연결해도 오래 걸리지만, 재봉틀로 이어도 인내를 요하는 작품입니다. 중심은 재봉으로 누비고, 가장자리는 손으로 누볐는데, 무척 꼼꼼하게 완성된 작품입니다. 색감도 그러데이션을 넣어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2. Wedding Ring (웨딩링), 박경하 作, 260cm x 230cm
늘 부지런히 많은 작품을 만드시는 분입니다. 미국에 사는 조카의 결혼선물로 만드신 대작입니다. 이 웨딩링 패턴은 결혼반지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유명한 패턴입니다. 조카는 복도 많네요 이런 정성 가득한 선물을 받다니!
3. 핫핑크, 최은정 作, 180cm x 230cm
퀼트를 할 때 제일 처음 배우는 패턴이 나인패치입니다. 사각형을 9개 이어서 만듦으로써, 바느질의 기본을 배우지요. 그런데 그 단순한 패턴을 이용해서도 이렇게 화려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별, 박경하 作, 170cm x 210cm
여러 크기의 별들이 춤을 추는 듯 보이는 작품입니다. 작품이 워낙 많아서 이건 안 걸겠다 하셨는데, 저렇게 맞춤인 듯한 자리가 있어서 빛을 보았습니다.
5. Snowball Hexagon, 박경하 作, 176cm x 205cm
미국의 원단 판매하는 사이트 대문에까지 걸렸던 작품입니다.
육각형과 꽃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6. 스크랩 이불, 이지영 作, 140cm x 200cm (왼쪽)
단순할 수 있는 스크랩 이불에 리본 모양으로 아플리케를 해서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사랑스럽게 완성되었습니다.
7. 아미쉬 우정퀼트, 윤미연 作, 73cm x 192cm (오른쪽)
강렬한 아마쉬 퀼트의 색감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함께 퀼트를 공부한 멤버들과 같이 만든 우정퀼트여서 자세히 보면 블록마다 사인이 따로 있습니다.
8. 퀼트방의 풍경, 정금숙 作, 70cm x 50cm
꼼꼼한 아플리케에 소품이 덧붙어서 눈길을 끌었던 작품입니다.
9. 푸른 꿈, 최은정 作, 160cm x 200cm
로그캐빈이라는 기법인데, 곡선의 느낌을 살리면서 화려한 푸른 원단을 사용하여 꿈속에서 물결치는 기분이 드는 작품입니다.
10. 베들레헴 스타, 엄윤경 作, 135cm x 135cm
작은 조각이 부서지듯 빛나는 형상의 패턴을 사용한 베들레헴의 별입니다. 집안에 하나 걸어두면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은 사랑스러운 벽걸이입니다.
11. 스트립샘플러, 정금숙 作, 88cm x 103cm (왼쪽)
전시회 작품 중 많은 것들이 수업 때 배운 것들입니다. 이 스트립 샘플러는, 직선으로 잘라서 먼저 연결한 후에, 그것들을 다시 잘라서 새롭게 패턴으로 연결하는 기법입니다.
12. 하트 아플리케, 정금숙 作, 123cm x 123cm (오른쪽)
이 하트 아플리케와 자수로 된 작품의 사진은 좀 더 가까이서 크게 찍었어야 그 정교함이 살아나는데, 아쉽게도 2006년의 도메인에서는 사진 크기를 더 크게 올리는 데에 무리가 있었습니다.
13. Wish my wish, 백영미 作, 120cm x 120 cm
위쪽에서 보신 베들레헴스타와 같은 패턴인데, 무늬가 없는 천을 사용해서 아미쉬퀼트 같은 분위기를 냈습니다. 전혀 느낌이 다르죠?
14. Harmonic Convergence, 박선숙 作, 94cm x 106 cm
4가지 원단을 사용해서 점차 변화하는 느낌을 살리는 기법입니다.
15. Memory of Tropics, 이상희 作, 95cm x 110 cm
종이에 대고 직접 바느질한 기법입니다. 그래서 뾰족한 부분을 잘 살려주었습니다.
16. 꽃밭, 최은정 作, 100cm x 120 cm
하나의 원단만으로도 저렇게 다양한 패턴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법을 사용하여 더욱 화려한 꽃밭이 되었습니다.
이쪽은 아기방처럼 꾸며봤습니다. 포근해 보이나요?
17. 18. 박경하, 윤미연 作
아기방에 어울릴만한 꽃과 토끼를 아플리케로 만든 작품입니다.
19. 아기이불, 강전희 作
당시, 가을에 출산을 앞두고 뱃속의 아가를 위하여 준비한 아기용품입니다. 그 아기는 복도 많지요?
11월이면 엄마가 된답니다, 다 같이 축하해 주세요~ ^^ (그 아이가 커서 지금은 열일곱이에요!)
20. 비밀의 화원, 송영진 作, 110cm x 130 cm
이번에 카페파셋이라는 디자이너의 원단으로 만든 작품이 많이 나왔는데 색이 워낙 강렬해서 한쪽으로 모두 모아두었습니다. 송영진 님의 꽃밭이 그 첫 번째네요. 불규칙한 스트라입이 주는 느낌이 무척이나 화려합니다.
21. Color Dream, 강전희 作, 110cm x 130 cm
강렬한 색상들이 틀에 갇혀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컬러로 꿈을 꾸면 이런 장면을 만날 수 있을까요?
22. Handkerchief, 강전희 作, 68cm x 78 cm
역시 강전희 님의 작품인데, 느낌이 좀 다르지요?
스트라입 원단이 들어가서 컬러풀하지만 단정해 보이는 느낌을 주는군요.
23. 러너, 송영진강전희 作
이 작품은 원래 테이블 러너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아무래도 벽에 걸어두는 것이 보기에 좋아서 걸어보았습니다. 하얀 요요와 화려한 꽃무늬가 좋은 조화를 이룹니다.
24. 화원에서의 오후, 김정아 作, 97cm x 140 cm (왼쪽)
25. 꿈꾸는 여름, 김정아 作, 101cm x 137 cm (오른쪽)
같은 패턴을 그려서 다른 재료로 두 개의 작품을 만들었는데, 느낌이 많이 다르지요?
화려한 카페파셋 디자이너 원단으로 된 작품이 먼저 만들어진 언니인데, 다들 모시작품이 언니처럼 보인다네요. 화원에서의 오후는 햇살이 쏟아지는 봄의 정원을 꾸미고 싶어서 만들었고요, 꿈꾸는 여름은 모지를 이용해서 좀 더 현대적인 느낌으로 묘사를 하고 싶어서 시도했습니다. 제가 만든 것들이에요.
26. 모시발, 정금숙 作, 87cm x 161 cm
정금숙 님이 만든 이 모시발은 반은 손바느질로, 반은 재봉틀로 완성을 했는데, 전형적 조각보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27. 불꽃, 박현주 作, 87cm x 161 cm
바람개비 기법을 이용한 박현주 님의 불꽃입니다. 초급반 때 배우는 바람개비인데도, 이렇게 모양을 색다르게 잡아서 생동감 넘치는 느낌이 전달되었어요. 색감도 마무리도 깔끔한 작품입니다.
28. 스트라이프, 이선희 作, 95cm x 105 cm
위에 올린 것들 중에서 같은 패턴의 작품이 있는데, 색에 따라 분위기는 많이 달라집니다. 보라색이 주는 신비감을 안고 있습니다.
29. Basket of Posies, 윤미연 作, 90cm x 105 cm
아플리케를 유난히 좋아하는 작가여서, 귀여운 꽃바구니를 가지고 이런 작품을 만들었네요.
30. 꽃밭, 박현주 作, 80cm x 81 cm
정성스레 십자수를 놓은 후, 퀼팅의 소재로 삼아 느낌이 또 다릅니다. 참 예쁜 꽃밭이지요?
31. 로그캐빈, 송영진 作, 75 cm x 75 cm
송영진 님의 로그케빈입니다. 통나무집을 쌓듯이 가운데를 중심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패턴을 사용하여 아주 단정한 느낌이 듭니다.
32. 봄, 박현주 作, 90 cm x 91 cm
이게 박현주 님의 첫 재봉퀼트 작품이었어요. 단순한 레일펜스 패턴을 사용하였는데도, 가장자리에 화려한 꽃무늬를 넣어서 단조로움을 피했습니다, 색감이 좋은 작가입니다.
이제 안쪽 가벽에 걸린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매직타일 기법을 사용한 세 작품을 한꺼번에 보여드릴 텐데요, 같은 기법으로도 굉장히 다른 느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3. 매직 타일, 이화준 作, 130 cm x 150 cm
이화준 님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퀼팅의 모양도 한몫을 해줬어요.
34. 빛의 향연, 김미선 作, 140 cm x 180 cm
위 작품과 같은 기법을 사용한 김미선 님의 이 작품은 신비하고 약간은 시원해 보이기도 하지요? 퀼팅라인이 독특한데 사진에는 잘 안 보이는 게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빛이 움직이는 듯 보입니다.
35. MATRIX(매트릭스), 강전희 作, 95 cm x 95 cm
강전희 님의 작품답게 강렬해 보이는 매직타일입니다. 원색에 가까운 염색천이 정말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보이게 해 줍니다.
36. 오월의 햇살, 박현주 作, 124 cm x 148 cm
박현주 님의 이 연녹색 이불은 나른한 봄날을 보여주는 듯 따사로워 보입니다.
37. 꽃밭에 부는 바람, 박경하 作, 120 cm x 165 cm
화려한 육각형의 꽃들이 꽃밭에서 무도회를 벌이고 있는 듯한 작품입니다. 아니면,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38. 날고 싶은 양탄자, 강지호 作, 123 cm x 154 cm
각을 맞추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기법인데, 워낙 꼼꼼한 작가님이라 천이 아니라 종이인 듯 각을 제대로 맞췄네요. 정말 마법의 양탄자처럼 보이죠?
39. 빅토리안 시크릿, 안선주 作, 130 cm x 175 cm
저런 화려한 모자를 쓰고 외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예쁜 아플리케 작품입니다.
40. Willow Tree Hill, 윤미연 作, 134 cm x 180 cm
윤미연 님이 지은 집들을 보세요! 정말 살고 싶은 동네입니다. 정성스러운 아플리케와 나무에 달린 비즈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41. 선보넷 하트이불, 백영미 作, 134 cm x 180 cm
백영미 님이 우정퀼트를 가지고 만든 작품입니다. 딸의 이불로 사용되고 있다는데, 딸내미 품에서 빼오느라 힘들었을 거 같습니다.
42. 사랑, 윤미연 作, 134 cm x 180 cm
작은 조각들이 마름모로 연결된 이 작품은 사랑을 차곡차곡 쌓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43. Heartfelt Welcom, 윤미연 作, 100 cm x 87 cm
현관매트가 원래 용도라고 하는데, 이거 밟을 수 있을까요?
그밖에 이름표를 달지 않고 진열되었던 인형들입니다. 전시장 가운데에 있던 인형테이블입니다.
박경하 님이 만드신 예쁜 숙녀들과 김미선 님의 멋쟁이 테디베어들이 보입니다.
이지영 님의 소년소녀가 의자에 앉아서 내려보고 있는데, 앞에 아가씨 인형은 정말 섹시하네요!! 인형이 크롭탑을 입었군요!
빨강머리 앤과 컨트리인형들.. 친근해 보입니다.
앞쪽에 놓은 슬리퍼에는 정성 어린 육각패치를 하였군요.
곱슬머리 천사와 마녀는 곧 날아오를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
숙녀 두 분이 몸을 비틀고 요염한 포즈로 서있는데,
토끼들이 그 앞을 막고서 자신들의 치마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가방들입니다. 전시회 때에 판매용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것들이 가방이었어요. 구매하는 순간부터 당장 들고나가서 자랑할 수 있으니까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사진들 보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찍어놓은 사진들이 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고 일그러져서 당시에 이만큼 수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그냥 퍼오기만 하면 금방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옮겨서 제목을 달고 오타 수정하고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요. 한 달에 한편씩 올린다고 했는데, 부지런 떨지 않으면 그것도 어렵겠다 싶어요.
첫 전시여서 어설픈 점도 있었고, 초보 작품도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정겨운 시간이었고, 추후 더 발전하는 받침이 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첫걸음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 사이트에 공식으로 올렸던 인물사진도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이렇게 전시장에서 옹기종기 앉아서 바느질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시간이 아련히 그립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당시에 함께 하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