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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r 11. 2024

아봉공방 사랑의 퀼트전 V

2010년 5월 26일(수)~5월 30일(일)



매년 같은 것을 반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살아가는 용기를 주는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매일매일의 삶에 늘 목표가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매년  한 번씩 회원을 모집하고, 그 사람들과 석 달 반 정도를 함께 하면서 함께 작업을 하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이번 해에는, 늘 어깨너머로 구경만 하던 저의 딸이 정식 멤버로 가입하여 첫 작품을 만들었기에 저에게는 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배우고, 바자회 물품도 함께 만들며 삶을 나누는 것을 배운 딸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이번 해의 10인치 크기의 공동 작품의 주제는 [먹고 싶은 음식]이었어요. 주제가 너무 어렵다고 다들 아우성이었는데, 막상 완성해서 나오고 보니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있는 음식들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서, 보는 기쁨을 더해주었습니다.


한국 음식인 비빔밥이나 무지개떡, 냉면, 일식인 생선초밥, 양식인 파스타에, 한잔하고 싶게 하는 막걸리와 파전, 추울 때 간식으로 딱 좋은 붕어빵, 그리고 차와 함께 먹는 간단한 음식 등등... 푸짐한 뷔페상차림이 되었답니다.

            


어떠신가요? 침이 꿀떡 넘어가지 않나요? 여러분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음식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자, 이제 요기를 다 하셨으면 작품들을 구경하기로 해요.

오프닝 직전에 찍은 사진이라 여기에도 음식이 있네요!


원래 전시장 윗부분을 가리기 위해 설치되기 위한 위쪽 공간은, 아래쪽 벽면에 걸 수 없을 만큼 큰 작품들이 올라가게 되는데요, 사이즈 큰 순서대로 당첨된다 하여 '대상' 받았다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1. 소망하는 것들, 김선미 作, 254cm x 254cm

이번 작품들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인 이 작품은 흔히 오하이오 스타라고 불리는 패턴의 변형입니다. 일반적으로 만들어지는 스타일에서 방향을 45도 살짝 틀어서 별의 느낌이 색달라 보입니다. 254cm 나 되는 작품인데, 정사각형이다 보니, 사이즈가 그렇게 안 커 보이네요.


2. 숲의 향기, 곽중필 作, 93cm x 225cm

언제나 섬세하면서도 큰 작품을 제작해서 꾸준히 위쪽 자리를 차지하는 곽중필 님의 작품입니다. 작품 제목에 걸맞게 정말 푸르른 숲 속을 거닐며 피톤치드 향기가 퍼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3. 비앙카의 정원, 유미숙 作, 190cm x 230cm

작은 육각형 조각들로 가득 찬 이 작품은 밝은 꽃으로 가득한 정원같이 보이네요. 다음 해 작품도 벌써 시작하셨다는데, 더 작은 육각형으로 더 큰 작품을 제작한다 하니, 일 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기대가 되기 시작합니다.


4. 빛을 향한 항해, 김정아 作, 137cm x 210cm

제가 영어공부를 처음 시작한 것이 2008년이니, 2년 후의 작품이네요. 당시에 정말 재미나게 공부했어요. 한동안 바느질도 미뤄두고 원서 읽기에만 빠져 지내다 보니, 책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강조되는 독서. 즉, 책 읽기를 통해 세상의 빛을 보고자 하는 바람으로 항해하는 자신을 그려봤어요.


5.  야생화, 윤미연 作, 200cm x 200cm

머신아플리케 기법을 통해 수많은 들꽃을 표현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모양의 꽃들이 펼쳐져있는 모습은 마치 예쁜 들꽃들을 따다가 식물표본을 만든 듯 정교하면서도 섬세합니다.


6. 이렇게 20년, 문미경 作, 50cm x 83cm

닭살커플로 유명하신 문미경 님의 결혼기념일 퀼트입니다. 매년 결혼기념일이 되면, 남편에게 퀼트를 만들어 선물한다는데, 어느덧 결혼 20년이 되어, 제목도 '이렇게 20년'이네요. 이렇게 20년 동안 사랑의 꽃을 피웠다니, 행복한 결혼생활이 보이는 듯합니다.


7. 십자수와 퀼트의 만남, 김진옥, 김성혜 作, 165cm x 205cm

김성혜 님이 정성껏 십자수를 놓고, 그것을 김진옥 님이 연결하고 퀼팅 하여 출품하였습니다. 친구 간의 우정이 돋보이는 아주 화사한 작품입니다.


8. 시냇물은 흐르고, 이현복 作, 165cm x 205cm

퀼트에서 흔히 만나는 만화경패턴을 이용하였는데, 만화경 모양도, 별 모양도 아니고, 잘 보면, 계곡의 숲과 그 옆에 흐르는 시냇물이 보이는 풍경작품입니다. 보더도 여러 가지 색상을 이용하여 숲 속의 느낌을 더욱 잘 살렸습니다.


9. Magic Tile, 염미정 作, 172cm x 210cm

강렬한 색상대비를 이용하여 타일 기법으로 만든 이 작품은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듯 화사합니다.


중간에 전시장 사진 한 장 더 볼까요? 역시 오픈식 직전의 준비 사진입니다. 회원들이 부지런히 주변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바자회 물건을 잘 진열하고, 전날 미처 가져오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이 꺼내서 구경하며 즐거워합니다. 


벌써 구경온 손님도 계시고, 매년 와서 사진을 찍어주던 제 초등학교 친구의 뒷모습도 보이네요. 그럼 사진사님이 서있는 안쪽부터 다시 둘러볼까요?


10. 바겔로(Bargello), 유한미 作, 175cm x 135cm
크기가 다른 직사각형들이 모여 역동감 있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색상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작은 조각들까지 각을 잘 맞춰야 하는데, 머신퀼트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1. 불꽃놀이, 현진 作, 127cm x 167cm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각종 만화경 속 무늬처럼 보이는 Magic Stack & Whack 기법을 사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하나의 원단으로 다채롭고 현란한 분위기가 탄생되었어요.


12. 마법의 양탄자, 손경지 作, 115cm x 152cm

전체적으로 붉은 톤을 사용하여 숨은 우물 기법을 사용한 이 작품은 정말 타고 날아 가도될 것 같지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13. 꽃밭에서, 강현숙 作, 116cm x 146cm

잔잔한 꽃무늬 바탕천 위에, 작은 나인패치를 하나 가득 배열해서 정말 꽃밭처럼 보이는 작품입니다. 나인패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조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해서 퀼트를 하면 할수록 더욱 사랑하게 되는 패턴입니다.


14. 사계절, 이현복 作, 110cm x 139cm

오로지 직선인데요, 풍경화를 보는 것 같은 작품입니다. 하늘과 산과 꽃밭과 풀밭이 조화를 이루어 자연 속에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15. Polka Dot Girl, 박경하 作, 170cm x 170cm

이번에 사진작업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느낌을 가진 작품이 나왔네요. 너무나 섬세하고 예쁜 작품인데, 빛깔이 너무 안 나와서 아무리 살리려 애를 써도 이 이상은 색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다양한 색상으로 수를 놓아 패치한 작품입니다. 너무 섬세하고 정성스러워서, 보는 분들의 경탄을 끌어내었답니다.


16. Pickle Dish, 문미경 作, 171cm x 171cm

화려한 카페파셋 원단을 사용하여 눈부신 컬러를 자랑하는 작품입니다. 웨딩링 변형인 이 작품은 어쩌면 럭비공처럼도 보이는데, 피클을 담는 접시라네요. 주부가 되면 그릇 욕심도 많아지는데, 이런 예쁜 접시가 있으면 좋겠어요.


17. 파인애플 퀼트, 박경하 作, 145cm x 190cm

겹겹이 예쁜 색상의 파인애플 패턴을 두르고 가장자리에 선명한 노란색을 배색함으로써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 작품입니다.


18. 퀼트 빌리지, 이성정 作, 172cm x 210cm

퀼트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꿈꿔보는 퀼트의 마을이네요. 아플리케와 수가 어울려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미뤘던 작품이라는데, 긴 시간 기다린 보람이 있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19. Sue's Cousins, 이상희 作, 161cm x 194cm

퀼트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모자 쓴 소녀 수(Sue). 그녀의 사촌들이 총집합했네요. 사진상에는 그 느낌이 전혀 전달이 안되었는데, 흰 천 밑에 예쁜 원단을 배색하는 쉐도우잉 기법을 사용하여 화사하면서도 은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전체를 다 머신 아플리케하였는데 어찌나 섬세한지 보는 이들마다 한 번씩 만져보더라고요.


20. 봄바구니, 이미노 作, 132cm x 175cm

고전적 방식으로 핸드 아플리케 한 작품입니다. 앤틱원단을 사용하여 더욱 고전적인 느낌이 들게 만들어 연한 색감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봄의 퀼트입니다.


21. 숨은 우물, 최숙자 作, 195cm x 141cm

꽃무늬와 나무색이 어우러져, 잘 만들어진 정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 사이를 거닐며 산책을 하고 싶어지게 만드네요~




위 사진은 전시회 첫날,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모습입니다. 가방을 꺼내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방 쪽에 많이들 서계시네요. 음식 드시는 분, 바자회 물품 고르시는 분, 다들 바쁜 현장입니다.

이제 사진에 보이는 벽면을 살펴볼게요.


22. 연날리기, 고영희 作, 48cm x 63cm
테슬레이션 핀휠기법으로 만든 아주 작은 작품인데, 철사로 예쁘게 프레임을 짜서 뒤에 붙이고 귀여운 인형을 달아 사랑스럽고 정교한 장식물이 되었습니다.


23. 비밀서랍, 고영희 作, 180cm x 164cm

예술가다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고영희 님의 '비밀서랍'은 수업과정에서 배운 베들레헴스타 기법을 응용해서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사진상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저 육면체의 윗면은 9조각의 패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비밀서랍을 열면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24. 여름바다, 염미정 作, 137cm x 137cm

마치 하와이 바닷가에 놀러 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트로피컬 한 작품입니다. 커다란 하와이안 아플리케 바탕 위에 다시 다양한 색상의 하와이안 블록을 9개 따로 만들어 얹어주어서 화려함을 더해주었습니다. 꼼꼼한 에코퀼팅도 돋보입니다.


25. 세상에는 슬픈 일보다 기쁜 일이 더 많습니다, 이다연 作, 138cm x 138cm

씰룩씰룩 움직이는 듯한 로그케빈... 이 작품은 열네 살짜리 아이가 했다고 믿어지지 않지요? 제 딸의 작품입니다. 11기 수업 때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만들었어요. 많은 조각을 겹겹이 이어가는 작업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만드는 과정에 많이 애를 태웠고, 속으로 후회도 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완성하고 난 후의 행복감은 그 어느 것보다도 컸답니다. 그래서 제목이 '세상에는 슬픈 일보다 기쁜 일이 더 많습니다'랍니다. 퀼트작품 하나를 통해서 인생을 배운 거 같아요.


26. Candyholic, 이해빈 作, 137cm x 137cm

알록달록 달콤한 색감의 이 작품은 정말 사탕이 춤추는 듯 보이지요? 로그캐빈 기법이지만, 바로 위에서 보신 것과는 또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다양한 색상의 조각들이 잘 어우러지게 로그캐빈으로 한 후에 재봉으로 어지럽게 돌려 퀼팅 하여서 더욱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구경 오신 분들 모두 저 사탕을 탐내시더군요! (안에 진짜 사탕이 들었냐고요? ㅋㅋ 그건~ 비밀이에요~~)


27. 꿈의 마차, 강지호 作, 100cm x 100cm

조각보선생님인 작가님 답게 모시를 이용하여 머신으로 아주 섬세하게 작업한 작품입니다. 남편분이 제목을 지어주고 헌시를 한 이 작품에서 마차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아폴론의 태양마차를 의미합니다. 정말 태양이 이글거리는 것처럼 보이지요?


28. 베들레헴의 별, 이화준 作, 115cm x 115cm

퀼터라면 누구나 하나는 꼭 만들어보고 싶은 패턴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중간에 바탕천과 같은 흰색을 사용하여 별이 더욱 반짝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29. 봄의 향연, 윤미연 作, 92cm x 98cm

같은 꽃이지만 높이를 다르게 배치함으로써, 따로따로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지요? 바탕을 쫀쫀한 머신스티플링 퀼팅을 함으로써 꽃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작업한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봄날의 아지랑이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30. Rain Forest, 정금숙 作, 106cm x 123cm

열대우림을 걸어가고 있다는 착각을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은 저 작은 잎사귀 하나하나를 다 페이퍼 피싱 기법을 사용하여 표현하여서 그 뾰족한 각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집니다. 밀림 속의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으세요?


31. 공룡나라, 김진옥 作, 100cm x 100cm

가운데는 흰색으로 강조하고, 바탕은 푸른색에 물결처럼 에코퀼팅을 하여서 알록달록한 색채의 다양한 공룡들이 섬에서 산책을 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모두 탐내는 아이템이었답니다.


작년에는 작품 설치하던 날, 가방을 미리 다 찍어두었는데, 이번 해에는 제가 깜빡 잊어버리는 바람에, 예쁜 가방이 사진도 못 찍힌 채 모두 팔려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 해에는 가방을 꼭 미리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작품들의 디테일 사진도 함께 찍어두었다가, 작품과 함께 소개하면 좋겠다 싶네요.


아쉬운 마음에, 바자회 판매 중에 사진사님이 살짝 찍어둔 사진이라도 조금 올려봅니다. 가방을 꺼내놓자마자 많은 분들이 에워싸시는 바람에 각도가 이렇게 되었네요.

이번 전시는 여기서 마치고요, 다음 주에 또 다음 해의 작품전 올리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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