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타고 올라가자
내가 텃밭을 시작하면서 제일 빠져든 것이 토마토이다. 키우는 재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특성도 확실하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확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 수많은 도전을 가능하게 해서 더욱 재미나다. 토마토 키우는 법에 관한 이야기는 무척 길기 때문에, 일단 뒤로 미루고, 오늘은 따끈하게 새로 지은 토마토 지지용 틀을 소개하련다.
토마토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키가 정해져서 딱 그만큼만 크고 마는 녀석들과, 내버려 두면 잭과 콩나무처럼 하늘에 닿을지도 모르는 녀석들이 있다. 키가 작은 토마토는 별로 신경 쓸 것이 없다. 특히 그게 방울토마토처럼 작다면 바구니 화분에 키워서 매달아 놓아도 예쁘다.
하지만 한없이 자라는 종류는 화분에서 키우기엔 아무래도 무리이다. 보통은 밭에서 키우고, 지지대를 높게 세운다. 물론 잭과 콩나무처럼 한없이 올릴 수는 없다. 적당한 곳에서 끝을 꼬집어서 키 성장을 멈춰줘야 하는데, 그래도 일단은 키가 마음껏 자라도록 지지대를 단단해 세워줘야 한다.
문제는 지지대 세우는 게 마음같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대나무 지지대를 꽂아서 세웠는데, 토마토가 계속 자라면서 무거워지자 지지대가 함께 쓰러지려 드는 것이었다. 그걸 세우는 것도 일이었다. 게다가 나란히 세우기 힘들다 보니 삐뚤빼뚤 보기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줄을 달자고 헸다. 기본 틀을 짠 후에 거기에 줄을 다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결정하고나서부터 남편 건강이 계속 안 좋았다. 한 달 넘게 아팠으니 지지대 같은 것을 고민할 상황이 아니었다. 음식도 못 삼키는데 텃밭이 무슨 대수겠는가! 그러나 와중에 토마토는 자라서 쓰러지기 시작했고, 나는 황급히 대나무대를 가져다가 꽂았다.
그러나 퇴원 후 컨디션이 나아지면서, 남편의 마음은 매일 텃밭으로 나갔다. 그러다가 결국은 동부 고향으로 여행 떠나기 사흘 전, 이것저것 준비로 바쁜 와중에 남편은 나가서 나무를 사 왔다. 2X3인치 두께에 8피트(2.4미터) 사이즈 4개의 저렴한 나무였다. 한통의 나무가 아니고 조각을 연결한 종류였으나 이런 용도로는 무리가 없으리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작업 시작! 여러모로 고민해서 계획했던 우리의 디자인대로 진행했다. 8피트 길이를 다 사용하면 내 키에 너무 높았기에 내가 팔을 뻗어보고 적당한 높이가 될 것이라는 정도로 잡아서 표시하고 잘랐다. 물론 토마토는 그보다 높이 자라겠지만, 적당한 순간에 순을 잘라주면 되니 우리의 편의에 맞췄다.
그래서 먼저 양쪽에 두 개의 기둥을 그렇게 세우고, 높이를 맞춘 후, 가로로 지지대를 얹었다. 남는 부분은 적당히 잘라내고, 끝을 비스듬하게 다듬었다. 그냥 둬도 되지만, 좀 더 예쁘게 하려는 의도였다.
내가 토마토를 3개씩 5줄을 심었기 때문에 5개의 가로 지지대가 제 위치에 놓이도록 나무에 표시를 하였고, 남은 두 개의 목재를 어떻게 자를까 고민했다. 처음에는 더 짧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만들면서 보니 너무 짧아 보였다. 우리가 가진 목재는 한 개가 남았고, 우리는 다섯 개가 필요하니 택도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7cm 폭의 목재를 반으로 가르면 오히려 너무 무겁지 않은 지지대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해서 80cm 길이로 여섯 개가 준비되었고, 그중 5개를 사용하여 오전 중에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게다가 목재를 반으로 가른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훨씬 날렵한 지지대가 탄생한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이제 대나무 지지대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줄을 만들어 토마토를 지탱하는 것이었다. 원래 계획은 땅에 와이어 핀을 만들어 꽂아서 올릴 생각이었으나, 그걸 장만할 시간이 없었기에 토마토 밑동에 노끈을 감고, 그걸로 토마토를 감아올려 세웠다.
고정 클립을 사용해도 되지만, 넝쿨성 토마토는 그냥 감아올려도 잘 서있기 때문에 일단은 그렇게 고정을 했다. 나중에 필요하면 추가로 클립을 걸어주면 된다.
사람들은 보통 토마토 곁가지를 모두 제거해서 키우지만, 나는 곁가지를 한 두 개 정도 함께 키운다. 그렇게 하면 더 많은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다. 나는 키가 작아서 어차피 더 크게 키우지도 못하기에 이렇게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곁가지용 지지대도 있어야 하는데, 대나무 지지대는 그 역할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끈만 몇 개 더 해서 감아주었더니 좋았다.
이젠 작년처럼 쓰러지는 지지대와 싸우지 않아도 되니 좋고, 일단 보기에도 훨씬 안정적이고 좋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마리오네뜨 인형들 같기도 하다. 하하!
우리 집 마당에는 점점 더 구조물이 늘어난다. 모종을 보관하기 위한 온실과, 한쪽에 장만한 싱크대, 데크로 연결되는 계단, 그리고 텃밭에 있는 딸기 공중부양 밭, 오이 지지대와 콩 지지대, 이번에 세운 토마토 지지대까지 모두 남편의 작품이고, 또한 우리 마당에 딱 맞는다.
이런 것들은 수확만큼이나 또한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어차피 텃밭 가꾸기에서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 20퍼센트나 될까? 대부분 중요한 역할은 다 자연이 해주기 때문에,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텃밭 가꾸기는 너무 피곤한 일이 되어버린다.
최대한 노력하고, 그 이상은 그냥 즐기는 것이 취미 텃밭지기들의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