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떨어지면 어떻게 살라고!
브런치 시작하면서부터 생각했던 글쓰기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무설탕 레시피"이다. 설탕을 넣지 않고도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얼마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이다.
이렇게 내가 무설탕론자가 된 것은, 설탕이 몸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설탕을 끊고 나서 정말 설탕이 몸에 얼마나 나쁜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영향으로 설탕을 끊고 나서 40년 된 여드름이 싹 없어진 친구도 있고, 허리가 날씬해진 친구도 있다. 설탕과 살은 정비례 한다는 사실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염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베스트셀러 건강 서적 "환자혁명" 저자 조한경 원장의 말에 따르면, 디스크 물리치료 실컷 받고 나와서 달달한 케이크를 먹으면 치료효과는 모두 날아간다고 했을 정도다.
설탕을 끊고 나면 세상 모든 음식들에 숨어있던 단맛을 모두 느끼게 되기 시작한다. 무도 달고, 양파도 달고, 밥도 달다.
난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속이 울렁거린다. 아주 가끔 예외로 추억의 음식으로 기분 풀이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한 두 입 정도 먹으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
나 설탕 안 먹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지만, 우리 생활 속에 숨은 설탕이 정말 많이 들어있다. 단지 본인이 설탕을 먹는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적극적으로 설탕이 들어간 것을 눈치챌 수 있는 음식이라면, 껌, 아이스크림, 과자 등등이 있겠고, 거기에다가 음료수도 포함된다. 플레인 요거트에 각설탕이 몇 개 들어간다고 했던가?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번 티브이에 나와서 모두 기함을 한 적이 있다. 아마 5개 정도? 콜라 한 캔에 7개가 넘게 들어간다. 무가당 주스에도 사실은 당분이 엄청나다. 과실에서 나온 당분이 응축되어있기 때문이다.
요새는 외식 한식에 설탕이 필수로 들어가고, 티브이에서도 모 유명인 때문에 가정집에서조차 된장찌개에까지 설탕을 넣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뭔가 요리 한 번 해보겠다고 블로그 등을 검색하면, 그 모든 레시피에 설탕이 들어가 있다. 그것이 한식이든 양식이든 예외는 없다. 블로거의 입장에서는 따라 해먹은 사람이 맛있다고 느껴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식당에서는 입에 짝짝 붙어야 다시 손님이 올 거라 생각해서 그럴 것이다. 시중의 반찬가게들도 유기농 저염식을 내세우곤 하지만 무설탕을 걸어놓은 반찬집은 보지 못했다.
사실 설탕을 하나도 먹지 않아도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이미 당분이 필요 이상으로 충분히 들어있다. 밥이나 감자 같은 탄수화물은 모두 당분으로 몸에 흡수가 되고, 집에 박스로 사다 놓은 과일들 역시 당분이 듬뿍 들어있다. 사실 여기서 설탕만 언급하지만, 대체당도 만만치 않다.
다이어트 코크에 들어있는 아스파탐도 인체 유해 무해론이 많지만, 그냥 무해하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화학물질이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예들도 많이 소개가 된다.
설탕을 끊게 된 데에는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전에도 나는 이미 단것은 즐기지 않는 사람에 속했다. 그래서 구구콘보다는 부라보콘 초코를 찾아서 먹었고, 가래떡은 간장에 찍어 먹었으며, 토마토나 딸기 같은 것에 설탕을 뿌리는 일도 전혀 없었다. 베이킹을 즐겼지만 레시피에서 설탕의 양은 반으로 줄여서 구웠고, 사실 내 주변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재료만 잘 쓰면 충분히 맛이 있으니까!
몇 년 전 심하게 위장병을 앓은 적이 있었다. 너무 심해서 체중이 36kg까지 내려갔던 당시, 정말 물만 먹어도 체하는 일들이 반년 이상 계속되었고 나는 완전히 지쳐있었다. 그때 조심스럽게 먹던 음식 중에서 액체로 된 보충제 음료 같은 것도 있었는데, 먹는 순간 속이 뒤틀리고 괴로웠다. "원래 이거 환자들 먹으라고 나오는 거 아니야?" 나름 그런 음식에 신뢰가 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위장병을 고치겠다고 자극적인 소금을 배제했는데, 정작 나는 소금물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병이 나았고, 순하고 부드러운 설탕은 번번이 내 속을 뒤집었다.
계속 건강식을 한다고 했지만 내 몸은 늘 허약했고, 급기야 나는 저탄고지 식을 하기 시작했다. 탄수화물을 끊고 지방으로 몸의 연료를 대신하는 방식의 식이요법이었다. 평소에 당분으로 돌리던 몸을 지방으로 돌리도록 바꾸는 것이 이 다이어트의 키워드인데, 그러려면 당에 익숙해진 몸의 관심을 지방으로 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내가 참으로 놀랐던 것은, 평생 말라서 힘이 없던 내가, 그래서 몸에 저장된 것이 없어서 그렇다고 믿었던 아침 식전 손떨림이 이 식이와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당뇨 검사 등에서는 늘 완벽하게 좋은 수치였지만 난 아침에 식사를 안 하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없었고, 낮에도 끼니때를 놓치면 다리가 후둘거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삶을 평생 살았다. 이제 나는 그것들로부터 자유롭다.
아무튼 당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난 아마 브런치 페이지가 넘치도록 계속 떠들어댈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당분이 얼마나 나쁜지를 가지고 설득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당분이 나쁜지는 사실 다들 잘 안다. 피곤할 때 달다구리를 먹으면 즉석에서 기분이 업 되고 에너지가 오르지만, 곧 더 낮게 곤두박질친다는 사실 정도는 이제 누구나 안다. 거기에 유식한 말로 인슐린 저항성을 들먹이며 그게 얼마나 더 나쁜지는 오늘 이야기하지 않겠다.
오늘의 주제는 무설탕 요리이다. 이 카테고리를 만들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설탕 없이 음식을 만들어도 맛있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나 엄마들, 집에서 요리를 주로 하는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아이의 입맛을 설탕 없게 들여놓으면 두고두고 평생 다이어트 등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입맛을 만들어주는 것이므로 훌륭한 건강투자라 할 수 있겠다.
저 요리할 때 설탕 안 써요, 그 대신 매실액을 사용하죠.
매실액도 설탕이다. 그거 만들 때 설탕이 들어가고, 발효가 된다고 해서 무설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말 오래 숙성되어 효소가 설탕을 다 먹어 더 이상 거기서 단 맛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또 모르겠다. 그러나 먹어서 단 맛이 나는 한 그것은 설탕액이다. 물엿이나 올리고당 파는 것도 설탕보다 나쁘다. 차라리 설탕을 쓰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집에서 하는 요리에 설탕을 쓰지 않는다. 김치를 만들어도, 나물을 무쳐도, 잡채를 해도, 떡을 만들어도 설탕은 넣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생각하지 않는다. 모르니까.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다른 재료들을 신선한 것으로 사용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음식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혹자는 유기농이 비싼데 사치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좋은 먹거리는 값이 비싸지기 쉽다. 하지만 지난번에 적은 것처럼 농가를 방문한다거나 자신이 몇 가지는 간단히 농사지어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외식을 한 번 줄인다고 생각하면 식재료 구입은 훨씬 고급스러워질 수 있다. 나는 밖에서 커피를 사 마시지 않는다. 외식도 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 나는 집밥이 더 맛있다. 커피도 집에서 마시는 것이 더 편안하다. 왜?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확실하게 아니까.
원래는 저탄고지 식단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결혼해서 살면서 나만을 위해서 저탄고지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설탕 요리는 쭉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꾸준히 무설탕 레시피를 올릴 예정이다. 무설탕식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다. 부딪치며 싸우고 싶지도 않다. 다만 무설탕식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맛을 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 함께 음식의 참맛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