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에 갈아서 쉽게 만드는 특이한 이름의 샐러드
얼마 전 친구들의 단톡방에서 당근 라페 이야기가 오고 갔다. 건강에 관해서 이야기를 종종 나누는데, 요즘 당근 라페를 만들어서 건강하게 먹는데 맛있다는 것이다. 유행에 둔감한 나는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이름도 너무나 생소했다. 라페가 뭐지? 어느 나라 말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불어.
râper : (강판으로) 잘게 갈다.
이 동사에서 온 요리의 정식 이름은 salade de carotte râpées이다. 즉, 강판으로 잘게 간 당근 샐러드라는 말이다.
프랑스에서 아주 인기 있는 이 샐러드는, 색이 예뻐서 장식용으로도 그만이고, 새콤달콤하게 입맛을 돋워주기에 제격이다. 게다가 만드는 데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고, 결정적으로, 쉽다. 프랑스에서는 애피타이저로도 사용되고, 스테이크 같은 것을 먹을 때 옆에 곁들이는 메뉴로도 잘 쓰인다고 했다.
나는 칼로 빳빳하게 채를 써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샐러드의 매력은 부드러운 채에 있다. 따라서 칼로 썰 것이 아니라 강판을 사용하여 채를 쳐야 제맛이다.
어쩌다가 한국에서는 이 샐러드를 김치처럼 절여서 짜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 샐러드는 촉촉함에도 그 매력이 있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짜낼 필요도 없다.
맛을 살려주는 포인트는 레몬즙과 디종 머스터드에 있고, 거기에 오일을 살짝 첨가하여 당근의 지용성 비타민을 흡수하기 좋게 해 주면 된다.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는 파슬리를 얹어주면 좋고, 소금 후추 간을 곁들이면 그만이다. 달콤함을 돋보이게 하려면 꿀을 조금 넣을 수 있지만, 나는 당근의 단맛으로도 이미 충분히 달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꿀은 생략했다.
완성된 맛은, 촉촉하고, 상큼하여 무엇에든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양식에도 괜찮고 한식에도 은근 잘 어울린다. 고기 구워서 쌈 싸 먹을 때, 거기에 함께 얹어서 먹어도 맛있다. 심지어 김밥 쌀 때에도 넣었더니 새콤한 것이 아주 좋았다. 게다가 색이 아주 예쁘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 집 만능 샐러드로 등극했다. 앞으로 종종 애용할 듯!
2~4인분
재료 :
당근 중 2개
파슬리 다져서 1큰술
올리브 오일 1큰술 (또는 아보카도 오일)
레몬즙 1 작은술
디종 머스터드 : 1/2 작은술
소금, 후추 약간씩
만들기:
1. 강판을 이용해서 당근을 잘게 채 썬다.
2. 파슬리는 줄기 말고, 잎만 모아서 잘게 다진다.
3. 믹싱볼에 올리브 오일, 레몬즙, 머스터드, 소금, 후추를 모두 넣고 먼저 섞어준다.
4. 준비된 당근과 파슬리를 넣고 잘 섞어준다.
5. 실온으로 서빙한다. 애피타이저로도, 양식 곁들이 샐러드나 한식 반찬으로도 다 잘 어울린다.
이삼일 정도 냉장 보관 가능하다.
* 푸드프로세서에 채칼이 달려있다면 그것을 사용해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