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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Sep 05. 2022

호박꽃 튀김을 멕시칸 스타일로

고수와 고추를 활용했다.

요즘 텃밭이 한창 복잡하다. 물론 이제 9월로 들어가니 이미 끝나서 정리한 것들도 있지만, 원래 끝나기 전에 더 화려하게 펼쳐지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호박이 단연코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호박을 키우려면 원래 좀 신경을 써서 곁순 제거도 하고 관리를 해야 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 타이밍에 친지 방문을 하느라 텃밭을 비웠었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져있었다. 물론 호박만 손이 가는 것은 아니었으니, 우리는 그대로 포기하고 다른 작물들에 신경을 썼고, 이제는 뒤꼍이 호박잎의 바다가 되었다. 맷돌호박 하나랑 조선호박 하나, 이렇게 두 포기의 위력이었다.


야생 블랙베리의 기를 꺾어버린 맷돌호박의 위력. 끝이 안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잎이 성하면 호박이 많이 달리지 않는다. 그래도 수꽃은 여전히 열심히 핀다. 호박꽃에는 암수가 있는데, 암꽃에는 이미 작은 호박이 달려있고, 수꽃은 혼자서 핀다. 그래서 두 꽃이 동시에 피면, 수꽃에서 꽃가루를 묻혀다가 암꽃에 발라서 인공수정을 시켜주는데, 암꽃보다 수꽃이 훨씬 많이 핀다.


앞에 보이는 것이 수꽃,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애호박 암꽃이다


짝짓기 할 암꽃이 없다면 호박꽃 수꽃은 무용지물이다. 물론, 호박꽃도 꽃이냐는 말이 무색하게 참으로 예쁘긴 하다. 그리고 또 다른 좋은 점은, 결실과 상관없으니 아무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는 호박꽃 튀김에 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그래서 호박꽃이 피면 우리는 열매보다 이 꽃을 더 열심히 먹는다. 사연은 예전에 레시피 올리면서 소개한 적이 있다 :



그런데 오늘은 같은 호박꽃 튀김을 좀 색다르게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크림치즈에 달걀노른자를 하나 섞어서, 튀김옷 입혀서 튀기곤 했는데, 딜을 넣어볼까 하다가, 얼마 전에 살사 소스 만드느라 사놓고 남은 고수가 생각났다. 그래서 이번엔 멕시칸 음식 같은 기분을 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고수의 잎만 따서 잘게 다지고, 꽈리고추도 하나 아주 쫑쫑 썰어서 크림치즈에 던졌다. 싱크대 앞에서 굴러다니는 노란 방울토마토도 3개를 잘게 다져서 함께 넣었다.


호박꽃은 늘 그렇듯 안의 수술을 제거하고 살짝 헹궈준 후 물기를 잘 빼주고, 그 안에 이 크림치즈 믹스를 밀어 넣었다.


크림치즈를 채워 넣고 끝을 살짝 말아준다.


몇 개 안 되는 튀김을 하자고 기름을 너무 많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 프라이팬을 기울여가면서 호박꽃을 뒤집어 주면 적은 양의 기름으로도 충분히 튀길 수 있다. 나는 두꺼운 튀김옷이 싫어서 얇게 했는데, 좀 더 도톰하게 튀김옷을 하고 싶으면, 한번 더 튀김옷을 입혀서 튀기면 된다. (남은 기름으로는 전을 부침)


팬을 기울여가며, 살살 뒤집어 튀긴다.


이렇게 해서 완성! 맛을 보니 고소한 크림 안에서 고수와 고추가 멕시칸 음식 같은 기분을 확실히 내준다. 한식에 썩 어울리는 반찬은 아니었지만, 애피타이저도 아니고 이렇게 자리 차지하고 서빙했는데, 자기 자리 확실하게 차지해줬다.


다음번에는 김치를 다져서 살짝 볶은 후에 크림치즈에 넣어보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그러면 한식과도 어울릴 것 같다. 응용은 자유니까!



오늘의 메뉴는 거의다 밭에서 왔다. 마지막 노각오이 무침을 했고, 냉장고에 스테이크 먹다 남은 게 있길래, 납작하게 썰어서 냉채를 했다. 마당에서 미나리와 더덕을 따다가 식초 좀 두르고 간장에 무쳤더니 상큼한 게 괜찮았다.


조선호박 하나 잡아서 반은 어제 구워 먹었고, 오늘은 나머지 반을 강판에 채 썰어서, 방아잎 다져 넣고, 양파 조금 넣어서 남은 튀김옷 부어서, 남은 기름에 부쳤다. 호박은 제법 달았고, 방아잎은 제대로 포인트를 줘서 아주 맛있었다.


사실, 마당이 없다면 베란다 화분에서 키워서 호박을 수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호박을 딸 요량이 아니라, 호박잎 쌈을 먹고, 수꽃으로 튀김을 해 먹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호박은 마트만 가면 쉽게 살 수 있지만 꽃은 그렇지 않으니 아파트에 사는 분들도 한 번 심어보시라고 감히 추천해본다.


그렇다면 이렇게 너무나 토속적인 맷돌호박꽃으로도, 너무나 이국적인 호박꽃 튀김을 해 먹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




멕시칸 스타일 호박꽃 튀김


재료:

호박꽃 4개

벽돌형 크림치즈 1/2, 또는 채울 수 있을 만큼

달걀노른자 1개

고수, 다져서 1큰술

고추 1개

방울토마토 2개

글루텐프리 가루 1/8컵 + 타피오카 전분 1/8컵 (일반 튀김가루나 밀가루 1/4컵으로 대체 가능)

물 1/4컵 (남은 달걀흰자와 섞어서 이 분량을 만들면 더 좋다)

소금 약간 (일반 튀김가루 사용 시 생략)

튀김기름


만들기 :

1. 호박꽃을 조심스럽게 씻은 후, 안쪽을 벌려 수술을 제거한다.

2. 마른행주로 꽃에 남아있는 물기를 살살 닦아준다.

3. 크림치즈에 달걀노른자를 섞어서 부드럽게 해 준다.

4. 고수, 고추, 방울토마토를 잘게 다져서 크림치즈에 넣어 잘 섞어준다.

5. 크림치즈믹스를 꽃의 안쪽에 넣고, 꽃잎으로 잘 감싸준다.

6. 튀김용 가루와 물을 섞어서 튀김옷을 만들어준다.

7. 튀김기름을 프라이팬에 여유롭게 두르고, 팬을 기울여서 튀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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