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Sep 12. 2022

후다닥 상큼 오이소박이

무가당으로도 충분히 맛있고 손쉽게 만든다

지난달에 오이 풍년 글을 올렸더니, 친한 동생이 페이스북에 덧글을 달았다. 자기도 오이소박이를 했는데, 너무 짜고 물렀다는 것이었다. 짠 거는 어찌한다지만 무른 것은 사실 어떻게 해도 먹기는 힘들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에 안 그래도 오이소박이 하려고 따 놓은 오이들에 좀 더 합쳐서 후다닥 오이소박이를 만들었다. 


이번 여름에 벌써 세 번째 만드는 오이소박이. 그만큼 손이 안 가고 쉽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오이가 풍년인 것이 한몫을 했지만 말이다. 


원래대로 한다면 얌전하게 속을 넣어서 예쁘게 만들겠지만 바쁘다 보니 그럴 여력도 없고, 못난이 오이들도 있어서 그냥 대충 썰어서 오이소박이 맛김치를 담갔다. 사실 맛은 거기서 거기이고, 먹기는 맛김치 스타일이 더 쉽지 않은가 말이다. 나는 그게 더 잘 먹힌다.


그래서 우리 먹을 거 조금이랑, 후배 먹을 것 조금씩 담았다. 지나는 길에 들러서 가져가라 했는데, 막상 보니 얼마 안 되었다. 그래서 잠시 망상 거리다 보니, 전에 후배에게 받았던 큰 유리병이 생각났다. 겨울에 사골 끓였다고 큰 병으로 하나 가득 담아서 우리 집 앞에 놓고 갔던 그녀를 생각하니, 그 병에 담아서 돌려주면 좋겠다 싶었다.



사진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큰 들통 같은 병이다. 근데, 하루 지나고 나니 물이 나와서 양은 더 쪼그라들고... 에이, 모르겠다. 


신랑 퇴근길에 같이 들른 후배  손에, 새로 딴 오이랑 함께 들려 보내면서, 혹시 입에 안 맞으면 어쩌나 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원래 내가 먹자고 하면 잘 되어도, 누구 주려고 하면 의욕이 넘쳐서 잘 안 되기도 하는 법이니 신경이 쓰였다.


아니나 다를까, "언니, 좀 짜."라는 답이 왔다. 근데 함께 가져간 오이는 너무 달고 맛있다며, 좀 익도록 기다려야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좀 짜게 먹나 싶기도 한데, 막상 다 털어서 보내고 나니 중간에 맛을 볼 수 없어서 좀 불안하기도 했다. 익다가 무르면 어쩌지?


그러고 며칠 지나서, "언니, 너무 맛있다! 완전 아작아작 상큼해요!"하고 연락이 오고, 다시 며칠 지나고 나서는, "세 개 밖에 안 남았어. 레시피 주세요." 하는 연락이 왔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에 다른 곳에 올렸을 때에도 반응이 좋았던 레시피여서 걱정 안 해도 되련만, 또 이렇게 괜스레 걱정을 하게 된다. 내가 만드는 법은 별로 손이 갈게 없고, 별로 망칠 일도 없다. 절이는 시간 30분을 제외하면 시간도 별로 안 든다. 




우선 필요한 것은 오이와 부추이다. 한국에서야 백오이를 사서 하면 되지만, 캐나다에서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잉글리시 큐컴버라고 불리는 오이보다는 피클용 오이가 더 잘 된다. 우리는 마당에서 한국 오이와 피클용 거킨스를 키우는데, 나는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모아서 만든다. 

한국 오이와 거킨스 피클오이. 그리고 집에서 딴 부추


지난번에는 부추에 꽃이 피어서 정리를 하느라 그 김에 오이소박이를 만들기도 했다. 오이도, 부추도 집에 있으니, 거기에 양파와 새우젓 등의 양념만 있으면 장 보러 갈 일이 없으니 편하긴 하다.


일단 절임물(소금:물=1:10)을 먼저 타서 냄비에 담아서 작은 불에 올려놓은 후에 오이를 손질하기 시작한다. 나는 소금으로 문질러 씻지는 않는다. 그냥 손으로 쓱쓱 문질러서 센 가시를 꺾어내고 씻는다. 그리고 썰어서 준비한다. 


때로 마음이 동하면 정식 소박이 모양으로 얌전하게 칼집을 내기도 한다. 그럴 때는 오이 양 끝을 잘라내고 4_5 등분을 한 후, 십자로 칼집을 내면 된다. 끝에 1cm 정도 남기고 칼집을 내면 적당하다. 


예전에 찍어둔 칼집 낸 참고사진 / 소금물을 팔팔 끓인다.

실수로 발견을 못해 너무 커져버린 피클오이는 껍질이 질기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껍질을 까서 대충 잘라서 던져 넣고, 모양이 휘어진 못난이 오이도 역시 한 입 크기로 썽둥썽둥 잘라서 넣어버린다. 


소금물이 팔팔 끓거든, 준비된 오이에 그대로 부어준다. 전통방식에서는 그냥 소금을 뿌려서 절이곤 했는데, 이렇게 끓인 물을 넣으면 덜 무른다. 만일 오이가 너무 떠올라서 난처하다면 접시 같은 것을 넣어서 눌러줘도 좋다. 소금물이 모자라서 푹 잠기지 않으면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주면 좋다.



한 20~30분 정도만 절이면 충분하다. 얼마나 절었는지 보려면, 손으로 살짝 휘어보면 알 수 있다. 위 사진처럼 휘어지면 준비 완료이다.


자, 이제 오이가 절여지는 동안, 양념을 후다닥 준비하자. 일단 양념장을 먼저 버무려준다. 나는 멸치액젓과 새우젓을 함께 사용한다. 그리고 마늘 다진 거 약간이랑, 생강도 조금 넣어준다. 고춧가루는 취향껏 넣어주는데, 우리는 별로 맵지 않게 만드는 편이다. 양념은 먹어보면서 각자의 입맛에 맞게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간을 살짝 보고 모자란 듯하면 액젓을 살짝 더 넣어준다. 너무 싱거운 것은 좋지 않지만, 오이도 절여졌으니 많이 짜게 할 필요는 없다. 익으면서 짠기가 빠진다.



양파도 잘게 다져서 양념장에 함께 비벼준다. 


부추는 미리 넣지 말고 준비만 먼저 해 둔다. 씻어서 대략 1.5~2cm 정도로 썰어준다. 너무 짧으면 속으로 채울 때 다 쏟아져서 별로이고, 너무 길면 또 질긴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속으로 채우지 않으면 그냥 좀 짧게 1cm 정도로 썰어도 좋다. 



오이는 20분쯤 지나서부터 확인한다. 구부려 보아서 휘어지면, 준비 완료다. 덜 절여지면, 속 넣는 중에 찢어져 분해되어 버리므로 부드럽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 절여졌으면 찬물에 두세 번 헹궈서 더운기를 빼준다. 그렇다고 푹 담가 두면 오이가 다시 살아나므로 빠르게 씻어서 채반에 받쳐 물기를 좀 빼준다. 


물기도 충분히 빠져서 오이소박이 만들 준비가 완료되었다면, 부추를 양념에 넣어서 휘리릭 섞어 준 후 시작한다. 



이제 속 넣어주면 끝! 얕은 김치통에 차곡차곡 얌전히 세워주면 완성이다. 전 과정이 진짜 금방 끝난다.



그러나 더 빨리 끝내고 싶다면, 아예 속을 넣지 말고 비비기만 해도 된다. 옛날에 만든 사진을 찾아보니, 양파는 채 썰고, 부추도 좀 제 길이로 썰어서 좀 볼륨감을 준 것도 괜찮았다.



오이소박이는 한식에도 잘 어울리고, 또 엉뚱하지만 양식에도 잘 어울린다. 젓갈이 들어가서 스테이크에 잘 어울린다. 우리는 시저 샐러드 대신 활용하기도 한다. 아니면  짭조름하니 맥주와도 잘 맞는다. 



끝물 오이 이용해서 우리도 한 번 더 만들어야겠다!




무가당 오이소박이


재료: 

절임물 (물 5컵 +  천일염 반 컵)

오이 5개

다진 마늘 3쪽

생강 1/2작은술

고춧가루 2~3큰술

새우젓 1~2큰술 (금방 다 먹으려면 1큰술, 좀 오래 두려면 2큰술)

멸치액젓 1큰술

양파 1/2 개, 잘게 썰어서 준비

부추 반 줌, 씻어서 1.5 cm 정도의 크기로 취향에 맞게 준비


만들기:

1. 오이를 깨끗하게 씻어서 원하는 모양으로 자른다. 오이소박이 모양도 좋고, 한입 크기도 좋다.

2. 절임물을 팔팔 끓여서 준비된 오이에 붓는다. 20~30분 정도 기다린다.

3. 그동안 양념을 준비한다. 부추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먼저 섞어준다.

4. 부추는 잘라만 놓고 아직 섞지 않는다. 

5. 오이를 구부려봐서 휘어지면 다 절여진 것이므로 체에 밭쳐주고, 찬물로 두세 번 헹궈준다.

6. 채반에 걸어 물기를 빼주고, 준비가 되면, 양념장에 부추를 섞어준다.

7. 오이소박이 스타일로 한다면, 사이사이 부추를 넣어서 세워서 통에 담아주고, 간단하게 먹으려면 오이와 양념장을 가볍게 섞어준다.

8. 실온에서 하루 익히고 냉장고에서 마저 익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