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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n 14. 2021

I love these lines.

그건 주름이야...

결혼 초기였다. 


자기 전에 누워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I love these lines."

그것은 눈가의 주름이었다.


"그건 내 주름이잖아." 라며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도 웃었다.


"웃어서 생긴 이 주름들이 예쁘잖아"


늘 잘 웃는 나는 웃을 때 눈가에 주름이 여러 줄 잡힌다.

그걸 지우기 위해 뭔가 노력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글쎄,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런데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나도 그의 얼굴을 보면서 주름이 거슬려 본 적이 없다. 

그냥 그 주름이 그의 얼굴의 일부이고, 그의 표정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주름이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결혼하던 날, 참 많이 웃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눈에 씐 콩깍지라고 부른다. 결혼하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콩깍지가 벗겨진다는데, 2년 반이 되어오는 우리는 아직 벗겨지지 않은 것 같다. 


그 사람 다 좋은데 이 점이 안 좋아, 그건 좀 고치면 좋겠어... 이러는 것보다는, 그 모습까지 다 사랑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의 모습 그대로 다 사랑할 수 있을 때, 그 사랑은 비로소 완성되는 듯하다. 


나는 꾸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 역시 그런 모습을 좋아하니 천생연분인가 보다. 피부가 예민해서 로션도 못 바르니 화장을 하는 일은 정말 거의 없다. 흰머리 염색도 하지 않는데, 그는 내 흰머리도 사랑한다. 염색하려 들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나 역시 그의 백발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긴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중 하나라고 생각이 된다.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인데, 주름을 걱정하기보다는 건강을 챙기고, 그리고 주름이 지더라고 활짝 웃는 얼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어떤 이들은 배우들의 젊은 시절과 나이 든 현재를 비교하며 안타까워하는데, 나는 일부 배우들의 멋있게 늙은 모습이 좋다. 




특히, 아주 오래 전, 아마 대학원 다닐때였던 것 같다. 오드리 헵번의 지방시 화보를 보았는데, 나이 들어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데도, 예의 그 아름다운 미소와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안 그래도 좋아하던 그에게 더욱 반했던 기억이 있다. 성형하여 팽팽하게 만들지 않아도 그대로 너무 아름답던 헵번. 그녀의 미소에 품위와 사랑이 있었다.


꼭 배우가 아니어도, 나이 들면서 더 멋있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엔 그냥 평범해 보였던 사람이 나이 들어서 만났을 때, 더욱 지혜롭고 평화로워 보이면 나는 그 사람을 더욱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그는 내 얼굴의 라인들을 좋아하고, 나 역시 그의 얼굴에 난 라인들을 좋아한다. 나이 먹어 가는 나를 아름답다 여겨주는 남편, 그리고 나는 매일, 그가 멋있다. 이 콩깍지가 영원히 벗겨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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