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알고 있으니 조용히 하라는 소리가 아닐 수도 있다.
지난달, 오페라를 보러 밴쿠버 시내에 갔을 때였다. 극장 근처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차비를 입금하려고 봤더니, 몇 개 안 되는 기계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줄이 무척 길었다. 맨 끝에 줄을 서있는 사람의 뒤에 서면서 나눈 아주 짧은 대화는 다음과 같다.
나 : Wow!
그분: I know!
두 사람이 나눈 단어를 합치니 오직 3 단어다. 하지만 이 안에서 공감 완료했다. 사실 단어를 꼭 길게 늘여야만 의미가 잘 통할 것 같지만, 보다 짤막하고 임팩트 있게 대화를 나누면 오히려 느낌이 강하게 확 간다.
나 : 아니, 세상에! 줄이 왜 이렇게 길대요?
그분: 그니까요! 어처구니없어서!
무슨 수로 이렇게 길게 번역하냐고? 사실 그때의 느낌이 딱 그거였다. 나는 그저 놀라워서 감탄사를 던졌고, 그분은 그 감탄사에 동조하며, I know!라고 말한 것이다.
I know!
이 문장을 참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 나도 안다고 주장하는 거라고 느껴지기 쉽기 때문이다. 사실 글자 그대로 직역을 하면 달리 나올 말이 없다. 그리고 또한, 이 문장을 발음할 때, 앞에 있는 I를 강조해서 발음한다면, 정말 그런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 뒤에 있는 know를 강하게 강조해서 발음함으로써 강한 동조의 말로 변신한다.
내가 이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 신선함이 뭐지? 이런 느낌이었다. 미국의 어느 쇼핑몰에서였는데, 두 여인이 물건을 구경하다가, 한 여인이 친구에게 외쳤다.
A: Oh my gosh! This is so cute! 세상에! 이거 너무 이쁘다!
B: I know! 그치!!!!
아니, 두 사람 모두 이 물건을 처음 봐놓고선, 마치 뭐 원래부터 아는 것 같은 대답인 건지! 알긴 뭘 안다고? 그게 귀여운 것인지 안다는 게 아니라, 네 마음을 나도 안다는 말이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강하게 동의하는 것을 어필하는 표현이다.
20년 전 이 표현을 처음 들은 이후로, 나는 이 표현을 유심히 관찰했다. 신나는 일에도, 놀라운 일에도, 슬픈 일에도 이 표현은 정말 아무 데서나 툭툭 튀어나왔다.
너무 속상한 일이 있어서 사정을 말해도, 동조하는 말로, I know!가 나오고, 정말 신나는 일에도 나왔다. 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함을 알려주는 말인 것이다.
발음에 주의를 하자면, I를 강조하지 않고, know를 강조한다. I를 강조하게 되면, 정말 "나도 알거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know를 탁 튀게 발음해 주는 게 포인트다.
다음 대화는, 상점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종류의 대화이다. 의미를 생각하며 들어보자.
Casher: Hello, how are you? 안녕하세요?
John : Good, thanks. Finally the rain has stopped. 아, 네. 마침내 비가 그쳤네요 (밴쿠버는 매일 비)
Casher: I know! I missed the sunshine! 그러게요! 햇빛이 그리웠어요!
예전에 어느 블로거가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물건을 잃어버려 속상해하는 외국인에게 자기는 나름 위로한다고 말했는데, 상대가 "나도 알아"라고 대답했다며, 기분 상한다는 식으로 쓴 것을 봤는데, 그때 상대가 사용한 말이 "I know." 였을 것이다. 기운 없이 대답했겠지만, 그냥 "그래, 그러게" 정도의 느낌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이 뒤에는 종종 right?이 붙어 가는데, 2004년,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에서 레이첼 맥아담스가 찰지게 말하면서 엄청나게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자 같은 거 할 때 심지어 약자로 IKR 이라고도 많이 쓴다.
레이첼 맥아담스의 "I know, right?"을 한 번 들어보자.
"와, 너네 집, 멋지다!"하는 말에 "그치?"라고 말하는 그녀, 얄미워서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저의 이 말에 I know!라고 맞장구쳐 주신다면, 이번 스토리는 제대로 습득되신 듯!)
표지사진: Unsplash의 Jesse C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