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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r 10. 2023

있는 재료 털어서  만드는 칠리

한접시 파티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종목

영어 공부를 함께 하는 분들과 번개 모임을 가졌다. 그냥 단순히 학원에서 배우는 개념보다는, 캐나다 살이를 하면서 언어가 힘든 분들을 돕는다는 개념에서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그 이상의 대화를 나누게 되곤 한다. 비록 수강료를 받기는 하지만, 지식만 전달하는 관계 이상이 되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기 때문이다.


서로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도 그 자리가 얼마나 흥겨운지 모른다. 대략 서너 시간 함께 하게 되는데, 시간이 번개같이 가는 바람에 궁디가 떨어지지 않아, 작별의 순간은 정말 번개처럼 이루어진다. 아이들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추기 촉박하기 때문이다.


언어에 대한 고민, 아이들 교육에 대한 고민, 정착에 대한 고민... 대부분의 고민은 다 비슷하고, 이곳에서 겪은 어려움들도 다 비슷하다 보니 동질감에 푹 빠져들고, 처음 만난 사이에도 스스럼없이 속을 털어낸다. 


모임을 하면 나는 늘 한접시(potluck) 파티로 추진한다. 각자 만들거나 산 음식을 들고 와서 나눠 먹는 것이다. 다양한 음식이 뷔페처럼 차려지면, 먹으면서 이야기도 한 없이 쏟아진다. 


이번 모임에서 나는 애피타이저로 카나페를 만들기로 했다. 달걀노른자를 이용한 한입거리 스낵이었다. 마침 얼마 전에 흰자가 많이 필요해서 사용하고 남은 삶은 노른자를 얼려둔 것이 넉넉했기에, 그걸로 데블드 에그의 노란 부분만 이용해서 크래커에 얹으면 되겠다 싶은 것이었다.


노른자 샐러드에 장식용 드라이 샤플라워를 뿌림


그리고 다른 음식들이 많이 올 예정이니 음료와 커피만 준비하려 했는데, 전날 저녁 남편이 만든 칠리가 제법 양이 넉넉하고 맛이 좋았기에 우리는 갑자기 이 메뉴를 추가하기로 했다.


다 만들어진 상태로 데우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고, 비슷한 메뉴가 없어서 다른 것과 어울리기에도 적당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오븐에 미리 넣어두면, 손님 와서 인사하고 시간 지난 다음에도 바로 꺼내서 먹으면 되니 편리하다.



모임은 역시나 아주 즐거웠다. 손님들이 가져온 메인 음식은, 떡, 김밥, 떡볶이, 샐러드였기에 칠리가 아주 잘 어울렸다. 모임이 끝난 후, 혹시 칠리 레시피가 브런치에 올라와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심지어 브런치에 검색을 해봤다기에 나는 부랴부랴 레시피를 적어보자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런데, 이 메뉴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고 남편이 만든 것이다 보니, 남편에게 요청해야 했다. 문제는 남편에게 레시피가 없다는 것이었다. 마치 된장찌개의 레시피를 내놓으라는 것 같은 분위기가 나왔다. 뭐 있는 대로 넣는 거지...


남편에게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라고 해서 받아쓰기를 시도했으나, 어차피 사진도 한 장도 없으니 결국, 우리는 그 핑계로 칠리를 또 만들어 먹었고, 중간중간 사진을 찍으며 레시피를 기록하였다. 




정식 이름은 칠리 콘 카아니(chilli con carne)인데, 칠리페퍼에 고기를 넣었다는 스페인어다. 그런데 사실은 스페인 음식도 멕시코 음식도 아닌, 미국 멕시칸 (TEX MEX) 푸드이다. 칠리페퍼는 매콤한 서양고추를 동칭 하는 말이고, 그래서 이 음식은 약간 매콤한 것이 우리네 입맛에도 잘 맞는다.


모임 전날 만들었던 것은 집에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들었지만, 이번엔 넣으면 맛을 더 올릴 수 있는 버섯도 추가하였다. 셀러리는 필수 재료이고, 피망이나 색피망 등을 넣어주면 더 좋다.



그리고 꼭 들어가야 하는 재료 중 하나는 바로 이 강낭콩(Red Kideny Beans)이다. 통조림으로 나오는 것을 사용하면 된다.


강낭콩 통조림은 액체를 따라버리고 물론 가볍게 헹궈서 준비한다


일단 첫 번째 과정은, 고기를 미리 살짝 볶아주는 것이다. 두툼한 냄비를 달군 후, 기름을 조금 두르고 살짝 불맛을 입혀 갈색으로 구워준 후 꺼내 놓는다. 고기를 담았던 그릇에 다시 담아도 된다. 어차피 다시 익힐 것이니까.  


고기가 익는 동안 야채들을 썰어준다. 모두 자그마하게 깍둑썰기를 하면 된다. 셀러리는 길이로 잘라 준 후 썰면 적당한 깍둑썰기가 된다. 고추와 버섯까지 모두 썰어서 준비한다.



고기가 스쳐 지나갔던 냄비에 기름을 살짝 다시 넣고, 야채들을 넣어 섞어서 볶아준다. 이때는 불을 좀 낮춰서 타지 않도록 한다. 양송이나 야채가 많으면 물이 나오므로 물을 날려주듯 볶아 주는 것이 좋다. 소금 후추를 뿌려주고 부드럽게 천천히 볶아준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풍미를 높이기 위해서 버터를 한 큰 술 정도 넣어주면 좋다.



적당히 익으면 미리 익혀놓은 고기를 넣고, 다시 토마토 캔과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준다. 우리는 작년 여름에 캐닝해놓은 토마토를 넣었으나 시판되는 토마토캔도 좋다. (집에서 만든 토마토 캔 :https://brunch.co.kr/@lachouette/355 ) 통으로 된 토마토보다는 깍둑썰기 되어있는 것이 편하다. 그리고 거기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으면 더 걸쭉해지고 풍미도 올라가니 아무래도 넣는 게 더 맛있다.



한꺼번에 다 넣고 섞기보다는 하나씩 추가하는 것이 좋다. 먼저 토마토소스를 넣어서 섞어주고, 다 섞였다 싶으면 고기를 넣어서 섞어주고,  그다음에 강낭콩을 넣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게 눈대중으로 하는 음식이다 보니, 새로 넣는 것들의 양이 적당한지를 가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맛이 어우러지는 것 같으면, 칠리 파우더를 한 숟가락 넣어준다. 다시 사실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 눈대중으로 넣기 때문에 맛은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 집에 있는 재료들을 적당히 넣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칠리 파우더를 넣을 때에도 역시나 취향껏 넣는다. 매운맛을 원하면 더 많이 넣으면 되는데, 일단 넣어서 섞고 나면 뺄 수는 없으므로 주의해서 넣는다. 완성해서 먹는데 덜 매우면, 그대 칠리 플레이크를 추가로 뿌려서 먹어도 되니, 처음부터 확 매워지지 않게 주의한다.


소금, 후추, 칠리 파우더, 칠리 플레이크


이제 전체적으로 간을 보고, 필요에 따라서 소금 간이나 후추 등 원하는 추가를 한다. 그리고 뭉근하게 한 30~40분 정도 약불로 은근히 끓여준다. 끓일수록 깊은 맛이 나고, 식은 것을 뒀다가 다음 날 먹으면 더 맛있다. 


끓이는 동안, 함께 서빙할 치즈를 채친다. 보통 체다 치즈가 제일 잘 어울린다


사실 한 번에 많이 하는 게 더 맛있다. (아래 레시피는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양을 반으로 줄였는데, 두배로 해도 좋다) 많이 남으면 소분해서 얼렸다가 먹어도 되고, 남편이 은퇴하기 전에는, 유리 글라스락 같은데 담아서 위에 치즈 뿌려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그대로 도시락으로 가지고 갔다. 회사에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으면 맛있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 사진은 먹느라 못 찍고, 졸이기 전 사진만 건졌다!


이제 완성! 먹을 때는 수프용 볼에 담아서 먹는다. 위에다가 체다치즈 슈레드를 뿌리고, 칠리 플레이크도 뿌려주면 더 맛있다. 뭔가 빵 종류와 같이 먹는 편인데, 우리는 밀가루를 못 먹는 남편 때문에 냉동실에 있던 글루텐프리 플랫브레드를 오븐에 데워서 사용했는데, 은근 잘 어울렸다.



빵은 찍어 먹기도 하고, 또 이렇게 얹어 먹어도 맛있다. 빵이 없으면 칠리만 먹어도 충분히 든든하다. 넉넉히 만들어서 우리도 먹고, 친구랑도 나눠 먹고, 그리고 레시피까지 정리했으니, 이번 요리는 아주 흐뭇하다, 비록 내가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칠리(chilli con carne)

4인분, 북미 계량컵 사용(1컵=240ml)


재료:

소고기 다짐육 450g

중간 크기 양파 1개 적당한 자그마하게 깍둑썰기한다

잘게 썰은 셀러리 1/2컵 가량

마늘 1쪽, 다져서 준비

청피망이나 홍피망 1개, 잘게 썰어서 (옵션)

양송이 3개가량, 잘게 썰어서 (옵션)

버터 1큰술

레드 키드니 빈 (강낭콩) 540ml 1캔

토마토 캔 2컵 (500ml)

토마토 페이스트 1캔

올드 체다 슈레드 치즈

칠리 파우더 1큰술 ~2큰술 (맛을 보고 취향껏 가감)

칠리 플레이크 1/2 작은술


만들기 :

1. 바닥이 두툼한 냄비나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달군 후 다짐육을 넣는다.

2. 소금 후추 약간 뿌린 후, 갈색이 되도록 볶아주고, 꺼내서 다른 그릇에 잠시 둔다.

3. 중불로 내리고 다시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양파, 마늘, 셀러리, 피망, 양송이를 넣어서 섞어준다. 소금 후추 간을 해서 뒤섞어 준 후, 버터를 한 큰 술 넣고 뚜껑을 덮어 약불로 익힌다. 태우지 않도록 주의한다. 

(양송이를 넣는 경우는, 물이 나오므로 뚜껑을 열어 수분을 날려주는 게 좋다)

4.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고기를 넣고, 토마토 캔과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저어준다.

5. 이제 칠리 파우더를 한 스푼 넣고 젛어서 맛을 보며 간을 맞춘다. 매운 정도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니 적당히 맞추면 된다. 칠리 플레이크도 조금 넣어준다.

6. 간이 맞으면 이제부터 한 30분 정도 약불로 뭉근하게 끓여서 깊은 맛이 나게 해 주면 완료.

7. 뜨거운 보울에 담고, 위에 치즈와 칠리 플레이크를 뿌려서, 빵과 함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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