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를 제대로 그리고 싶었다

인생이 꼭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by 라슈에뜨 La Chouette

본격적으로 작업실을 만들기로 하면서부터 내 머릿속은 굉장히 바빠졌다. 막연히 상상하던 것과 다른 현실의 벽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이즈를 결정해야 했는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보기 좋아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즈가 실제로 사용에 편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설계도를 일단 종이에 끄적거리다가, 좀 더 깔끔하게 해 보려고 포토샵으로 각을 세워봤다. 전혀 성에 차지 않았다. 이대로 시작하기엔 너무 막연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방을 완전히 비웠다. 그리고 이 설계가 실제로 방에 적용될 때에 방의 사용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 방바닥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였다. 공간의 느낌을 이해하는데 이 방법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뭔가 더 나은 프로그램이 아쉬웠다. 우리의 설계도는 여전히 너무 막연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설계도라면, 아주 유명한 스케치업(SketchUp)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유료인 데다가 새삼 그 기능들을 다 익혀야 할 생각을 하니 소칼로 닭 잡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을 접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인터넷을 뒤지며 내가 사용할만한 프로그램들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나에게 적절한 절충안을 발견했다. 바로 오늘의 집이라는 웹사이트였다.



이 사이트가 나에게 딱 맞춤인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집을 구하고 이사를 가고자 할 때, 그 집에 맞게 가구배치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무료로 진행될 수 있는 이유는, 많은 가구사들에게서 협찬을 받아서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는 내가 직접 가구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구를 끼워 넣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한국에서 이 프로그램이 더욱 편리한 점이라면, 유명 아파트들의 구조가 이미 들어있어서 그걸 선택하면, 직접 방을 그릴 필요 없이 그냥 가져다 쓸 수 있었다.


나는 물론, 내가 원하는 장소는 거기에 없으니 방을 직접 그려야 했다. 위 웹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3D 인테리어 하러 가기 버튼을 누르면, 설계를 할 수 있는 새 창이 뜬다. 거기서 Floor plan을 선택해서 원하는 방을 그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방을 먼저 그렸다. 벽의 길이를 재서 mm 단위로 입력하고, 창문과 문의 위치도 잡았다. 아래 그림처럼 평면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입체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가구를 나름대로 짜서 넣었다. 내가 원하는 가구를 그려 넣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예시에 들어있는 기존가구를 가져다가 크기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꿨다. 즉, 내가 딱 원하는 색상이나 모양은 잡을 수 없었지만, 대략 방을 차지한 모양이 어떻게 되는지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다양한 각도로 돌려가면서 살펴볼 수 있다.


ㄷ자 모양의 상황까지 생각해서 가구를 넣었고, 여유 있게 돌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말끔하게 느낌이 오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렌더링(Rendering) 버튼을 찾았다. 좀 더 실물처럼 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인터넷이 느린 이곳에서 렌더링으로 방을 보는 데까지는 로딩이 꽤 오래 걸렸지만, 그 모습에 나는 상당히 흡족했다. 제법 실감이 났기 때문이다.


재봉틀 책상과 비슷한 것은 없었으므로 작은 책상을 밑에 하나 더 넣어서 대략의 느낌을 상상해 보았다. 공간활용을 위해서 책상을 작업대 밑으로 겹쳐 넣은 것도 어떤 느낌일지 잘 보였다.


렌더링으로 나온 방의 모습


문제는 화면에 나타난 방의 모습이 은근 답답해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석에 ㄱ자 모양으로 선반을 만드는 것이 아무래도 그리 보기 좋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이니, 이렇게 계속 머리만 굴리는 것보다는 직접 만들면서 상황을 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 년이 가도 이 일은 시작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제일 왼쪽의 책상에서부터 제작에 돌입하기로 했다. 나무를 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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