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의 종류도, 부자재의 종류도 다양하다
설계도를 그렸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제작을 해야 할 차례다. 그러자면 자재를 사는 일을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선택은 항상 가장 큰 덩어리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작은 부분은 큰 것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에서 뽑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제일 먼저 결정한 것은 책상과 작업대의 상판이었다.
매끄럽고 근사한 상판을 얹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매장에서 구입하는 책상의 상판은 굉장히 단단하고 윤기 나는 모습이다. 그런 것을 가지면 좋겠다 싶었다.
싱크대 상판 같은 것을 사용하면 단단해서 아주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따로 맞추지 않는 한, 우리 가구에 맞는 것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이 아주 많이 올라가겠지.
그러지 말고 그냥 원목을 얹으면 자연스럽고 무난하지 않겠느냐 것이 나의 착각이었다. 원목이 그렇게 크면 가격도 비싸거니와 쉽게 틀어진단다. 따라서 단단히 전체를 고정할 수 없는 책상 상판이라면 원목을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그 긴 나무를 휘지 않게 할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큰 나무는 무게도 많이 나가기 때문에 차라리 문짝을 사서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나왔다. 그것도 나름 그럴듯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문은 책상 상판으로 쓰기에 너무 넓었고, 속이 비어있어서 자를 수도 없었다.
결국 우리는 합판(plywood)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합판이란, 말 그대로 얇은 나무판을 여러 겹을 붙여서 만든 목재를 말한다. 저렴한 가구에 흔히 사용하는 MDF와는 다르다. MDF는 나무 가루를 본드로 붙였기 때문에, 접착제 성분도 더 많을 뿐 아니라, 물에 약하고 잘 휜다. 가격이 싼 편이라 대부분의 조립식 가구에 사용되는데, 집집마다 있는 책장에 책이 꽂힌 후 휘었던 것을 떠올리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그에 비해 합판은 판을 여러 겹 연결해서 적당한 두께를 만들었기 때문에 더 튼튼하다. 물론 합판도 두께와 질이 다양하니, 좋은 것으로 잘 선택해야 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것은 3/4인치 자작나무 합판이었다.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가장 두껍고 튼튼한 선택이었다. 두 개의 상판과 그 상판을 세우는 기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두장을 구입하였다. 120cm x 240cm의 큰 판의 무게는 엄청난데, 그대로는 차에 실리지도 않기 때문에, 상점에서 세로로 반을 잘라달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서랍을 만들기 위한 목재도 함께 구입하였다. 당시에 남편이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차라리 넉넉하게 구입해서 배달을 시켰다. 배달비가 상당히 비싸긴 했지만, 어차피 우리 차로 이런 크기의 목재를 이렇게 한꺼번에 집으로 가져올 수는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을 비웠다.
작업실을 꾸미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을 해봤다. 내가 투자하기로 생각한 비용은 1000불이었다. 캐나다 달러는 한화와 대략 1:1000이니까 백만 원을 예상한 것이다.
목재 및 재료 비용은 내가 대겠다고 말하면서 내가 백만 원까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남편의 그때 반응은 넉넉할 거 같다는 것이었지만, 코비드 이후 수직상승한 물가를 전혀 감안하지 못한 계산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 정도 비용이면 이케아 같은 가구점에서 조립식 가구를 사는 가격과 비슷하거나 좀 더 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아마 그곳에서 가구를 사서 채웠으면 훨씬 저렴하게 가능했을 것이다. 단지 방에 딱 맞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기능도 많이 부족했을 테지만 말이다.
일이 진행하면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더니 돈이 나가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남편도 살짝 당황한 것 같았다. 비용은 내가 지불하겠다고 큰소리를 쳤기에 남편이 처음에는 전적으로 내가 돈을 쓰게 하더니, 나중에는 은근슬쩍 자기가 계산을 해주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그리고, 실제 재료뿐만 아니라,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연장도 필요했다. 남편이 쓰던 연장들은 오래된 것들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오차가 나게 잘리는 조각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대략 하나씩 만드는 침대나 선반 같은 경우는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렇게 전체를 딱 맞춰 제작하다 보면 조금의 오차가 나중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남편은 고민하다가 결국 장비도 몇 가지 교체하였다. 운이 좋게도, 작업을 용이하게 해주는 작업대가 온라인 중고시장에 무료로 등장했다. 이사를 가야 해서 정리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남편이 가지러 가자, 함께 분해를 해서 가져가기 쉽게 도와줬다.
남편의 부상과 저조한 날씨 속에서 우리는 일단 모든 장비를 마련하고, 재료를 사모으는 쪽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목재와 연장, 그리고 자질구레한 부자재까지 차곡차곡 우리의 지갑을 비워갔고, 우리는 여전히 갈팡질팡 하면서 한 걸음씩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머릿속의 가구는 막연하기만 했지만 그래도 희망에 부푼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추운 어느 봄날 드디어 책상을 만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