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계획이 흔들리다

책상부터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설계도를 짜긴 했지만, 이런 일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어떤 모양이 나올지 잘 몰랐다. 따라서 실제로 만들어 봐야 감이 올 것 같았다. 망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머리만 굴리다가는 계속 고민만 하다 세월이 갈 상황이었기에 일단 시작을 해보기로 했다.


작업대인 큰 서랍장을 먼저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기도 했는데, 남편은 책상부터 하자고 했다. 서랍을 정식으로 만들어본 적이 없는 남편이 서랍장부터 시작하는 것은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결국 중간에 설계를 바꾸게 되었기에 남편의 이 선택은 훌륭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창문 바로 아래에 있는 책상부터 시작, 재봉틀 부분은 보조 책상을 놓아 분위기만 파악


책상은 가능한 최대로 길게 하고 싶었다. 한쪽에 재봉틀 책상을 마련하고, 우리가 사 온 두꺼운 합판의 폭만 자르고, 길이는 전체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벽에 상판을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


캐나다 집들은 대부분 목재 건물인데, 뼈대를 나무로 세운 후에 그 위에 얇은 판을 덧대어서 벽을 만든다. 따라서 벽의 뒤쪽은 대부분 비어있다고 봐야 한다. 즉, 못을 박아서 뭔가를 고정하고 싶어도, 공중에 못을 박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


작업실_145.jpg 이렇게 기둥이 있고, 그 기둥 양쪽에 판자를 대서 벽을 만든다


따라서 못을 박고 싶다면, 판자 위에 박는 것이 아니라, 저 지지 기둥 중 한 군데를 찾아 박아야 한다. 하지만 보이지도 않는 그 기둥을 어떻게 찾을까? 그러나 다행히도 그런 기둥을 찾는 도구가 있다.


초록불 들어오는 곳이 기둥이 있는 곳이다.


이 도구로 벽을 쭉 훑다가 삐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오는 곳이 바로 기둥이 있는 자리다. 그러면 그 자리에 표시를 하고 못을 박는다.


남편은 집 벽에 그렇게 두 개의 지지대를 고정했다. 쇠로 제법 튼튼한 ㄱ자형 지지대가 뒤와 오른쪽에 잡혔다. 왼쪽에는 책상용 서랍을 설치할 것이다.


아래에 지지대를 설치하고, 임시 받침목을 중간에 세웠다


그런데 원래 계획대로 하자면, 오른쪽 끝은 작업대 서랍장과 겹쳐서 길이 손실이 발생하게 되었다. 막상 실제로 이렇게 고정해놓고 보니, 책상은 생각만큼 길지 않았다. 나는 나름 자주 남편과 나란히 앉기를 희망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만큼의 길이가 안 나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왼쪽의 서랍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손에 닿는 서랍은 반드시 있어야 했다. 결국 우리는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오른쪽에 계획했던 작업대 책장의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책상은 그 길이를 다 써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러면 이 좁은 방에서 작업대는 어디로 과연 책장 없이도 수납이 다 가능할까? 11자형 가구로 간다면 내가 원하는 수납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나는 다시 고민에 돌입했다.


얹어놓은 책상 판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나름의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여기쯤 재봉틀이 놓이면 내가 이만큼의 공간이 필요하고... 그런 식으로 셈을 하다 보니, 나름의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재봉틀 앞에서 작업을 할 때면, 나는 재봉틀의 몸통 쪽에 앉는 게 아니라 제일 왼쪽, 바늘이 있는 앞에 앉는다. 즉, 재봉틀의 오른쪽 부분이 책상의 상당히 끝쪽으로 가도 상관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위쪽 쓰지 않는 공간에 책장을 짜고, 재봉틀 옆쪽으로도 책장을 세워도 내가 충분히 앉을 수 있으리라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래서 설계도는 완전히 새로 그려졌다.


작업대 서랍장을 옆 벽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책장이 들어섰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예전의 그 '오늘의 집' 웹사이트를 이용해서 그려보니 감이 대략 잡혔다.


서랍장은 맞은편으로 옮겨갔고, 원래 그게 있던 자리에는 천장까지 닿는 책장이 들어서기로 했다. 그리고 이 책장은 그리 깊지 않게, 딱 천을 두 번 접었을 때 들어갈 수 있는 깊이로 계산을 해서 부피의 부담감을 줄였다.


책상은 벽까지 닿았고, 재봉틀은 최대한 오른쪽 끝으로 붙일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선반을 어떻게 넣을지는 일단 책상을 먼저 만들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드디어 책상 서랍 제작 시작!



keyword
라슈에뜨 La Chouette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2,625
이전 04화가구는 만드는 것보다 조립이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