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책상에 서랍은 반드시 필요해
이제 책상의 왼쪽 지지대 겸 서랍을 만들 차례가 되었다. 남편은 선반과 침대 벽장 등등은 수도 없이 만들어봤는데, 놀랍게도 서랍은 한 번도 안 만들어봤다고 했다. 나는 남편이 당연히 서랍을 만들 줄 안다고 생각했다.
즉 나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서랍을 목록에 넣었지만, 남편은 사실 은근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나는 서랍은 아주 단순하고 약하게 생긴 레일로 되어있다. 그래서 척 하니 얹으면 올라앉으니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더구나 조립식 장을 샀을 때에도, 끼워 넣으면 척척 들어맞았으니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려니 했었다.
그런데 서랍 레일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또한 서랍을 달고 나서 그 서랍이 가지런히 놓인 것으로 보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게는 우선 서랍 레일에 대한 선택권이 있었다. 기존의 저렴한 서랍레일과 자동 닫힘이 되는 고급 버전 중에서 고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저렴한 버전을 전혀 고려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경험상 자동 닫힘 서랍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팔 힘이 그리 세지 않은 나로서는, 이 서랍을 열 때 다소 힘을 줘야 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열릴 때, 서랍 안의 물건이 살짝 흐트러지는 느낌도 싫었다.
남편은 그래도 저렴 버전은 너무 약할 수 있다고 싫어했기에, 그러면 쇠로 된 튼튼한 것으로 자동 잠금 기능이 없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상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일단은 레일을 구경하러 가보자 했는데...
우리가 서랍 재료 판매하는 곳에 갔을 때, 자동 닫힘 서랍 레일이 반값 세일이었다. 비슷하게 생긴 철제 수동 서랍 레일은 훨씬 비쌌다.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랍 레일이 의외로 비쌌기 때문에 나는 자동을 선택했다.
사실은 레일의 길이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었다. 책상과 작업대의 폭은 같게 설계되었고, 그 폭을 다 사용해서 서랍을 만든다면 20인치 길이를 사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짧아야 하는 쪽이라면, 아마도 콘센트 바로 앞에 있을 서랍장 하나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일단 18인치 2개와 20인치 2개를 사들고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사이즈를 고민해 본 이후에 당장 그다음 날 가서 다시 10개를 사 왔다. 한 세트에 3만 원짜리가 만오천 원이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세일 끝나기 전에 득템 해야지.
서랍의 길이에 관한 고민의 이유는 여기 있었다. 작업 중인 위 사진에서 보면 왼쪽 아래 바닥, 서랍 뒤편으로 난방 열기가 나오는 환풍구가 있다. 저기가 딱 서랍 자리인데 저기를 막아버리면 방안을 데울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서랍을 짧게 하기에는 마음이 아쉬웠다. 내겐 많은 물건들이 있었기에 서랍은 깊을수록 좋았다. 나는 계속 갈등을 하다가 타협점을 찾아냈다.
서랍장을 반으로 잘라서, 아래쪽에는 환풍구 이전까지의 깊이로 선반을 만들어 문만 달아주고, 위쪽에는 긴 서랍을 두 단으로 넣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선반은 깊으면 뒤에 있는 것을 꺼내기 힘드니 깊을 필요가 없었다. 이 선반은 나의 수업용 파일을 넣어두는 용도로 쓰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이 서랍장의 옆면은 어떻게 해야 할까? 파인 모양으로 만들자니 보기 흉할 것 같고, 그냥 막아버리면 바람이 갇힐 거 같고... 고민하다가, 어차피 보이지 않는 안쪽은 ㄱ자 모양으로 완전히 뚫어서 공기가 편하게 나오게 하고, 바깥쪽은 막되, 바람이 숭숭 나올 수 있는 구멍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바깥쪽 옆면이 이것이다. 나름의 디자인이 창의적으로 보이지 않는가? 이제 흡족하게 틀을 짰으니 진짜로 서랍을 만들 차례였다.
서랍틀에도 레일을 넣고, 서랍에도 레일을 넣어서 수평이 잘 맞게 되어야 한다. 남편은 심혈을 기울여서 서랍을 제작했다. 당시에 나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서랍 제작 과정의 사진이 없다. 이런 안타까울 데가!
사실 남편이 조용히 나가서 작업했기 때문에 내가 기회를 놓친 탓도 있으리라.
서랍의 형태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그냥 뚝딱뚝딱 못을 박아서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서랍을 열었을 때, 옆면의 나사못이 보이면 흉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이지 않게 작업하느라 특별한 방법을 사용했다. 일명 포켓 스크류, 주머니형 나사못 박기였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대각선으로 구멍을 내서 그 안에서 못을 박음으로써, 나중에 서랍이 완성되었을 때에는 그 어디에서도 못이 보이지 않게 하는 기법이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사실들이 참 많이 있구나.
그리고 앞면은 그냥 함께 붙여서 완성을 할 경우, 서랍이 줄 맞춰 가지런히 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속 서랍을 먼저 다 완성해서 끼운 후에, 합판이 아닌 원목으로 보기 좋게 앞에 새로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서랍 앞면으로 사용될 원목에 두꺼운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그것을 서랍 앞에 눌러 붙였다. 서랍 간에는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므로 위 사진처럼 틈새용 받침을 끼워 넣어야 했다. 그리고 서랍 손잡이 나사를 박아 넣어서 고정을 했다.
사실 이 과정사진은 없지만,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분명히 맞게 붙였는데도, 손잡이 나사를 끼우는 사이에 은근 틀어져버려서 애를 많이 먹었다. 서랍이 생각같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저렴한 조립식 서랍장들도 아귀가 척척 맞는데, 우리 것은 왜 그럴까?
물론 그들이 계산을 더 정확하게 더 많이 하겠지만, 그 외에도, 형태가 반듯한 MDF소재를 사용한 것도 그 한몫을 하였으리라 생각되었다.
우리는 계속 씨름을 해서 결국은 서랍을 반듯하게 맞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렇게 책상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날 재료의 모습이 보이니 완성된 가구가 되기 위해서는 마무리 작업이 남아있었다. 이제색을 확정 지을 차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