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자르고 못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서랍이 놓이면서, 책상이 제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걸로 완성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완성을 위한 꾸미기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이 다음 아이템인 책장을 만드는 동안, 꾸미기는 내 소관으로 들어왔다.
첫 번째 숙제는 손잡이였다. 그냥 간단하게 홈디포(Home Depot) 같은 철물점에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 고르려고 보니 어찌나 촌스럽고 마음에 안 들던지 도저히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결국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는데, 여전히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가격도 엄청나게 비쌌다. 단지 책상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서랍장과 책장에도 모두 필요하기에 적은 양을 사는 것도 아니었다. 손잡이 한 개에 5천 원씩 한다면 그것만 십수만 원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몇 주 동안 고민하다가, 아마존에서 원목 손잡이를 찾았다. 별로 볼품없지만, 단순하게 생긴 디자인이었기에 그걸 사서 어떻게인가 내 마음에 맞게 손을 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재봉 작업실이니까 예쁜 단추를 사서 그 위에 붙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가구의 색상이었다. 이게 원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보니 그대로 쓰기엔 너무 안 예쁜 것이다. 더구나 책상 위에는 물건들을 올려놓고 많이 건드리기 때문에 뭔가 안전하게 코팅이 되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판매되는 책상들도 다들 맨질맨질하지 않은가.
우리의 책상은 합판으로 되었기 때문에, 윗면도 안 예쁘고 옆면도 안 예쁘다. 괜찮은 부분은, 정면 서랍 앞에 붙인 원목뿐이다. 그거는 그냥 에이징만 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차피 나머지랑 밸런스가 안 맞으니 다 칠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무슨 색을 칠할까 하는 것이었다. 밤색을 하자니 침침해 보일 것 같고, 일반 원목색처럼 해도 어차피 원목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면 역시 이상할 것 같았다. 흰색으로 하자니 너무 가벼울 것 같고, 결정이 상당히 어려웠다.
우리는 목재 사러 갈 때마다 페인트 코너를 들러서 샘플 종이를 들고 왔다. 책상에 대보고, 벽에 대보고...
한 가지 색보다는 약간 포인트 컬러를 주면 덜 지루해 보여서 좋을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이나 올리브그린, 아니면 겨자색 같은 것을 어딘가에 넣으면 어떨까 고민했다.
계속 고민 중이라고 딸아이에게 말했더니, 그러지 말고 포샵으로 대충 칠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 생각도 했는데 귀찮아서...라고 얼버무리니, 일 분만에 사진이 왔다. 내가 보낸 사진을 이거 저거 간단하게 칠해서 보낸 것이다. 제발 이런 거 정성껏 칠하지 말고 그냥 이런 식으로 해보라는 딸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일단, 상판의 색만 결정했다. 흰색은 눈이 피곤할 것 같았고, 진한 색은 답답할 것 같아서 내가 선택한 것은 옅은 베이지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자연스러운 색을 좋아하니, 벽과 비슷하게 밝은 베이지 회색톤으로 가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종류의 색도 엄청나게 많아서, 페인트 코너에 가면 기절할 듯 많은 샘플을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이 많은 색들 중에 딱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라니!
내가 원하는 베이지는, 이 책상을 제작하기 시작하던 당시에 구입한 이케아 의자의 색상이었기에 어쨌든 나는 가장 비슷한 색상을 골랐다.
그렇게 해서 페인트를 사 왔는데, 막상 칠을 하려고 하니 남편이 날더러 사포질을 먼저 해야한다고 했다. 그냥은 색이 잘 안 먹힌다는 것이다. 그리고 흠집 있는 곳은 메꾸고, 면을 고르게 만들어 준 다음에 페인트 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난 평생 알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고운 사포 종이를 블록에 말아서 문질렀는데, 보다 빠르게 하기 위해서 기계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계는 자칫 잘못하면 갑자기 확 패일 수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남편은 내가 이런 일을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사포질이 끝난 이후에 드디어 페인트 칠을 시작했다. 상판을 예정된 색으로 칠하고 나서 잠시 고민을 했다. 서랍에는 포인트 색을 넣고, 아래쪽에 달린 문은 상판과 같은 색을 칠하려고 했기에 문을 먼저 칠했다. 그런데 막상 칠을 해놓고 나니 그대로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서랍도 그냥 칠해봤다.
마음에 안 들면, 그 위에 다른 색을 덧칠하면 될 거라는 마음으로 칠했는데, 중간 서랍도 괜찮아 보이길래 결국은 앞면 전체를 다 칠해버렸다. 물론, 옆면도 말이다. 색이 안정적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세 번을 칠했다.
결과는 아주 흡족했다. 색이 내 마음에 딱 들었기 때문이다. 전체가 다 같은 색이 되었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책상 상판의 옆면이 문제였다. 합판을 자른 단면이기 때문에 칠을 한다고 예쁘게 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은 테이프나 띠를 두르고 싶었는데, 띠를 하려고 사온 재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은 원목을 가늘고 길게 잘라서 대기로 했다. 그냥 베이지색으로 칠해서 붙이는 것보다는, 이왕이면 포인트 색을 넣기로 했다. 또한 서랍 손잡이에도 같은 색을 넣었다. 그 색은 바로, 창틀과 같은 색이었다.
일단 띠를 먼저 페인트칠한 후, 본드를 사용해서 붙였다. 양쪽 옆을 먼저 붙이고, 그다음에 앞면까지 붙이고 나니 방 안이 환해진 기분이었다.
다시 돌이켜 보자면, 상판먼저 만들고, 재봉틀 받침대 만들고, 그다음에 서랍을 만들었다. 사포질 하고, 페인트 칠하고, 마지막으로 윗면에 바니스 코팅까지 해서 완성. 아, 컴퓨터 전선용 구멍도 뚫었다.
이제 책상은 졸업하고 책장으로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