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은 방 안에서 이루어졌다
내가 책상에 페인트를 칠하고 공을 들이는 동안 남편은 책장을 시작했다. 처음 설계할 때부터 남편은 내게 반복적으로 물었다. 정말 천장까지 꽉 차는 책장을 원하느냐고 말이다.
남편 생각에는 키도 작은 내가 왜 그렇게 손도 닿지 않는 곳까지 탐을 내나 싶었겠지만, 나는 선반 위에서부터 천장까지 공간이 비어서 활용도가 낮아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리고 그곳은 곧 먼지 구덩이가 되어버리기 쉽다. 있는 책장을 구입하는 것이라면 할 수 없지만, 맞춤 책장에서, 높이를 천정에 맞추는 것은 나로서는 당연한 요구였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원하는 것이 더 있었다. 그냥 선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서랍과 문을 아래에 달고 싶었다. 전체에 다 문을 단다면 답답해 보이겠지만, 아래쪽에만 설치한다면 좀 숨기고 싶은 것들을 넣기에 좋겠다 싶었다.
또 서랍이 필요하다는 말에 남편이 껄껄 웃었다. 서랍은 선반과 달리 정말 손이 많이 가고, 특히나 줄맞춤이 아주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었다.
책장 내의 칸막이 높이의 결정도 쉽지 않았다. 잘못했다가는 방안이 너무 어수선해 보일 수 있겠다 싶어서, 일단 네 개의 책장 중, 양쪽 끝단에 매달리는 책장은 같은 높이로 정했다. 재봉틀 앞에 앉아서 작업할 때 거슬리지 않을 높이를 결정한 후, 동일하게 칸 높이를 맞췄다.
시판 책장처럼 칸막이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지만, 원목을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것이 어려웠다. 원목은 그냥 얹어두는 식으로 제작할 경우 나중에 휘거나 할 문제가 있었다. 반드시 자리를 정해서 고정해야 했다.
가운데 두 책장의 칸 높이는 어디에 맞춰야 할까 고민하다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결정했다. 양쪽 끝의 책장을 같은 크기로 해서 밸런스를 맞추기로 했기 때문에 가운데 두 개의 긴 책장도 통일감을 주기 위해서 두 개를 같은 높이로 정했다. 그 범위 안에서 높은 책도 꽂을 수 있고, 아주 낮은 장식품도 놓을 수 있도록 높이를 정했다. 다 높기만 하다면 공간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한 알뜰하게 공간을 활용하고자 했다.
높이의 간격 설정은 그냥 전체 길이로 나눠서 될 일은 아니었다. 원목의 두께까지 같이 계산해야 했기에 열심히 계산하며 맞췄다. 그리고, 아래쪽에 서랍과 문이 달릴 곳의 높이도 함께 결정했다.
그리고 설치 전에 색상을 결정해야 했다. 약간의 고민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원목을 다른 색으로 커버해 버리기는 아까웠기 때문에, 에이징 되는 오일만 발라주기로 했다. 사실 날재료는 보기에도 안 예쁠 뿐만 아니라 전혀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예쁘지 않게 색이 바래게 된다. 여기에 전용오일을 발라주면 보호도 되고, 근사한 색으로 변한다.
오일은 스며드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일단 어느 정도 스며들게 둔 이후에 나머지는 헝겊으로 싹싹 문질러 닦아줘야 했다. 오일에 그대로 남아있으면 끈적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페인트처럼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다. 한 15~30분 정도 방치한 후 닦아내면 된다. 그렇게 두 번 정도 반복했다.
기본적인 나무 커팅 작업은 마당에 있는 보트 작업실에서 이루어졌지만, 원목 책장을 다 완성해서 들고 올라오기에는 너무 무거웠기에, 남편은 맞는 사이즈로 커팅을 해서 가지고 온 후, 방에서 조립을 마쳤다.
바닥에 넓은 비닐을 깔고 작업했고, 오일도 방 안에서 칠했다. 사실 밀폐된 공간에서 칠하면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밖에서 하는 게 좋지만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작업했다.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계절이라 다행이었다.
제작이 끝난 후에는 다시 오일을 입히고 닦아서 제자리에 끼워 넣었다. 사이즈는 계획대로 딱 맞아떨어졌다. 세워놓은 상태에서 서랍을 끼워놓고, 앞의 문을 붙였다. 간격을 나란히 맞추느라 신경이 곤두섰지만 결국 잘 마무리되었다.
서랍과 문짝까지 모두 달고 나니 완성 같았지만, 여기서 몇 가지 고민이 생겼다.
우선은 손잡이 색상이었다. 책장이 원목이니 서랍 손잡이도 당연히 원목색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것도 오일을 입혔는데, 꽂아놓고 보니 영 성에 안 차는 것이다. 아무래도 옆에 있는 책상의 포인트 붉은색이 눈에 들어와서 그런 것 같았다.
결국은 옆에 있는 책상 서랍에서 빨간 손잡이를 잠시 빌려와서 꽂아서 비교해 보았다. 결과는 당연히 빨간색의 승리!
그다음의 문제는 책장의 표면처리였다. 오일을 입혀서 색을 진하게 만들었더니 예뻐진 것은 맞는데, 막상 여기에 내 천들을 얹는다고 생각하니 불안해졌다. 천은 흡수하는 힘이 강해서, 이렇게 오일에 장시간 닿아있으면 분명히 색이 변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손으로 만져봐도 은근한 오일의 느낌이 전해지니 여기에 천을 얹을 수는 없었다.
결국 일거리가 추가되었다. 나무가 숨 쉬게 두고자 했던 의지를 접었다. 대신 위에다가 라커 칠을 해서 선반도 보호하고 천도 보호하기로 했다. 칠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한 겹으로는 부족했다. 칠이 마른 후에 사포질 하고 다시 칠하기를 세 번 반복했더니 아주 맨질맨질 매끄러워졌다. 이제 안전하고 단단해 보였다.
결국 손잡이도 다 칠하고, 아래 문짝까지 완전히 마무리해서 완성했다! 문이 달린 선반은 안쪽에 두 칸으로 나눠서 수납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각종 칠을 하는 동안, 남편은 마지막 서랍장을 시작했다. 이렇게 큰 서랍장을 만든다는 것이 남편에게 상당히 부담감을 준 듯했다. 남편의 고심은 길어졌고, 와중에 시누이 방문과 우리의 샌프란시스코 여행까지 이어져서 방은 이 상태로 여름의 반을 넘기고 있었다.
묵직한 서랍장 이야기는 다시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