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말로 완벽한 공간이 완성되었다, 디테일까지!
작업실 가구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목재를 처음 집으로 배달시킨 날이 3월 27일이었으니, 가구가 완성된 9월 2일은 거의 반년의 세월이었다.
물론 계속 만든 것은 아니고, 만들다가, 쉬다가, 고민하다가를 반복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중간에는 정말 이 작업이 언젠가 끝이 날까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끝이 났다.
그러나 감격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남아있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내 짐들이 과연 다 들어갈까 하는 것이 제일 큰 고민이었다. 나는 서랍을 많이 만들어서 다 집어넣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러면 보나 마나 방이 답답해 보일 테니, 서랍보다는 선반 위주로 만들었다. 그러나 내 짐은 자질구레한 것들이 많아서 선반에 쌓기는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이 짐들을 넣을까 고민하였다. 플라스틱 정리함을 살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플라스틱은 결국 보기 흉해지고, 나는 그 재질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음에 쏙 드는 크기의 정리함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래서 일단 나름 내 손으로 만들기 가능한 서랍 겸 수납함을 제작했다. 그것은 바로, 티슈 케이스의 리폼이었다. 티슈케이스는 사이즈가 적당한 데다가, 위쪽의 입구를 벌려서 눌러 붙이면 제법 단단해지기 때문에 수납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대충 스테이플러로 붙여서 사용했지만, 선반에 올라갈 것은 그것보다 예뻤으면 좋겠다 싶어서, 천으로 감싸줬다. 그냥 붙이려니 원래 무늬가 비치길래 이면지로 한 번 더 붙여줬더니 힘도 더 받고, 색도 깔끔하게 표현되었다.
이제 이 서랍들을 끼워 넣을 곳을 찾아야 했다. 딱 맞는 높이는 물론 없었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계획을 했어야 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없으면 만들면 된다.
편의상 넉넉한 높이의 선반을 여러 개 만들었지만, 내게는 그렇게 높은 물건이나 책들이 많지 않았다. 따라서 위쪽이 비어있는 선반들은 공간활용을 제대로 못하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선반 안에 작은 선반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바로 남편에게 부탁해서 ㄷ자형 꼬마 선반을 받아냈다. 그래서 아래쪽에는 작은 책들을 꽂고, 위쪽에 티슈케이스를 넣었다.
그러나 그걸로는 부족했다. 조금 더 큰 물건들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은 티슈박스에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여러 가지로 고민한 끝에 이케아를 방문했다. 원래 내가 온라인으로 보고 간 상자는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립형 종이상자였는데, 내가 원하는 크기와 얼추 비슷했다. 마음에 안 들면 환불한 요량으로 사 왔는데, 딱 적당해서 또 이렇게 선반에 자리 잡았다.
이름표는 좀 예쁘게 붙여주고 싶었는데 일단은 정리가 더 급하니 접착식 메모지로 일단 대신했다.
나의 물건들은 차곡차곡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삿짐 박스에서 꺼내어 예쁘게 진열하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었다. 그러나 물론 곤란한 순간들도 등장했다.
나의 실 상자를 찾아 실꽂이에 나란히 정리를 했는데, 곧이어 다른 실 상자가 나왔다. 그리고 또 다른 실 상자가 나왔다. 다 똑같은 실 같아도 종류가 다 달라, 그에 따른 용도도 다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은 없었다.
그렇다고 또다시 상자로 밀어 넣으면, 실을 찾을 때마다 열어서 뒤져야 하는데 몹시 불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또 남편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실 전용 선반을 설계해서 남편에게 넘겼다. 남편은 갈등을 했다. 너무 두꺼워도 안 예쁘겠지만 전체를 합판으로 하면 앞에서 보기에 정말 보기 싫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양쪽 기둥은 원목으로 하고, 가로 선반 부분만 합판으로 했다. 하지만 못을 박기에는 합판이 지나치게 얇았다. 분명히 쪽이 갈라질 것이다. 고민하던 남편은 원목을 파서 그 틈으로 합판을 끼워 넣었다. 그리고 그 선반은 그림같이 들어맞았다.
이제 재봉틀 돌리는 일은, 아무 준비 없이도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아크릴 판은 재봉 작업 공간이었지만, 투명하게 아래가 다 보이기 때문에 훌륭한 수납공간의 역할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말린 꽃을 함에 담아 장식하니, 겨울철에도 꽃을 즐기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실제로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이 재봉틀 테이블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만든 것들도 꽤 될 정도로 말이다.
바느질에 필요한 또다른 공간은 건너편에 있다. 바로, 나의 작업대이다. 예전에는 천을 자르거나 재단을 할 때에는 늘 바닥에 엎드려서 했는데, 이제는 작업대가 있으니 아주 편리하다. 그리고 원하는 물건들은 전부 근처에 있다.
왼쪽 선반에는 천과 부자재들이 있고, 부자재들은 또한 서랍 안에도 있었다.
서랍들은 모두 특별히 계산된 사이즈로 제작되어서 더욱 편리하다.
특히 두 번째 서랍은 아주 넓고 얕아서 납작한 물건을 담기 좋다. 큰 매트나 자 같은 것을 보관하려면 어중간한 곳에 세워뒀어야 했는데, 그러다 보면 부러지거나 망가지기 일쑤였다. 이제는 안정적으로 들어있어서 편리하게 꺼내 쓸 수 있다.
맨 밑의 서랍은 깊고 커서 퀼트 작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퀼트 작품을 모두 가져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이즈가 다들 좀 되는 것들이다 보니 어딘가에 보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이불장에 접어서 넣어뒀는데, 이 캐나다에는 그런 이불장이 마땅치 않았다. 지금 이 서랍은 딱 적당한 크기여서, 퀼트 작품이 너무 눌리지도 않고 보관하기 아주 적합하다.
그리고 이 넓은 작업대 위에는, 내가 사용하는 커팅 매트를 그대로 펼쳐놓을 수 있다. 그 위에다가는 천을 펼쳐놓고, 그대로 로터리 커터를 이용해서 자를 수 있다. 이걸 푹신한 카펫 바닥에 놓고 자르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무엇인가를 재단할 때 아주 편리하다.
위쪽 사진을 보면, 작업대 끝나는 부분, 선반 아래쪽으로 빈 공간이 있다. 저 안까지 선반을 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면 그 아래는 죽은 공간이 된다. 그래서 감추고 싶은 것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중에 있는 빈 공간은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그곳을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바로 아래와 같은 레일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었다.
설치가 쉽지는 않았다. 딱 맞는 재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저 레일 안쪽으로 전동드릴을 넣을 수 없으니 설치도 당연히 까다로웠다. 그래도 결국은 기어코 해냈는데, 저게 지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자주 사용하는 연장들이 모두 걸려있다.
작업장의 오른쪽 구석에 설치한 멀티탭도 만족스럽다. 모양도 깔끔한데, 거기에 다리미를 꽂아서 사용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다림질을 하려면 늘 커다란 스탠드형 다리미판을 펼쳐야 했는데, 바느질 작업을 하다 보면 시접이나 봉제선을 다려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그럴 때마다 커다란 다리미 판을 꺼내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다림판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접이식 작은 다림판이 있었다. 딱 접으면 공책만 한 사이즈가 되는 것이어서 이동할 때나 작은 작업에 편했는데, 짐을 줄이면서 결국 처분하고 온 것 같다. 혹시나 가져왔나 싶어서 한참을 뒤지다가 포기했다.
그래서 하나 장만할까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휴대용 다림판이라고 파는 게 비싸기도 하거니와 영 미덥지 않게 생겼다. 결국은 이것도 만들기로 했다.
받침은 열을 견딜 수 있는 소재로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나무 재질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목재는 무거웠다. 여러 가지 목재를 검색한 후 내가 선택한 것은 마루 바닥재(plywood underlayment)였다. 바닥에 근사하게 까는 소재 말고, 그 밑에 베이스로 까는 목재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남편은 목재를 내가 원하는 크기로 잘라줬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다림판 속지로 판매하는 납작한 패딩을 구입해서 같은 크기로 잘랐다. 해져서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침대 시트의 한쪽을 잘라내어 그 위에 겉싸개를 만들어 씌우니 완성되었다. 마무리는 스테이플러 건으로 했다.
목재와 패딩이 남아서, 두 가지 크기로 만들었다. 넓은 것을 다릴 때와 작은 것을 다릴 때의 용도로 구분하니 더욱 편리해졌다. 이제 정말 작업대는 전천후 작업대가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이 작업대와 재봉틀을 이용해서, 디너냅킨 12장과 티타임용 냅킨 10장을 만들었고, 실버웨어 케이스도 두 개나 만들었다. 그리고 헝겊 책갈피, 트리 스커트 같은 소품들과, 바지 수선 등의 작업을 했는데, 모든 단계가 너무나 순조로워서 작업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사실 예전에도 작업실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방은 이것보다 넓었는데 사용효율이 떨어졌다. 붙박이 선반을 주문하기는 했지만 맞춤 가구가 있지 않다보니 작업도 쉽지 않았다. 결국은 창고처럼 재봉용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전락하였고, 대부분의 작업은 결국 다시 거실에서 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작업실이 진짜 작업실이 되었다!
이제, 마지막 부분이다! 이 공간은 글을 쓰는 공간이다. 창문 바로 앞에 놓인 이곳은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되었다.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를 놓고, 연필꽂이와 탁상 달력을 놓았는데, 수업할 때 쓰는 교재와 평소에 사용하는 공책을 꽂을 곳이 책상 위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험 삼아 만들어 본 수납함을 노트북 옆에 놓았더니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남편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못자국도 보이고, 합판으로 만들어 너무 품질이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작은 책꽂이를 새로 설계하여 만들었다. 채울 것이 많아질 때를 대비하여 좀 넉넉히 만들었더니 탁상 달력까지 들어가서 안성맞춤이었다.
자꾸 고개를 수그리고 작업하게 되어서 노트북 받침대를 장만해서 올리고, 아래에 키보드를 새로 놓았다. 마우스 받침대는 작은 커팅 매트를 겸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막상 책상에 앉아서 칼질을 할 일은 거의 없지만, 때로는 작은 움직임도 귀찮을 때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완성하고 나니 겨울이 되었다. 창 앞이라서 쌀쌀할 수 있는데, 앉아서 글을 쓰거나 하면, 발 밑에서 히터가 돌아가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 이유는 환풍구가 바로 발 밑에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 환풍구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고, 바람이 밖으로 샐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나름 아티스틱한 구멍도 뚫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책상 안쪽은 이렇다. 시원하게 뚫어버려서 환풍구에서 바람이 곧장 나온다.
노트북 컴퓨터를 놓은 자리 옆에는 상판에 구멍을 뚫어서 멀티탭과 바로 연결되게 해 놓았다. 그리고 앞쪽에는 서랍 두 개와 하나의 선반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자주 꺼내는 자료들을 철로 묶어서 문이 달린 선반에 넣어두니 참으로 편리하다.
생각보다 작업실 완성이 오래 걸렸지만, 완성의 기쁨은 그 어떤 것보다도 크다. 매일매일의 일상을 즐거움으로 만드는 정말 환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이 작업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물론, 페인트칠을 하는 방법이나, 목재에 오일을 입히는 법 같은 구체적인 목공 일도 배웠지만, 이런 일들을 계획하는 마음 자세를 배운 것이 더 컸다. 고집스러운 두 사람이 때론 팽팽하게 의견을 대립시켰지만, 남편은 내 뜻을 모두 반영하고자 했고, 나는 그것이 다 가능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한국에서 살던 습관대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밀고 나왔지만, 여건에 굴하지 않고 가장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밀고 나가는 것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남편이 원하지도 않는 양보를 나 혼자 스스로 했다면, 조금 짧아서 마음에 걸리는 작업대라든가, 키가 낮아서 부족한 느낌이 드는 책장, 불편하게 우뚝 솟은 재봉틀과 씨름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내가 "이것이 가능 해?"라고 물을 때마다,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다 말해, 안 되는 것은 내가 그때 이야기해 줄게."라고 말해준 남편에게 진정으로 감사한다. 물론 이 많은 것들을 다 만들어 준 것에 대한 감사는 기본이고 말이다.
내가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할 때마다, 그는 이렇게 답한다.
"이건 우리가 함께 만들었잖아. 고마워!"
하지만 여전히 내가 훨씬 고맙다. 나를 참여시켜 줘서 고맙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모두 지켜주고 싶어 해서 고맙고, 단계 단계를 거쳐갈 때마다 심혈을 기울여줘서 고맙고, 그리고 끊임없이 응원해 줘서 고맙다.
마당이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면 어떨까 하는 말을 종종 하는데, 이제 이사 못 간다. 이 방을 두고 어디를 가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