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관문인 서랍장 작업대

드디어 모든 가구가 완성되다!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책장까지 만들었으니 이제 가장 난이도 높은 서랍장 작업대를 만들 차례가 되었다. 몇 번의 실수 발생으로 목재가 모자라는 상황이 되자 우리는 다시 재료를 구입하러 가야 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한꺼번에 배달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필요한 만큼씩 샀고, 이번에 구입할 물건은 크기가 상당히 큰 것이었다.


바로 작업대 상판이었다. 즉 판매하는 것 중 가장 큰 합판을, 목재 판매하는 곳에서 원하는 크기로 잘라달라고 주문을 했다. 그렇게 세 조각으로 만들어 가져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한국사람인지라 센티미터에 익숙했고, 캐나다에서는 여전히 인치와 피트가 더 편했다. 센티미터와 미터는 따로 계산할 필요 없이 서로 단위 바꿈이 쉬웠지만 인치와 피트는 그렇지 못하다.


내가 처음에 바닥에 선을 긋고 결정한 크기는 62인치였다. 그게 이 방에서 잡을 수 있는 가장 긴 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방에 들어섰을 때 답답함을 최소화하면서도 넉넉하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공간 낭비를 원하지 않았고, 꽉 찬 느낌이 들고 싶기도 했다. 서랍도 최대한 크게 만들고 싶었다.


작업실_090.jpg 오른쪽 바닥 테이프 붙인 부분이 서랍장 들어갈 자리


그런데 남편이 그 길이를 5피트라고 기억을 한 것이다. 5피트는 60인치였고, 남편이 잘라온 나무도 딱 그 길이었다. 막상 대보고 나니 짧아서 나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겨우 2인치(5센티미터)이니 그 정도 작은 것은 용납해야지 어쩌겠는가! 이미 잘라진 나무를 다시 붙일 수도 없고...


하지만 남편은 괜찮다는 내 말에 동의를 하지 않았다. 겨우 5센티미터 차이일 뿐이지만, 이렇게 애써서 가구를 만들어놓고, 두고두고 마음속에 앙금이 남으면 안 된다는 것이 남편의 의견이었다.


나는 계속 만류했지만 남편은 결국 나가서 목재를 다시 사 오고야 말았다. 그때는 남편의 고집에 혀를 내둘렀지만, 다 완성된 지금 다시 그 부분을 보면, 역시 5cm 짧게 그냥 진행했다면 상당히 깡충해 보였을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아쉬움을 가졌을 것이다. 다시 봐도 지금 완성된 길이가 이 방에는 완벽한 사이즈였다.


그렇게 목재를 사온 남편은 일단 틀을 짰다.


여기서 여러 가지 고민이 생겼는데, 남편이 계산한 작업대 상판은 서랍장과 사이즈가 딱 맞았다. 나는 앞쪽이 살짝 튀어나온 형태를 원했는데, 역시 여러 가지 변경을 하면서 의사가 잘못 전달된 것이었다.


상판이 서랍보다 튀어나오게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사이즈가 모자랐다


이 합판을 살 때 사이즈가 너무 커서 차에 안 들어가니 미리 반으로 잘라오는데, 그 폭이 딱 서랍장 폭이다 보니 상판은 모자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상판을 또 새로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작업하고 뒤쪽에 나무를 덧대기로 합의를 봤다.


다음 문제는 옆면을 한 통으로 매끄럽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맨 위 서랍은 4칸이고 그 밑은 2칸씩 놓이게 제도를 했더니, 4개의 서랍 칸막이가 지지할 받침이 필요했다. 결국 옆판을 잘라서 그 위에 지지대를 얹고, 다시 옆판을 그 위에 쌓았다. 따라서 옆면도 이음새가 생긴 모양이 되었다. 이 부분은 아주 얇은 합판을 대서 커버하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하기로는 다 결정이 났는데, 남편의 머릿속에서는 이 서랍에 대해서 완전히 정리가 안 되었던 것 같다. 나름의 숙성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서부에서 시누님도 방문하시고, 우리도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오면서 서랍은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가량을 지체한 후 다시 시작된 서랍장에 남편은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진작에 사두었던 자동 닫힘 서랍 레일을 설치하고, 거기에 서랍을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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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구레하게 손 가는 작업들도 열심히 챙겼다. 서랍장 뒤쪽으로 콘센트가 있어서 그 자리에 구멍을 뚫어 다시 책상 서랍뒤로 빼는 작업을 했다. 처음 생각했던 곳과는 다른 곳에 멀티탭을 설치하려고 구멍을 새로 또 뚫어야 했다.


나는 그동안 서랍 손잡이에 페인트 칠을 하며 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서랍의 조립이 모두 끝났다. 기뻐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생각지 못했던 문제에 봉착했다. 서랍이 너무 뻑뻑한 것이다. 자동 닫힘 서랍이므로 부드럽게 닫혀야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았다. 남편은 구조상 안 될 이유가 없다며 난감해했다.


잘 설치된 것처럼 보이는 서랍장


원인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곧은 것처럼 보이는 옆면의 나무가 사실은 안쪽으로 휘어있었던 것이다. 눈으로는 쉽게 식별이 되지 않았지만, 각도를 잘 맞춰서 보면 살짝 안으로 휘어있었고, 그만큼의 오차로 인해 서랍이 들어갈 자리가 부족했던 것이다.


무척 난감한 순간이었다. 지금 와서 다시 나무를 사 오자니 갈 길이 너무 멀었고, 새 나무도 휘어있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 더욱 난처했다. 결국은 휜 나무를 펴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래서 아래 사진처럼 나무를 잘라 지지대를 만들어서 맞는 폭이 되도록 끼워 넣었다.


서랍장을 가로질러 들어간 지지대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고맙게도 휜 부분이 정상화된 것 같았다. 서랍들을 다시 끼웠더니 크림처럼 부드럽게 스르르 닫혔다!


이제 다음 작업이다. 바로, 모자라는 상판 보수가 남았다. 2cm 정도가 짧은 상판. 뒤쪽이 이렇게 모자란다. 그래서 그 뒤에 나무를 잘라서 댔더니 멀쩡해졌다.


나무를 붙인 모습. 페인트를 칠하면 감쪽같아질 것이다.


다음은 칠이 남았는데, 책장과 짝을 맞춰서 원목 분위기로 갈지, 아니면 처음 만든 책상처럼 연회색 베이지로 갈지 갈등을 했다. 결국 원재료에 충실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원목 부분은 오일 에이징을, 상판과 옆면의 합판에는 페인트 칠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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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및 라커를 서랍 부분에 칠하고(왼쪽), 상판과 옆판은 회색 페인트를 칠했다.(오른쪽)


또한 상판에는 책상처럼 붉은색 띠를 둘러 포인트를 주기로 했다. 역시 띠를 따로 페인트칠한 후에 접착제를 이용해서 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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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띠가 붙은 모습. 모서리 끝을 살짝 길게 자른 후 사포질로 길이를 맞췄다
서랍을 끼우기 전의 모습. 모서리를 잘 다듬은 후 빨간 페인트를 칠해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서랍장 양쪽으로 날개를 달았는데, 접착제로 붙이기에는 힘이 없을 것 같아서 속으로 쏙 들어가는 작은 못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구멍을 퍼티로 땜질하였는데, 색이 다르니 여전히 거슬리는 것이었다. 재질상 오일로 색을 입히기도 어려워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집에 있는 색연필을 이용해서 칠을 했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커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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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슷한 색의 색연필을 찾아서 색칠로 정리


책상 뒷부분은 사포질 후 페인트를 칠했더니 연결된 부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모자라서 덧댄 부분이 페이트로 감쪽같이 가려졌다


이제 서랍을 끼우고 손잡이를 달면 되는 순간이 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중심을 찾아 네임펜으로 표시를 했는데, 첫 두 개의 서랍을 표시한 후 아래쪽에 나란히 표시하려다 보니 어쩐지 중심이 안 맞는 것 같았다. 서랍장의 날개 때문에 윗칸의 작은 서랍 겉면 사이즈가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서랍장 가운데는 날개가 없기 때문에, 서랍 겉면으로 그 부분을 감싸 안았고, 따라서 가운데의 두 서랍이 바깥쪽 서랍보다 살짝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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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에 점을 찍고, 그 자리에 손잡이를 붙여봤다


하지만 고맙게도 사람의 눈에는 착시현상이 있어서, 세로 라인을 맞추면 자연스레 전체가 대칭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우리는 아래쪽 서랍들을 기준으로 손잡이 위치를 정한 후, 위쪽에도 같은 라인에 손잡이를 달아서 문제를 해결했다.


세로줄을 나란히 맞춰서 손잡이를 달아서 완성


가구는 완성되었지만, 벽에 설치해야 하는 멀티탭이 마지막으로 남았다. 캐나다 집 벽은 그냥 합판이기 때문에 못을 박아도 고정이 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멀티탭의 위치를 기둥에 맞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고정하기로 했다.


가구 완성!


아래 사진처럼, 지지하는 틀을 먼저 박은 후에, 거기에 나사못을 끼워 넣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분명히 맞는 자리를 계산해서 나사못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수평이 맞지 않았다. 우리는 둘 다 그런 것을 몹시 거슬려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대로 끼워 넣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3M 접착테이프를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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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벽에 붙은 멀티탭


결과는 성공이었다. 남편은 이 시답잖은 테이프로 이 물건이 과연 잘 붙어있을까 반신반의하였는데, 정말 놀랍게도 단단하게 붙어버렸고, 지금까지 전혀 흔들림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방의 모든 가구가 완성되었다. 방이 워낙 작아서 전체 샷을 한꺼번에 담을 수 없기에, 이렇게 담아봤다. 결국 이 방에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다 넣었다.


서랍이 있는 컴퓨터 책상, 높이 조절 가능한 매립형 재봉틀 책상, 천장까지 닿는 선반장에 아래쪽은 서랍과 수납장, 내 키에 맞는 작업대와 큼직한 서랍까지,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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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의 발단이 되었던 높이 조절 매립형 재봉틀 책상은, 정말 원하는 대로 완성되었고, 처음에 계획했던 깊이가 어쩐 일인지 딱 맞지 않았지만, 높이 조절을 통해서 재봉틀을 무사히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모두 완성되었으니, 정말로 내 짐이 이 안에 모두 들어갈 수 있는지 채워볼 차례이다. 그리고 보수가 필요한 곳이 나온다면 또 손을 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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