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비쌌던 유홀 경험!
밴쿠버에 봄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봄다운 날씨가 올 때까지 방 안에서 버티려고 했지만, 나보다 부지런한 남편은 진작에 봄을 시작했다. 2월부터 가라앉은 텃밭을 세우고, 우드칩을 깔아주었다. 겨우내 비를 맞아 이끼가 잔뜩 낀 땅에 라임도 뿌려주고, 미처 못 심었던 튤립들도 부지런히 마저 심어주었다.
그리고 날이 풀리기 직전에 꼭 해야할 일이 더 있었다. 가라앉은 밭에 채울 거름흙을 들여야 했다. 한참 흙을 많이 채울 때에는 6 입방야드를 주문해서, 큰 트럭으로 받곤 했는데, 올해는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2야드 정도만 사면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아주 적은 양도 아니니 봉지로 살 수는 없었다. 하지만 트럭으로 받으려면, 얼마큼을 사든 배달비가 같다. 결국 야드 당 가격이 올라가는 셈이다. 우리 부부는 고개를 맞대고 고민을 하다가, 하루만 트럭을 빌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루 빌리는 가격이 19불이라고 광고하는 유홀(U-Haul) 트럭을 빌려보자 했다. 렌터카처럼 빌려서 이사하고 반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보니, 우리도 한번 써보고 싶었다.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흙 가게의 배달료가 85불임을 감안해 볼 때, 훨씬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웹사이트에서 예약을 했다. 그런데 결제 후에 숨은 비용이 위로 떠올랐다. 깨알같이 쓰여있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빌리는 가격 이외에, 운행 km 당 70센트가 추가로 든다는 것이었다. 가서 트럭을 빌려오는 거리와 흙가게 거리를 대략 계산해 보니, 다 합쳐서 50불이 넘게 나오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겨우 30불 싼 건데, 거기에 흙을 트럭에서 내리는 노동력까지 생각하면 그리 남는 장사는 아니다 싶었지만, 이왕 예약을 마쳤으니 경험 삼아해 보자고 했다.
3시간을 빌리든 24시간을 빌리든 대여로는 똑같기 때문에 우리는 저녁때 가서 트럭을 빌려왔다. 둘이 함께 가서, 나는 우리 차를 끌고 왔고, 남편은 남아서 렌트를 하고 나중에 왔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운전해서 가는데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잠깐 갈등하다가 받았더니 유홀 회사에서 걸은 것이었다. 남편이 비상연락망으로 내 번호를 넣었는데, 그 번호가 맞는지 확인 전화를 한 것이었다. 차를 들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은가?
아무튼, 그렇게 밤에 차를 가져오고, 남편은 아침에 일찌감치 가서 비료를 가서 사 왔다. 비료를 담을 때에는 우리가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알아서 트럭에 담아준다.
그렇게 해서 흙을 받아온 남편은 오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했다. 사실 일기예보에서 이날 이후로 사흘간 비가 온다고 했기 때문에 남편이 더욱 서둘러서 이 날 거름흙을 사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흙이 비를 맞으면 무게가 많이 올라가게 되고, 옮기기에 훨씬 힘들어진다.
흙을 주문하면 보통 덤프트럭에 담아와서는 집 앞에 쏟아놓고 가는데, 이렇게 가져오니 직접 트럭에서 흙을 내려야 했다. 좋은 점이라면, 퍼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퍼서 내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힘이 덜 들고,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고 남편이 말했다.
2야드의 흙은 마당 곳곳으로 이동되었다. 텃밭에 수북하게 쌓였고, 마당에도 뿌렸다. 잔디 씨를 새로 뿌리려면 흙을 새로 뿌려주는 것이 좋다. 반나절 걸릴 거라 생각했던 작업은 두어 시간 만에 끝이 났다. 여기저기 뿌리고 남은 거름흙은 커다란 쓰레기통 2개에 나눠서 채웠다.
예전에 6 입방 야드씩 사면, 넉넉히 뿌리고도 남아서 뒤쪽에 잔뜩 쌓아놓곤 했는데, 이번엔 진짜 간단하게 끝난 셈이다.
점심을 먹고 커피도 한 잔 하고 나서 이제 트럭 청소를 시작했다. 빌려온 트럭이니 깨끗하게 씻어서 돌려줘야 하는데, 흙이 속속들이 박혀서 한참 동안 씻어내야 했다. 처음에는 바닥 틈새를 긁어냈고, 나중에는 물을 끼얹으며 대략 20분간 꼼꼼히 씻었다.
트럭은 원래 저녁 7시까지 반납하면 되었지만, 괜스레 더 끼고 있는다고 좋을 것도 없으니 오후 3시에 그냥 반납해 버렸다.
혹시나 기름값도 추가가 나올까 했지만, 우리가 워낙 거의 달리지 않아서, 비용은 하루 대여비에 km당 가격 다 해서 53불 정도가 나왔다. 우리의 노동력을 생각하면 크게 이익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재미난 경험이었다.
그러고 집으로 돌아오자니 뭔가 아쉬웠던 우리 부부는, 마침 화원에 주문해 놨던 올리브 나무가 준비되었다는 소식을 받았기에 그대로 화원으로 달려갔다.
올리브 나무는 겨울이 추운 곳에서는 키우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떤 종류는 조금 더 추위에 강한 것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심사숙고하여 두 가지 종류를 골랐다. 올리브 나무는 혼자 심으면 결실이 적단다. 꼭 쌍으로 있어야 한다니 두 개를 데려왔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일단은 쌀쌀한 날씨 때문에 밤마다 온실에 들여놓는데, 어떻게 자랄지 벌써부터 기대 가득이다. 뒷 이야기는 나중에 키우면서 다시 소개할 예정이다. 부디 잘 자라서 할 이야기가 많이 있게 되기를...
트럭 흙 글 쓰면서, 옛날에 흙주문한 글이 있나 찾아봤다가 텃밭 꽃밭 처음 만들던 글이 함께 들어있어서 읽으며 감회가 새로웠네요. 예전에 안 보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세요. 저희 가든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자세히 적혀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