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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l 28. 2019

-8. 유럽, 어디로 갈까? 어디를 뺄까?

이 많은 곳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준비의 첫 시작부터 결정장애?

결국 갑자기 여행 스케줄을 짜야하게 된 상황. 티켓을 사고 나서 여행 가기까지 두 달 정도 남아있었지만, 6월은 흩어져있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결혼 축하연을 하기로 되어있었기에, 그 준비와 행사를 모두 하다 보면 그냥 저절로 날짜가 닥칠 것이 뻔했다. 그리고 8월 한 달이라는 기간은 여행 가장 성수기다. 따라서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것이다. 이미 많은 곳들이 예약이 꽉 찼으니 선택권은 줄어들었고, 꾸물거리다간 길에서 자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작년에 교환학생 끝나는 딸 보러 갔을 때에는 그래도 5월 초여서 어디든지 예약하기 힘들지 않았는데, 이번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숙소든 교통이든 성수기는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식구들이 오기 전에 일정이라도 대략 잡아놓자 생각하고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다.


자,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도착은 파리, 8월 1일. 그리고 돌아오는 표는 4주 후인 28일 로마. 이 두 가지는 확실하게 정해졌으니 루트를 먼저 짜야지 예약을 할 수 있다. 루트를! 루트를 짜자!


루트를 짜기 위해서는 어디를 갈지를 먼저 정해야 했다. 언제 어떻게 가든지, 가고 싶은 곳을 모두 갈 수는 없기에 꼭 가고 싶은 곳과 포기할 곳을 정해야 한다. 가고 싶은 곳들을 먼저 다 적고, 그 중에 정말 꼭 가겠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형광펜 표시를, 그리고 가장 먼저 뺄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를 생각해서 지워나가는 식으로 진행했다. 쓰고, 지우고, 칠하고의 반복이었다.


    파리

    로마

    소렌토

    베이유

    베니스

    주노비치

    에트르타

    몽생미셸

    니스

    모나코

    마르세이유

    팔레르모

    타오르미나

    모디카

 

꼭 가고싶었으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든가, 일정상 방향이 너무 안 맞으면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도시 이름을 미리 적어보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우리는 시칠리아에 두 주일을 넣고, 나머지 두 주를 가지고 다른 곳들을 분배하기로 했다. 작년에 갔을 때 시칠리아 일주일은 너무 짧았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흔히들 작은 섬처럼 생각하게 되는 시칠리아는 제주도의 10배가 넘는다! 그래서 사실 시간만 많다면 한 달을 놀아도 부족할만한 곳이다. 다만, 8월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못한 것이 실수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무더위 어쩔까나?)


파리에서 오래 놀면 좋겠지만 방값도 식비도 다 비싼 곳이므로 사나흘 정도만 묵기로 했고, 그 대신 노르망디 쪽을 몇 군데 가보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 추억의 에트르타와 그의 선택, 주노 비치. 딸이 갔었다던 베이유도 거기서 멀지 않길래 얹어보았다. 사실 몽생미셸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방향이 달라서 차를 렌트하지 않는 한 에트르타와 몽생미셸을 함께 넣을 수는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남프랑스도 또한 포기 리스트. 하루 이틀로 될 곳도 아닌 데다가 물가도 비싸서 프랑스는 그 정도로 하고 로마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베니스를 들를 수는 없을까? 베니스도 너무 예쁜데... 그리고, 소렌토, 아말피도 갈 거고 시칠리아는 두주나 갈 건데 어느 도시에 얼마나 머물러야 하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8월 달력을 여러 장 프린트했다. 한 번에 성공할 수는 없으니 이렇게 저렇게 적어 넣어 보고, 다시 고치고... 이걸 반복했다. 대략 파리는 3박 정도, 노르망디에서는 두 군데로 나눠서 2박씩, 그리고 이탈리아로 내려가자. 로마를 먼저 갈까? 아니면 시칠리아를 먼저 갈까? 팔레르모 가면 꼭 다시 가고 싶은 식당 베끼오 클럽은 목, 금, 토, 일요일만 영업한다고 들었으니 일정이 월요일로 잡히면 곤란하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종이에 계속 쓰고 지우고, 다시 새 종이에 시도해보고... 


꼭 가고싶은 시점과 장소가 맞는 것부터 적어본다


여정을 정하는 데 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그 여정에 맞는 교통편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계획을 기껏 짜 놨는데, 연결되는 교통편이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또한 숙박할 만한 곳이 있는가, 가격은 적당한가 역시 함께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일정과 숙박, 교통편은 하나의 세트처럼 흘러가야만 한다.


뭘 타고 어떻게 가는 게 좋을까? 숙소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 하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곳이 정해졌으니, 순서가 어떻게 되는 끼워 맞춰 봐야지? 나의 하루는 이렇게 망상거리며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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