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무상이 몹시 필요한 요즘이다. 머릿속이 어찌나 복잡한지... 그래서 20대 때 이후로 손을 놓았던 뜨개바늘을 잡아봤다. 여러 가지 기교를 부려야 한다거나, 스웨터처럼 정확한 치수를 맞춰야 하는 것 말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결과를 낼 수 있는 아이템이 마침내 눈 앞에 나타났고, 어쩐지 이것을 꼭 떠보고 싶었다. 시작은 한 친구가 단체 카톡방에 올려준 링크에서 시작되었다.
원래 옷 같은 곳에 꽃장식을 달거나 공주스러운 분위기 연출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이 목도리에 꽂히고 말았다. 그래서 한 달 반 전쯤 포틀랜드 여행 갔다가 실을 사놓았는데, 그러고 지지부진하다가 아무것에 집중이 안 되는 요즘, 머릿속을 비우고자 후다닥 완성을 하게 되었다.
사실 다 만들고 나서 과연 내가 이걸 내 목에 두르고 다닐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막상 착용해보니, 포근한 것이 기분도 좋았고, 생각보다 그리 튀어 보이지 않았다. 재미 삼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관심 있는 페친들도 있고 나도 나중에 다시 만들고자 할 때를 위해서 기록을 후다닥 남겨보려 한다. 나 같은 아줌마들의 목도리도 되겠지만, 좀 작게 떠서 여자아이들에게 감아줘도 귀엽고 따뜻할 것 같다. 너무 칭칭 감지 않아도 딱 고정이 되니 편리하기도 하고...
제일 쉬운 소개 방법은 그냥 유튜브 동영상 링크를 걸면 좋은데, 안타깝게도 그 언어를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어서 고민했던 내 초기 상태를 생각해본다면 간단한 팁을 함께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우선 링크 먼저...
처음에 실부터 고민이었다. 포틀랜드로 미국 추수감사절을 맞아 놀러 갔다 실 가게를 들어갔는데, 어떤 것으로 사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주인아주머니께도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같이 골랐다. 이왕 뜨는 것, 아크릴사보다는 모사를 선택했는데, 마침 하나 사면 나머지 하나는 반값이라길래, 회색실 1개 + 빨간색실 1개를 나란히 선택할 수 있었다.
동영상에서는 실의 굵기를 알려주지 않는 데다가, 폰으로 들여다보니 바늘 사이즈도 알 수 없어서 고민 끝에 100g짜리 실을 골랐는데, 나중에 큰 화면으로 다시 보니 더 가는 실을 샀어야 했다. 뭐 어쨌든 실을 샀으니 바늘도 실에 맞춰서 하나 더 굵은 것으로 했는데, 오히려 진도가 빨리 나가서 좋았고, 포근한 느낌도 있어서 잘 골랐다 싶다. 결과물에 만족하니까.
그래서 시작하자면, 나는 100g짜리 순모사를 골랐고, 색은 진회색과 짙은 빨강이었다. 바늘은 5mm(미국 8호)로 선택했다. (원래 동영상에서는 4mm 바늘을 사용했는데, 그러려면 실도 더 가는 것을 사용해야 할 듯싶다) 실 굵기가 다르기 때문에 동영상과 같은 수만큼의 코를 잡으면 사이즈가 안 맞을 것 같아서 나름 고민을 했다.
이런 경우 게이지를 내서 코를 정해야 한다. 바늘에 대략 10cm 정도의 코를 잡고 시작해서, 거기서부터 다시 10cm 정도 떠올라가 보면, 대략 10cm에 몇 코 정도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만일 나와 같은 바늘과 실을 사용한다면, 폭이 15cm인 이 목도리는 25코를 잡으면 대략 비슷할 것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 잡아당기는 힘이 다르기 때문에 오차가 날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게 가감해도 좋다. 다만, 이 목도리는 사이즈에 그다지 예민하지 않기 때문에 좀 달라진다고 해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귀찮아서 10cm까지 떠보기 전에 그냥 휘리릭 재보고, 세어보고 나서 풀어서, 그걸 기준으로 떴더니 1cm 정도 더 크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큰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폭이 목 길이보다 넓어서 접힌다.
뜨는 방법은 내가 백번 사진 찍어서 설명하는 것보다, 원작자의 동영상을 눈으로 보면서 따라 하는 것이 제일 쉬울 것이다. 코를 잡아서 안뜨기로 진행을 한다. 뜨개를 별로 안 해본 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팁이라면, 맨 첫 코는 바싹 잡아당겨서 늘어지지 않게 떠야지 나중에 가장자리가 깔끔하게 된다. 안 그러면 늘어져 너울너울해 보인다. 첫 코 이외에는 그냥 편하게 뜨면 된다.
동영상을 보면 전체를 안뜨기로 진행하는데, 사실상 이런 종류의 뜨기는 안뜨기나 겉뜨기나 한 가지로 하면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겉뜨기가 더 편한 사람은 그리 해도 된다. 그렇지만 동영상을 따라 하려면 똑같이 안뜨기로 가는 것이 따라 하기는 더 쉬울 것이다.
전체 길이는 개인의 목둘레에 따라서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처음에 동영상을 따라서 53cm로 만들었더니 마른 체형의 나에게는 너무 큰 목도리가 되어버렸다. 대략 50cm 전후로 해서 자신에 맞추면 될듯하다. 남은 실로 두 번째 만들 때에는 그보다 10센티를 줄였더니, 딱 맞아서 좋기는 하지만, 목도리라기보다는 칼라 같은 느낌이 들어서 또 아쉽긴 하다.
중간 사진이 없는데, 회색 부분을 원하는 길이로 다 뜨고 나면, 목에 둘러보고 적당한 길이를 가늠해보는 것이 좋다. 그다음에는 빨간 실을 이용해서 꽃 부분을 뜰 차례이다. 역시 동영상에 자세히 나와있으니 보면서 따라 해 보시라고 추천한다. 하나의 코에서 두 개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뜨기 때문에, 한 번은 코의 뒤쪽으로 꽂아서 한 코 만들고, 다시 같은 코의 앞쪽을 잡아서 한 코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없이 많이 뜨지 말고, 대충 꽃이 될만한 크기에서 멈추면 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저렇게 회색과 빨강이 같이 보이는 면을 기준으로, 코가 튀어나와 보이는 것이 6번 반복된 정도의 길이면 적당할 것이다.
다 뜨고 나면, 동영상을 보면서 코 마무리를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 번에 두 코를 잡아서 한코로 빼내고, 방금 빼낸 코를 다시 먼저 바늘로 끼워 넣은 후, 그다음 코와 함께 다시 두 코를 잡아서 또 한 코로 빼내는 방식으로 계속 진행하면 된다.
자, 이제 아래 왼쪽 사진처럼 마무리. 이제 묶고 남은 실들은 돗바늘로 적당히 감춰주는데, 뜨개질 초보자라면 돗바늘에 실 끼우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간단히 사진을 찍어봤다.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 실을 바늘에 걸친 후, 손톱으로 꽉 눌러서 납작하게 잡고 바늘을 뽑아낸다. 그리고 그대로 바늘귀에 끼운다. 즉 반 접은 실이 들어가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좀 더 빳빳한 상태로 바늘귀에 밀어 넣을 수 있어서 어렵지 않게 끼울 수 있다.
꽃의 위쪽에 남은 실은, 그대로 돗바늘에 끼운 후, 장미를 동영상처럼 돌돌 말아 고정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맨 처음에 시작할 때 남은 실 역시, 마지막에 꽃을 고정하는 고리를 꿰맬 때 사용하면 편리하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목도리들... 작은 것은 좀 끼고, 큰 것은 남아도는데, 다음에 다시 뜨면 좀 더 잘 조절할 수 있을 듯싶다. 그래도 이렇게 완성해서 하나는 딸 주고, 하나는 내가 가져가야지.
재료 :
100g 모사 짙은 회색 (한 롤로 2개를 뜰 수 있다),
100g 모사 붉은색,
5mm(8호) 대바늘 2개
만들기 :
1) 25~26코를 잡는다.
2) 안뜨기로 45~50cm가량이 되게 뜬다. (목에 둘러보고 적당한 길이를 만들 것)
3) 빨간실을 연결하고, 1코당 2코씩 되게 코를 늘여준다.
4) 10~12단 정도 떠 올라간다.
5) 마무리한다.
6) 위에 남은 실을 자르지 말고, 꽃 봉오리가 되도록 돌돌 말은 후, 그 끈을 이용해서 꽃을 고정해준다.
7) 목도리를 반을 접어 꽃을 끼운 모양을 만들고, 꽃을 넣어서 끝 부분을 1cm 정도 막아서 고리가 되게 한다.
8)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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