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내 신경을 건드리는 존재들이 많다.
전화 벨소리, 상사의 발걸음 소리, 꼰대의 꼬장 부리는 소리,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농담하며 인격을 모욕하는 고인물의 갑질, 심지어 프린트하는 소리까지 모두가 다 거슬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나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견딜 수가 없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 있는 부분들을 그냥 넘기지 못한다.
자꾸 생각하고 자꾸 의미 부여하고 결국 그로 인한 모든 스트레스를 내가 감당하고 있다.
회사생활을 앞으로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계속해야 되는데 나 어떡하지?
회사의 싫은 것을 모두 나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순간순간마다 그 상황을 기록하는 것도 이제는 지쳤다. 그냥 넘어가자 하면서 넘기고 나의 묵혔던 감정들을 주머니에 꼭 꼭 숨겨뒀다.
시간이 지나면 나의 감정 주머니가 점점 커지고 내가 감당하는 감정들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주머니는 크기가 정해져 있고 이제는 담기에 꽉 차 버려서 곧 찢어져서 주머니의 기능을 못하게 됐다. 감정을 넣고 보관하지 않고 이제는 흘려보내게 됐다.
회사에서 일하는 나의 모습과 하기 싫은 일도 해내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본래의 나를 잃었다. 회사에 오면 괜히 한숨이 나오고 내 아침 인사를 무시하는 상사를 보면
힘이 빠지고 기운이 없다. 업무시간이 시작도 채 안됐는데 업무 메신저는 반짝거린다.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나에게 일을 시키는 부장의 메시지가 왔다고 알림 창이 깜빡거린다.
컴퓨터를 켜서 자리에 앉은 지 1분도 안 됐다. 이제 막 메시지를 확인하고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얼른 결과를 내놓으라고 재촉한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걸까?
내가 부장의 비서로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막내라서 해야 하는 일과 그 한계를 내가 구분을 못하는 건가 싶다. 누구나 막내는 남들이 다 하기 싫어하는 귀찮은 허드렛일을 해야 한다.
그런 게 사회생활이고 회사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란다. 그저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회사에서는 나는 그저 나의 존재를 버려야 한다.
나에게는 직속 상사 1명과 업무적으로 직접 관련은 없지만 잡 업무로 얽혀있는 상사 3명이 있다.
이 상사들을 분석해 봤다.
그래야 내가 이 상사들에게 길들여져서 그들의 반응에 조금 덜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주 업무를 지휘하는 직속 상사 1명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낙하산으로 입사했기 때문에 상사라고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나머지 잡 업무로 얽혀있는 상사 3명은 모두 다 다른 특징을 가졌는데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본인 내선번호로 오는 전화가 아니면 회사로 오는 전화를 절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본인 담당 업무인데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면 나 몰라라 한다.
회사에서 일을 안 하고 손톱 깎기, 주식창 보면서 일을 안 한다.
부하직원들 별 것도 아닌 것으로 트집 잡는다.
자거나 유튜브로 골프 동영상만 본다.
그런데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이 생겨서
나한테 메신저 보내고 3분 안에 답장 안 하면 전화로 닦달하기.
본인이 필요한 자료 빨리 안 주면 빨리 달라고 재촉하기. 정작 내가 도움 요청하면 모른다고 쌩깐다.
다 먹은 커피 종이컵 (나한테) 버리라고 하기.
해야 하는 일을 협조해 달라하면 귀찮으니까 이따가 해준다고 하고 또 안 해줘서 해달라 하면 그냥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기.
나 혼자 하다가 문제 생기면 그 책임도 나한테 지라고 하기.
나는 부장들의 업무를 서포트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봤다. 그러나, 나의 본 업무를 하기에 방해가 될 정도로 그들을 서포트해야 한다면 나에게 이보다 더 많은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왜 그들이 안 하고 내가 해야 하는 거지?
업무 외에 부장 들과 사생활 부분을 공유하면서까지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해야 하는 것도 막내의 몫인가?
취업사기를 당한 기분이다.
채용공고에는 부장이 하기 싫은 일 대신하기는 없었잖아요?
거래처에 메일 보내는 것 귀찮아서 나한테 보내라고 하기.
나의 선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 처리해 달라하면 성질내기.
이 세상 모든 부장들은 이런 걸까?
그런데 이 상사들은 지시하는 것만 잘하면 크게 부딪히는 일이 없다. 문제는 그들이 나한테 지시하는 것들이 너무 말도 안 되는 귀찮은 일이다. 막내라면 부하직원이라면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이 사실이 나를 미쳐버리게 만든다.
회사가 그렇고 사회생활이 그런 거고 직장생활이 다 이러니까 그냥 참아야 한다.
이런 말은 더 이상 나한테 들어오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하기 싫다.
나는 너무 예민해서 이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너무 짜증 나고 하기 싫고 화가 난다.
이렇게 예민한 나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 회사가 나에게 안 맞는 걸까?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는 내가 하는 일 말고 남이 해야하는 일도 내가 해야하는 곳인가? 그럼 저들은 내 일을 안해줘? 왜 본인 일도 안해?
나도 부장이 되면 저 사람들처럼 회사를 다니게 되는걸까?
다른 직장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는 건가요?
저의 마음이 아직 너무 작은 거죠?
회사를 다니면서 얻은 것은 나의 예민한 성격이 더 예민해져서 이제는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해버리는 성격이 되었다.
남의 돈 벌기 정말 더럽게 힘들다.
근데 그 더러운 돈이라도 벌어야 이 더러운 세상
살아가는 척이라도 할 수가 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