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7개월 차의 속마음
한국에 돌아와서 취업을 하고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사실 캐나다에 있을 때, 한국으로 돌아가면 뭐 해 먹고 살지라는 취업 걱정이 고민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나는 미래의 취업 걱정이 꽤 심했다.
그런데 현재 직장인이 된 나는 농담이지만 어쩌면 진담인데 차마 그럴 용기가 없는 나의 무능력을 포장하며 내뱉는 말이 있다.
“진짜 퇴사할까” 말하고 출근 버스를 타러 가는 나를 본다.
마치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내일부터 라면 안 먹는다고 말하고 냄비에 물 올리는 모순적인 모습과 같다.
그렇다면 직장인 6개월 차, 나는 왜 퇴사를 하고 싶어 할까!
분명 취업 전에는 아무 회사나 저 좀 뽑아주세요. 그렇게 간절하게 원했다.
지금은 제발 아무나 저 좀 해고해 주세요. 회사가 나를 내보내서 권고사직 처리가 되면 좋겠다. 왜냐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취업보다 어려운 것은 퇴사와 이직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말로는 퇴사해야지 쉽게 말하지만 퇴사를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당장 그만두면 나의 월급은 누구한테 받을 것이며, 이 나이에 부모님한테 용돈 받는 백수생활을 하기도 죄송스럽다.
그렇다면 이직은 쉬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있는데 연차도 자유롭지 않은데 이직 면접은 어떻게 보러 가며,
자소서와 스펙업을 위한 자격증 공부도 퇴근 후에 시간 내서 하기가 참 어렵다.
그런 말이 있다. 취업은 운이고, 퇴사는 능력이다. 맞는 말이다.
취업은 어떻게 해서든 운이 좋으면 어떤 회사든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퇴사는 능력이 돼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회사를 떠나고 갈 곳이 있다는 자신감과 능력이 있다면 당장 퇴사를 했을 텐데,
아쉽고 유감스럽게도 나에게는 자신감도 내세울 능력도 전혀 없다.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는 너무 많아서 다 적을 수가 없지만, 그래도 적어보려고 한다.
언젠가 내가 이 글을 다시 돌아보면서 28살의 직장생활 1년 차의 나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면서 미래의 더욱 성공한 내가 헛웃음 짓고 싶다.
1.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싫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잠이 많아서 잠 때문에 인생이 망할 거라는 악담을 자주 들을 정도이다.
대학시절에는 자다가 못 일어나서 시험을 못 본 적도 있었다.
한 번 잠들면 쉽게 깨기 힘들어하는 편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매우 힘든 사람이다.
그런데 8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해서 8시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최소 7시 2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아침마다 소리 지르면서 알람을 끄고 모래알이 뿌려진 것 같은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서 결국 가야 하는 곳이
‘회사’라는 것이 싫다. 전 날밤에는 다음 날에 일어나면 출근해야 해서 조금이라도 안 자고 버티다가 매일 밤늦게 잠에 든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는 일을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짜증 때문에 하루의 시작을 단 한 번도 기분 좋게 한 적이 없다.
2. 업무분장이 마음에 안 든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와 내가 해야 하는 업무는 나의 선택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그저 윗사람들이 하라고 하니까 하게 되었는데, 하다 보니 다들 하기 싫어하는 일을
내가 다 떠넘겨 받은 그런 기분이다. 주 업무를 제외하고 잡다한 업무를 하고 있으니 어떤 때는 내가 이러려고 회사 다니나 그런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월말 마감과 실적 정리와 같은 꼼꼼하고 틀리면 안 되지만 시간은 오래 걸리고 딱히 업무적으로 나의 경력에 남는 것은 없는
귀찮은 일들을 다 내가 담당하고 있다. 업무도 마음에 안 들지만 회사의 업무 처리 방식도 완전 별로다.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서류 작업과 결재 단계가 많다. 오죽하면 고객사에서 그 회사는 왜 그렇게 융통성이 없게 일처리를 하냐며 오히려 나에게 화를 냈다.
그 전화를 받고 나는 더 화가 났다. 외부사람이 인정할 정도로 일처리의 순서가 엉터리라는 소리를 제 3자에게 들으니 말로 뼈를 맞은 기분이었다.
3. 상사에게 배울 점이 없다.
조금 외람된 이야기지만 그동안 소속되었던 집단의 상급자들은 교수, 의사, 소장 등 한 분야에서 꽤 오래 업적을 가꿔온 사람들과 일을 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고 업무를 하면서 배울 점이 많았고 느낀 점도 다양했다. 잘난 사람들이라 부하직원을 깔보거나 무시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달리 오히려 예의를 갖추고 사람처럼 대해줘서 더욱 본받고 싶었다.
나도 저런 분들처럼 말하는 연습을 해야지, 나도 저런 분들의 메일처럼 써 봐야지, 나도 저런 분들처럼 그 분야의 지식을 키워봐야지라면서
나보다 윗 직급의 상사로부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자극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소기업의 사원으로 어디서 굴러들어 온지 모르겠는 부장과 이사, 임원급들의 상급자들이 정말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
평소 뱉어내는 언행과 일처리 하는 방식, 부하 직원을 상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아, 나는 저런 사람처럼 되지 말아야지를 속으로 외친다.
내가 속한 팀의 부장은 사장의 먼 친척이라 사원부터 승진해서 부장이 된 것이 아니라 그저 부장이라는 직급을 달고 입사했다.
따라서, 이 회사의 업무를 자세하게 모른다. 겉만 알고 속은 몰라서 부하 직원들의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일을 하다 보면 사건이 터지고 모든 책임을 신입사원인 나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봤다.
그 사건을 해결해줄 경험치가 없는 상사를 보면서, 난 이 회사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 그런 회의감이 들었다.
저런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상사도 상사라고 있는 게 중소기업의 현실 인가 싶었다.
텃새와 군기를 잡으면서 꼰대와 고인물들의 억압에 견딜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대통령을 누구 뽑았냐부터 시작해서 왜 65년생들이 성범죄자가 많은지 아냐부터 해서
업무와 관련 없는 질문으로 괴롭힌다.
별 일이 아닌 일로 트집을 잡고 소통 친다. 개를 찾고 신발을 찾고 입에서 쌍 욕이 나오는 소리들이 사무실을 가득 채운다.
이런 곳이 회사인지, 어디 교도소의 조폭 집합소인지 모르겠다.
4. 이 회사에서 내 미래가 안 보인다.
나는 여자 신입사원이다. 이 회사는 남성 직원의 비율이 훨씬 많다. 그런데 임원급 직원들은 다 남자다.
7년, 10년을 일해도 여자 직원들은 높은 직급이 주임이다. 어떻게 한 회사에서 대리 이상의 직급을 가진 여자 직원이 없을까?
내가 이 회사를 오래 다니면서 열심히 일을 해도 나의 직급은 주임이라는 곳에 머무를 텐데, 그렇다면 나의 커리어는 제자리걸음이 되겠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연봉이 점점 줄어든다. 기본급은 그대로인데 오르지 않는 나의 월급, 그리고 점점 오르는 세금 때문에 나의 월급은
점점 낮아진다. 연봉협상은 전혀 없고, 내가 속한 팀은 기본급이 줄어들지 않는 것에 감사하라는 사장의 말을 듣고 난 결심했다.
내가 열심히 해도 연봉은 오르지 않고, 내가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 분위기를 넘어설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피, 땀, 눈물을 흘리며 인정받으려고 발버둥 쳐도 결국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에서 뭐하러 내가 열심히 하는가 회의감이 든다.
받는 돈만큼만 딱 그만큼만 내가 할 몫을 다하면 그만이다.
왜 내가 속한 팀은 회사 내에서 찬밥 신세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무역업무를 하고 있는데, 말만 들으면 거창해 보이는 무역업이지만 사실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하면서 고등학생을 데리고 와서 시켜도 잘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정말 단순 반복으로 서류를 만들고 보내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전문성이 없어보인다. 이 일을 계속 한다고 이 분야에서 나의 전문성이 얼마나 성장할지 미래가 안보인다.
5. 회사의 아이템이 맞지 않는다.
나는 문 송합니다. 문과를 졸업해 이과와는 거리가 멀다. 수학적인 감각이 없고, 과학의 학문과도 거리가 멀다.
그런데 어쩌다 화학회사에 입사해서 매일 외계어 같은 화학 분자, 성분, 알 수가 없는 용어들로 머리가 아프다.
회사의 제품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했고, 교육을 받아보지도 못해서 업무를 하면서 어려움이 많다.
고객사에서 제품 관련 전화가 오면 응대를 하지 못하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제품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회사의 제품 특성상 다르 제품보다 신경 쓰고 제한적인 조건 때문에 실수도 더 많이 하게 된다.
회사 제품에 애정이 있고, 관심이 있어야 일을 하는 것도 흥미가 생기고 재미가 있어서 열심히 할 텐데,
회사에서도 교육을 안 시켜줬는데 제품을 모른다고 쓴소리를 들으니까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모든 사회초년생, 신입사원들이 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기대보다 못한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회사의 막내 직원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업무 외 잡일을 시키고 직원으로 취급하지 않고 정말 노예로 생각하는 회사를
언제까지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 폭언과 군기가 일상인 회사 분위기가 이제 지겹다.
퇴사를 하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는 이 모든 고민들이 퇴사를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단순히 이 ‘회사’를 다니는 것이 싫은지, ‘이런’ 회사라서 다니기 싫은지에 대한 해답부터 찾아야겠다.
직장생활이 다 똑같다고는 하지만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좋은 복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계속될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사표를 내고 싶지만,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그럼에도 내일도 나는 일단 출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