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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상이었을까 네가 진상이었을까

민원업무를 해 봤다면 누구나 겪어봤을 상황

by 라다

퇴근하고 볼 일이 있어서 행정복지센터에 갔다.


나도 직장인이라 퇴근하고 바로 달려가서 5시 45분쯤 도착했다. 근데 나를 민원 상대하는 직원이 곧 퇴근인데 내가 업무를 보러 와서 화가 난 건지 뭔지 처음부터 말투가 너무 화가 나 있었다.



내가 "인감증명서 발급하려고요." 했더니 엄청 싹수없게 "신분증이요." 하더라.


(아이고. 말 안 해도 신분증 주려고 했다.)




이때부터 나는 뭐지? 오늘 저 직원이 기분이 많이 안 좋은가?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럴 수도 있지 곧 퇴근이라 많이 피곤하나 보다 그렇게 넘겼다.


신분증을 주고 3,600원이라고 해서 만원을 줬다.



그리고 서류를 받고 잔돈을 못 받아서 잔돈을 달라고 하니까 이쪽으로 오세요(또 개띠껍게)

또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돈을 받고 난 후에 다른 건으로 확인할 것이 있어서 "세대주인 저는 지원금을 받았는데 저의 세대원이 지원금 지급 대상인데 지급을 못 받았는데.. 확인해 주세요." 했더니 신분증 달라고 해서 줬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잠시 후에 엄청 또 싹수없게 (이를 꽉 물고)"이미 지급됐어요."라고 하더라.



"저 말고요. 세대원이 지급을 못 받아서 그런데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지급됐다구요" 라면서 말투에 싸가지를 100% 담아서 말하더라. 아니 나 말고 세대원이 못 받았다니까 뭘 지급이 돼? 한국어 못 알아듣냐?





"유선상으로 확인했을 때 세대원이 지급 대상이라 온라인으로 신청을 했는데 진행이 안 돼서 여쭤보는 건데요.."



"누가 그래요? 대상이 아니니까 신청이 안된 거라고요"



"여기 복지센터로 전화했을 때 된다고 했는데 안 돼서 제가 지금 왜 그런지 여쭤보는 거잖아요."



결국 몇 번의 반복된 대화가 오고 가자 뒤에서 지켜보던 다른 직원분이 와서 무슨 상황이냐고 물어봐서 설명을 했다.


그래서 다시 상황을 설명했더니 다시 조회를 하고 오류가 있었다면서 지원금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그리고 신청서를 작성하고 결국 지원금을 받았다.


​어차피 될 일인데 뭘 그렇게 나를 진상 취급을 하는 걸까 본인이 잘 모르면 확인을 해 봐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닐까.



그 직원은 오류가 있으면 확인을 해 보겠다고 하지도 않았고 나의 의문점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무조건 일 하기 싫은 티를 내는 꼴이 너무나 보기 싫었다.


내가 물어봤던 것은 나의 지원금 지급 결과가 아닌 세대원의 지급 결과를 물어봤는데 내가 말을 너무 어렵게 한 걸까?


안 되는 일을 되게 해 달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당연히 받을 조건이라 받아야 하는데 못 받아서 이의를 제기한 건데 내가 뭐 안되는 걸 되게 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진상 취급을 하더라.




아니 내가 뭘 잘못한 거죠?? 내가 뭐 물건을 훔쳤어?


내가 뭐 다른 사람 개인 정보를 알려달래?


난 잘못한 것이 없는데 죄인 취급하는 저 사람의 퉁명스러운 말투가 나의 기분을 너무 나쁘게 만들었다.



나에게 존댓말은 하지만 굉장한 화와 짜증이 가득한 말투가 느껴져서 굉장히 불쾌했다. 내가 하면 안 되는 것을 요청한 것도 아닌데?? 단 몇 마디로 나는 너무 기분이 나빴다.



그거 뭐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닌데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저 사람한테 큰 영향을 끼친 건가?



그저 내가 민원 업무를 보러 온 사람이라는 것에 화가 난 거면 '너는 일 때려치워 일 하지 마'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말투가 왜 그렇게 퉁명스럽냐고 반박하려다가 참았다.



내가 이 업무를 무리하게 요구한 것도 아닌데


그 태도로 밖에 응대를 못했다면 당신은 직업정 인성이 너무 부족하네요.



​​

나도 일하면서 대면 민원업무는 아니지만 유선으로도 충분히 진상들을 많이 상대한다. 바쁜데 전화가 오면 그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회사에서 내가 해야 하는 기본을 해야 한다. 나도 민원 업무를 하면서 진상을 만나봤다. 그래서 진상을 상대하는 그때의 현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사회에서 사람을 상대할 때, 내가 진상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은 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나도 일을 하면서 적당한 예를 갖춘 나에게 무근본 진상이 코뿔소처럼 들이받으면 나도 똑같이 아니꼽게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처음부터 적당한 친절함을 유지하려고 한다.



나에게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고 문의를 하지만 상대는 그저 처음 우리 회사로 전화하고 나와 통화하게 된 사람이다.



많은 문의로 지치고 짜증 나도 그 사람은 전화를 하는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 내가 민원업무를 하기 싫어서 짜증 난 나의 기분을 상대에게 표현할 이유도 없고 상대가 나의 화남을 감당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 사람은 당연하게 요청해야 해서 요청하는 것이다.


내가 그 업무가 싫고 짜증 나도 내 업무가 요청 사항을 응대해야 하는 것이라면 과한 친절은 아니라도 적당한 예는 갖춰서 응대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니면서 일하는 동안에는 내가 맡은 최소한의 책임감에 따르는 역할이 존재한다. 그 역할을 어느 5성급 호텔 직원처럼 최고의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서비스로 상대한다.



똑같은 노동자끼리 촌스럽게 왜 그러세요.


어차피 나도 돈 버는 사람이고 너도 돈 버는 사람이고 서로 진상이 되기도 하고 진상을 상대하기도 하겠지.



입장에 따라서 당신이 진상일 수도 있고 내가 진상일 수도 있지만 서로서로 그냥 말 한마디, 태도 하나라도 다른 사람 기분 망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예는 갖추고 살면 안 되나요?


당신의 기분이 당신의 태도로 드러나면 결국 손해는 당신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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