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처음일 때가 있었지만
오늘은 아침을 못 먹어서 편의점에 갔다.
샌드위치를 사고 계산대로 갔는데 내 앞에 5명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내가 이 시간에 편의점에 오면 아무도 없거나 한 두 명쯤 계산대에서 계산을 기다리는데 오늘은 좀 사람이 있었다. 기다려도 줄어들지 않는 계산 속도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더 기다릴까 그냥 갈까 그러기에는 너무 배가 고픈데 더 기다려서 계산하고 갈까 아니야 그러다 버스를 놓치면 택시비가 얼마야 속으로 고민을 했다.
아, 그런데 그 고민이 끝나기 전에 나는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 앞에서 5명의 손님 수가 줄어들지가 않았다.
50대로 보이는 우리 엄마 나이랑 비슷한 분이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계산을 못하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핸드폰으로 시계를 보면서 아, 조금만 더 늦으면 통근버스를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조마조마 발이 동동 구르고 있었다.
도대체 빠르고 간편한 편의점에서 계산을 10분 내내 못하고 있는 이게 뭐하는 일이지 싶었다. 계산대를 보니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아 먹는 커피 계산을 못해서 헤매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하는 건 혼자 할 수 있는데
저런 커피 같은 바코드가 없는 제품은 혼자 계산을 못하는 걸까? 그럼 저런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는 없을까? 혼자 계산을 못하는 직원을 근무하게 하는 건 뭐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버벅거리는 거겠지?
속으로 아, 이대로 기다리다가 버스를 놓치겠다 싶어서 나는 샌드위치를 다시 냉장 진열대에 두고 나도 모르게 "아, 짜증 나"라고 말해버렸다.
나 인성 쓰레기다. 근데 너무 짜증 났다. 평소에 1분도 안 걸리는 계산인데 10분을 질질 끌고 있으니 화가 날만했다.
속으로 계속 갈까 말까.. 아냐, 조금만 기다려볼까? 너무 배고프잖아. 그러다가 도저히 1초가 급한 이 아침 시간에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 빠르게 계산을 못하고 계속 기다리는 상황에서 견디는 자체가 숨 막혀서 그 공간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뛰어서 통근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오늘따라 통근버스는 예상 시간보다 3분 늦게 왔다.
더 기다릴걸 그랬나?
누군가에게 처음이 누군가에게 답답함이 될 수 있다.
내가 여유가 있다면 그분을 더 기다렸을까?
내가 출근을 안 하는 시간이었다면 그분이 5명의 사람들 계산을 하고 내 차례까지 기다렸을까?
그분은 결국 어떻게 계산을 했을까?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을까?
스스로 해결했을까?
직장생활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누군가에게 처음이 상대에게는 과연 모두에게 배려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는 짜증 나를 육성으로 뱉어내지 말았어야 했나 싶다. 내가 10분 이상으로 여유를 갖고 편의점에 안 간 게 잘못이지.
오늘은 여러모로 사람과 사람의 서비스에 대한 일로 마음이 속상하네. 저 사람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 텐데.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내가 처음일 때는 처음이니까 그럴 수도 있잖아라는 마음인데 내가 처음인 사람을 상대할 때는 아, 답답하네 짜증 나네 이런 마음이 생겨버린다.
마음이라는 것이 입장에 따라 달라지니까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데 그게 참 막상 경험하게 되면 내 입장만 생각하게 된다.
인생이 참 너무 어려워서 쉽게 생각하고싶은데 매일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생각해 볼 문제를 준다.
답은 없지만 이런 문제들의 답을 찾아가는것이 삶을 배우는걸까?
그렇게 생각을 또 해보고 아까 계산을 못해서 헤매던 그분에게 가졌던 짜증을 반성했다. 며칠이 지나면 눈 감고도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길 바라면서 나의 처음을 이해해줬던 누군가에게 지금이라도 고마움을 전달해야겠다.
정말 모든 것은 나의 여유에서 뿜어나온다.
내 마음의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 그 분의 미숙함을 이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