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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으로 1시간에 +60만 원이 생겼다.

'나 빼고 다 하는 코인 시작기

by 라다

잘못된 행동이었던 것을 알고 있으니 비난은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무지성 투자를 하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며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나의 10월은 코인으로 시작해서 코인으로 끝났다.


말로만 듣던 코인이 뭔지 궁금했다. 그래서 해 보기로 했다. 주식과 코인은 다르다고 해서 알고 싶었다. 회사 동료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 주제에서 코인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나만 소외되는 그 느낌이 불편했다.

아, 남들도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는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 다 하는 것 도대체 그게 뭔데 어떻게 하면 몇 초 만에 수 백억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지 나도 직접 경험하는 게 훨씬 빠르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내가 코인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24시간 거래된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하루 종일 움직이는 수익률과 거래량을 내가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직장을 다니는 내가 하루 종일 코인을 들여다볼 수 없다. 또 하나는 도대체 몇 초만에 수익률이 100% 이상 갈 수도 있다는데 이때를 잡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생각했다.


다른 이유는 코인은 주식과 다르게 상승과 하락이 굉장히 활발해서 그만큼 중독에 빠질 수 있고 잠깐 벼락부자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 벼락 거지가 될 수 있다는 활동적인 부분이 걱정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이유로 코인을 안 하던 내가 하게 된 이유는 뭘까?


때는 바야흐로 9월 추석 연휴였다. 긴 연휴 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 시간이 많을 때 24시간 돌아간다는 그 코인을 한 번 해 볼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또 나의 친한 친구가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의 어떤 부자는 아니지만 소액이라도 벌고 싶은 욕심이라는 것이 자극되었다.


월급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고 차가 살 수 없어서 주식이든 코인이든 그 어떤 월급 외의 수익을 얻어야 할 때라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주식보다 성격이 급한 나에게 코인이 더 맞을 것 같았다. 물론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업비트 어플을 설치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이름이 독특한 코인들과 오르락내리락하는 빨간 숫자들과 파란 숫자들이 파도타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어떤 코인을 사야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나는 차트를 보는 방법도 몰랐고 그저 직장을 다니며 한 달에 100만 원 이상 적금을 들어서 모았던 씨드 1,000만 원이 내가 아는 사실의 전부였다. 그리고 이 시드 외에 모든 사실은 다 거짓이었다. 어떤 코인이 오를 것이다. 내려갈 것이다. 그런 말은 다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업비트와 씨드라는 두 도구만 있으면 다 준비된 것 아닐까. 이제 사냥을 해 보자. 뭐든 걸려만 봐라 그런 마음으로 코인 목록들을 보다가 이름이 꽤 눈에 띄고 계속 뇌리에 남는 코인을 하나 샀다.

처음에 10만 원으로 시작했다. 덜컥 큰 액수를 넣기에는 손이 떨리더라. 그리고 이 때는 몰랐다. 내가 100만 원, 200만 원 그리고 600만 원으로 나의 씨드를 불리게 될 줄은 전혀 몰랐었지.


그렇게 10만 원으로 시작한 코인은 '세럼'이라는 코인이었다. 이 코인은 세럼이라는 이름이 꽤 마음에 들어 거 매수를 했었다. 그리고 잠깐 수익을 알리는 빨간색이 나의 눈과 손의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사자마자 벌써 수익이 생긴다는 사실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정말 내 눈앞에서 돈 복사가 되고 있었다. 그러다 점점 내려가도 파란불이 될까 봐 무서워서 매도를 해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팔자마자 갑자기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 이렇게 코인을 하다가 인생이 망한다는 남들의 얘기가 내 얘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유튜브에 코인 차트 영상을 하나둘씩 보기 시작했다. 일봉이 어떻고 양봉이 어떻고 골든 크로스가 어떻고 뭐라 설명을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파라볼릭이 어떻고 OBV를 보면 상승하는 기세라고 하는데 이 외계어 같은 말들이 너무나 낯설었다. 차트 공부를 하면서 과연 내가 이 차트를 보고 오를 코인을 사는 게 빠를지 하루 종일 코 인창을 보다가 빠르게 급등하는 코인에 올라타서 먹을 만큼만 먹고 나오는 게 빠를지 생각했었다.


그래도 보고 또 봤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곧 오를 것이라 말하는 코인을 사 보기도 했다. 결국 오른 코인은 없었다. 오르긴 하는데 그렇게 크기 오르지 않았다. 또 그들이 오른다고 한 코인들은 며칠 내에 화려한 수익률을 보여주지 않았다. 또 어제는 오른다고 하더니 오늘이 되면 곧 떨어질 코인이라며 사지 말라고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한 번은 그들이 오를 것이라 예상한 코인이 오르기는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매수를 하지 않았던 코인이었다.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른다"

이 말은 정말이었다. 왜냐하면 코인은 마이너스, 가장 저점에 사서 가장 고점에 팔아야 한다는 말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미 올라간 코인을 샀으니 당연히 떨어지고, 이미 저점인 코인은 곧 오를 것이었는데 내가 팔아버려서 오른 것뿐이다.



영상들의 알고리즘에서는 모든 코인이 다 호재가 있다고 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정말 그 코인은 급등할 것처럼 꽤 그럴싸하게 코인을 포장했다. 또 차트 분석이라며 이거 내일 얼마에 사세요. 이거 내일 얼마에 파세요. 이거 곧 올라갑니다. 본인이 점쟁이라도 된 듯이 코인의 오름과 내림을 정하고 있는 유튜버들이 많았다.


퇴근을 하고 업비트를 켜서 전일대비 상승을 많이 한 코인 목록 중에 '메탈'이라는 코인이 있었다. 굉장히 라스타 밴드 같은 이 이름의 코인이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들어는 봤나 불타기. 나도 그 불을 타 봤다. 순식간이 30만 원은 50만 원이 넘어가고 70만 원이 됐다. 어디까지 오를까 무서웠지만 점점 15.37% , 15,78% 그리고 돌림 핀을 돌린 것처럼 숫자는 미친 듯이 뒤 바뀌어서 무서워졌다. 그리고 매도를 눌렀다. 그 뒤로 정말 미끄럼틀을 탄 아이처럼 슉하고 하락하더라.


이 코인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몇 분 만에 나의 돈은 복사가 되었다. 적당한 때에 들어가서 알맞은 때에 나오는 이 짜릿함이 굉장히 뿌듯했다. 하지 말라는 짓은 꼭 하고 싶은 것이 인생의 진리다. 급상승하는 코인은 절대 매수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눈앞에서 수익률이 올라가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당장 내 눈앞에서 내 돈이 두 배가 될 수도 있는 광경이 펼쳐지는데?


한 번 맛 본 나의 돈이 펌핑이 되는 경험으로 나는 점점 시드를 늘려갔다. 처음에는 10만 원, 그리고 50만 원 그리고 600만 원을 입금했다. 핸드폰 속에서 움직이는 이 돈의 가치가 크게 체감이 안 됐다. 사이버 머니 같았다.


그리고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에 또 한 번의 불타는 상승률을 자랑하며 나를 꼬시는 코인이 있었다. '엘프'였다. 개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그 노래의 개미가 나였다. 나는 또 몇 분만에 30만 원을 벌었다. 2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나는 내 한 달 용돈의 반을 벌었다.


아, 이대로라면 나는 코인으로 부자가 돼서 퇴사를 할 것 같은 달콤한 상상이 빠졌다. 사실은 달콤한 솜사탕은 입에 사르르 녹지만 치아에 안 좋은 악마의 사탕이다. 나는 악마의 사탕을 맛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점점 코인에 중독되기 시작하는데....




다음편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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