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by 라다

인생에 계획이라는 것은 없다. 그나마 가치 있는 계획은 퇴근하는 버스에서 집 도착하기 전에 치킨을 미리 시키는 정도이다. 과거에는 어마 무시한 계획과 함께하는 시간의 노예였다. 몇 시에 음식점을 가서 몇 시에 관광지로 이동하고 몇 시까지 숙소에 가는 방법을 세세하게 여행을 계획했다. 혹은 비가 올 수도 있으니 늘 가방에는 우산을 넣어 다니고 혹시나 다칠까 봐 연고와 밴드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또 처음 가는 길은 헤맬 수도 있으니 약속 시각 1시간 전에 미리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모든 철저한 준비성과 계획들을 산산이 조각난 사건들이 있었다. 유럽 여행에 갔고 기차를 놓쳤다. 기차를 놓치는 것은 내 계획에 없던 일이었고 새로 산 기차표에 쓴 50유로도 예산에 없는 항목이었다. 비록 50유로를 날리고 여행 계획은 바뀌었지만, 그로 인해 나는 얻은 게 더 많았다. 하루 차이로 일정이 겹치는 동행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과 내 계획에 없던 행복을 더 많이 느꼈다. 핑크빛 노을이 꿀처럼 와인 잔에 떨어져 더욱 달콤한 와인을 맛보고 반짝 빛나는 야경의 불빛들은 막막했던 내 인생의 희망 아이디어를 번쩍 밝혀주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뒤로 나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을 거부했다. 모든 것을 기분에 따라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하기로 했다. 계획에 얽혀서 날지 못하는 무한한 가능성의 날개들을 그동안 나는 시간이라는 빨래집게로 꽉 잡고 있었다. 사실 빨래는 빨래집게가 없어도 실내에서는 그 어디로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다. 충동적으로 살다 보니 계획에 없던 행복이 나에게 더 많이 찾아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불행도 존재했지만 흐르는 물을 막을 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물건을 사기도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모든 것을 그저 나의 기분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뒀다. 그랬더니 후회 없는 선택은 없었고 계획적인 후회도 없더라. 계획에 없던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얻은 것이 더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