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가는 버스에서 내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15살, 제주도로 체험학습을 하러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내 옆 좌석은 옆 반에 이름도 모르는 친구가 앉아있었다. 19살, 체육대회를 하는 날에는 반별로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같은 반에는 같이 밥 먹는 친구가 없었다. 옆 반의 유일한 나의 밥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결국 혼자 밥 먹는 것이 싫어서 점심시간 내내 화장실에서 울었다.
20살이 되었고 혼자 점심을 먹는 나에게 선배가 말했다. "너 왜 밥을 혼자 먹어?" 그 말은 무슨 뜻일까. 밥을 혼자 먹는 것이 뭐 어때서 '왜'라는 의문사를 붙였을까?
이상하게도 이 사회에서는 혼자보다 둘을 원한다. 그런데 내가 자라오면서 보낸 시간은 둘보다 혼자 보낸 시간이 더 많다. 그런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는 익숙하다.
지금보다 몇 살이라도 어릴 때는 친구가 없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서러웠다. 고독의 서러움은 어른이 돼서 즐거움의 진심으로 맛볼 수 있었다. 혼자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 여행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와인은 화이트보다 붉은 포도주였다.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보다는 잔잔한 물결의 울렁임의 잔잔한 호수가 더 좋았다.
사람들이 많은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자전거 타는 작은 공원에서 내 마음은 더 편했다. 온종일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발길이 닿는 대로 바람이 흐르는 대로 얻는 예상에 없던 즐거움이 더 가치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나를 알게 되었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 어떤 똑똑한 선생님도 알려줄 수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남보다 나를 더 잘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 사람들은 '나'를 위해 살아가니까 '나'를 모르면 버틸 수 없다. 나를 너무 잘 알아서 혼자 하는 그 어떤 것도 두려운 것이 없는데 나에게 '왜' 혼자냐고 묻는 사람들의 의문점은 나에 대한 물음표가 아닌 그들이 혼자 못하는 이유의 물음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