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조금 넘는 직장 생활에서 두 명의 사수가 퇴사했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워서 나에게 다가오는 창을 다 막아주던 방패 같은 존재의 상실감은 꽤 허무했다. 당연히 내 곁에 오래 머물러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사수들은 이제 나를 막아줄 수 없다며 홀연히 바닥에 방패를 내려두고 본인들의 길로 떠났다.
누가 가져갈까 봐 빠르게 남아있는 방패를 주워보니 너무나 무겁고 감당하기에 가벼운 존재가 아니었다. 이제는 적과 싸움에서 오로지 나를 지킬 존재는 남겨진 방패뿐이라 생각했다. 겉으로 보기에 몰랐던 방패 속에는 수많은 창을 막느라 사방으로 긁혀 흠이 난 자국들이 남아있었다. 단단하여 그 어떤 것도 막지 못할 것이 없어 보이던 방패에도 상처는 있었다. 의지하던 사람이 떠나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을 막을 방법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숙제가 되었다.
두꺼운 문제집의 맨 뒷장으로 넘겨도 정답지는 없었고 인터넷에 해답을 검색해도 암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열람할 수 없는 문서들뿐이었다. 한 번 부딪혀보기로 했다. 맞서보니 날카로운 말과 공격적인 행동은 아주 아팠다. 듣기 싫어서 귀를 막아도 들렸고 보기 싫어서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보였다.
방패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해낼 것이라는 의지의 탑은 무너져내렸다. 용광로의 철이 녹듯이 물려받은 방패도 눈물이 흐르듯 처참하게 녹아내렸다.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은 결국 가져도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나만의 방패를 만들기 위해 노력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나를 지킬 방패를 앞장세울 수 있는 재료들을 마구마구 모으기 시작했다. 욕설이 담긴 말도 골고루 모아둔 다양한 힘 앞에서는 개미의 목소리처럼 작게 들리기 마련이었다.
남에게 의지하는 습관은 쉽게 고치기 힘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늘 남에게 "이럴 땐 어떡하죠?" 물어봤는데 이제 그 질문의 대상도 대답하는 사람도 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