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정이 커져버린다면
어떤 존재하지 않았던 마음이 감정이라는 바람을 만나서 정의할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 묘사한다면 바람이 가득 찬 풍선처럼 내 속을 꽉 채우는 순간을 느끼는 때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내가 불지도 않은 바람으로 풍선 속에 들어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하게 내 마음속에 꽉 채워 다른 것들은 침범할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하다.
풍선이 부푸는 순간들을 느끼지 못했을까
부풀어버린 이 풍선을 어찌 품고 다닐까
터져버리면 그 허전함은 어떻게 채울까
두려운 것은 미세하지만 날카로운 스침으로 터져버릴 수 있다는 불안함과 존재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없어져 버린다는 소멸감이 꽤 초조하다. 한동안 꽉 차게 머무르던 풍선의 자리가 질린다며 마음은 더 이상 그 공간을 내어줄 수가 없어 풍선을 터뜨려 찌꺼기의 흔적만 남길 수도 있다. 그럼 그 풍선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도 없지. 아! 풍선의 찌꺼기는 스스로 녹아버릴 수도 있을까. 녹으면 어디로 스며드는 걸까.
내가 버릴 수 없다면 누가 치울 수도 없는 이 미련이라는 흔적은 어떻게 하면 처음부터 부풀지 않게 막을 수 있을까. 서서히 불어넣은 감정들은 천천히 바람을 빼니까 흔적의 부재가 비교적 덜 크지 않을까. 급하게 들어온 바람들이 쌓인 만큼 그만큼 빠르게 후루룩 사라져 버리는 속도감은 내가 느낄 수 있는 수치로 정의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난 애초에 풍선을 스스로 불지 않는다.
바람이 빠져버리면 찌꺼기만 남는 흔적을 처리하기 힘들어서. 남이 풍선을 불지 못하게 막을 뿐이다.
가끔씩 내 마음에 풍선이 가득 찬 상상을 했는데 그 상상을 끝이 없었다. 겪어보지 않은 풍선들이 가득 찬 느낌을 모르니까 도무지 어떤 느낌인지 예상이 안 됐다. 나에게는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또 오더라도 금방 사라졌던 풍선이라 두 번 다시 느끼지 못할 풍족함이었다. 사실 지금도 내 마음에 풍선이 있다고 확언할 수 없다. 풍선은 보이지 않으니까. 그저 마음으로만 보이는 존재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