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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방금 만든 샌드위치를 떨어트려도 괜찮아

실수해도 눈치 안 봐도 괜찮아

by 라다

2019년 7월 24일,


면접에 합격해서 카페로 첫 트레이닝으로 출근을 하는 날이다.


아침 8시까지 출근이라 6시에 일어나서 긴장되는 마음으로 어떤 동료들이 나를 반겨줄까

동시에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함께 씩씩한 발걸음으로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도착하니 유리문 속으로 매니저로 추정되는 안경 쓴 사람과 나와 같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열심히 커피를 만들고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있을 때 보다 아무도 없는 때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카페 문 밖에 손님들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더 기다리다가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식은땀이 가득한 양손으로 백팩을 부여잡고 떨리는 마음으로 카페로 들어갔다.


"Hi, I am here to.......... "


첫 출근이니 매니저를 만나 소개를 하고 시작하고 싶었는데 금방이라도 랩을 하며 버스킹 공연을 할 것 같은

굉장히 멋진 옷차림을 하고 멋있는 레게머리를 하고 귀에는 형형색색의 귀걸이를 하고

손에는 다양한 모양의 여러 반지를 낀 흔히 힙한 친구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 What can I get for you?"


(아니, 난 손님이 아니라 일을 하러 온 사람인데요?)


일을 하러 왔다며 첫 트레이닝하는 날이라고 소개했다.



다급히 매니저를 불러오며 손사래를 치며 커피 한 잔 마실래? 라며 나의 어색한 웃음을 유발했다.


IMG_0553.jpg

매니저와 앞으로의 쉬프트(일하는 시간)랑 하게 될 일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동안 힙한 친구는 라떼가 마시고 싶은 나를 위해서 순식간에 커피를 만들어줬다.


간단하게 포스기를 다루는 방법과 메뉴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아직 트레이닝 기간이라 커피를 만드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떨지 말라고 나를 안심시키며 힙한 브라질 친구가 하루 종일 내 옆에서 일을 알려줬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가 처음 접하는 일을 영어로 설명을 들으니 머릿속으로 바로 입력이 되지 않아서 꽤 버벅거리는 버퍼링으로 간신히 4시간의 트레이닝을 버틸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최대한 입을 다물지 않았다.


웃는 사람에게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듯이 실수를 해도 웃는 나에게 혼을 내지 않을까라는 나만의 바람으로 볼때기가 멍이 들 정도로 치아를 보이며 연신 웃음을 발사했다.


IMG_3709.jpeg 트레이닝이 끝나고 혼자 마감 일을 하면서 샌드위치를 여러 번 떨어뜨렸다. 혼자 일하면서 추억 팔이용으로 찍어둔 사진.




가게에서는 다양한 샌드위치를 판매하고 있었고, 샌드위치의 이름도 재료도 달라서 얼른 샌드위치랑 친해지는 것이 첫 번째 임무였다. 아침메뉴로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았고 아침시간이 끝나면 점심시간에도 샌드위치의 인기는 계속 유지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하나둘씩 많아지기 시작했고, 얼떨결에 샌드위치를 그릴 판에 굽고 포장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땀 흘리는 나 자신이 꽤 열정적으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열정이 넘쳤을까, 주문 들어온 샌드위치를 꺼내서 그릴판에 옮기다가 집게를 놓치는 바람에

의도치 않은 실수로 땅에 샌드위치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떨어트리고 재빨리 손으로 샌드위치를 집어 드는데 속재료가 와르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 실수는 하지 않고 싶었는데 첫날부터 사고를 치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고 당황해서 얼굴은 뜨거워졌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sorry를 반복해서 말했다.


매니저 시몬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며 샌드위치 쓰레기를 신속히 처리했다.


방금 만든 샌드위치를 떨렸는데 어떻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을 하지?

한국이었으면 꾸지람을 듣거나 마음의 찌릿함을 느낄 정도로 엄하게 한 소리를 들었을 상황인데

다들 괜찮다며 나를 다독였고, 주방에 있던 근무자는 심지어 웃으면서 샌드위치를 새로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며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샌드위치를 떨기고 아, 이제 절대 실수하지 말아야지라며 굳은 다짐을 하고 주문을 받는 것에 도전했다.

옆에서 동료는 손님들 이름까지 외우면서 오늘 기분이 어떠냐며 안부를 묻는 여유까지 남발하며 주문을 받고 거스름돈도 순식간에 돌려줬다.


반면에 주문받은 메뉴를 포스기에서 찾느라 한참 시간이 걸리고 잔돈을 거슬러 주면서도 5센트와 10센트의 구분을 하지 못해서 돈을 더 주는 멍청한 짓도 하면서 엉뚱하게 일하면서 점심시간에 노동력에 보탬이 되겠다며 발버둥 치고 있었다.


fourteen을 fourty로 잘못 읽어서 손님을 당황시키기도 하고 캐나다 돈의 특성상, 8.03달러이면 8.05달러로 반올림해서 말하는 두뇌회전의 빠른 능력이 필요한 숫자와의 싸움에도 이기지 못했다.


4년 같았던 4시간의 트레이닝이 끝나고 내일 보자며 손을 흔들고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IMG_0554.jpg

한숨을 푹푹 쉬면서 앞으로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움에 가득 차 괜히 하늘을 보며 왜 일을 한다고 했을까

후회가 가득한 숨소리만 내쉬며 잠시 앉아서 진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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