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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Jun 16. 2020

도피성 해외살이가 위험한 이유, 5편

세상에 완벽한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캐나다행을 결심한 이유는 한국 취업에 허덕이기 싫어서, 


그리고 한국의 오지랖 넓은 문화가 싫어서, 또, 한국에서 남의 시선에 기죽는 내가 싫어서였다.




그런 한국을 벗어나면 어디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한국을 벗어나면 매일이 웃는 일만 가득할 줄 알았다.


나는 그저 새빨갛고 고운 빛이 나는 잘 익은 사과를 보며, 그 사과가 달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과를 한 입 베어 무니 사과를 짓물러서 단 맛이라고는 없는 힘없이 바스러지는 연약한 과일이었다.




그렇게 한국의 현실을 뒤로하고 도피성 해외살이로 캐나다에 갔더니, 결과는 처참했다.


그동안 해외살이는 취업, 어학연수와 같은 목표가 있었지만, 캐나다는 그저 도피처로 갔기 때문이다.


물론, 캐나다행도 명목은 있었다. 어학연수를 가장한 현실도피...







해외에 살아보지 않은 친구들은 나에게 말한다.




"너 요즘 되게 행복해 보인다"


"부럽다.. 해외 살아서"


"거긴 매일 재밌지?"


"여유로워 보여서 부럽다"


"나도 가고 싶다"




당연하다. SNS에는 커다란 하루를 케이크로 비유하면, 슬프고 화나는 일은 제외한 행복하고 재밌는 순간의 한 조각만 잘라 올리니까


그 순간을 보는 사람은 당연히 저런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저런 반응이 미웠고, 이상과 다른 현실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는 해외의 민낯, 겉보기와 다르게 해외에서 겪는 고민은 한국에서는 마주하지 못했던 것이라 


어떤 해결책이 고민의 답인지 모른다.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이라 어떤 방법으로 그 감정 속에서 깨어날지 몰라서 그 어둠 속에 늘 갇혀 있게 된다.




이런 하루들이 지속되면서, 나는 나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성격의 부분을 발견했다.




낯선 것과 새로운 것들도 결국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이겨내야 할 과제였다.




그 과제를 하면서 나보다 먼저 이 과정을 겪은 사람들의 경험담도 찾아보고, 도전하지 않았던 것들도 도전해 보게 되었다.









A로 생각하던 과거의 나라면, B라는 방식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늘 C를 먹어보았는데, 이제는 D도 한 번 먹어 보게 되었다.




F처럼 살았는데, 이제는 Z처럼 나를 바꿔보기도 했다.









그렇게 나를 바꾸다 보니, 조금씩 빛을 보게 되었고 그 빛을 따라 나오니 조금은 숨 쉴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을 벗어나면 그 어디든, 어디가 되었든, 한국을 벗어나면 그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완벽한 곳은 없었다. 완벽한 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내가 변해야 했다.




내가 변하니 어느 정도 낯선 곳에서 사는 것은 조금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 영역으로 조절할 수 없는 것들이 많더라.




선진국이라 소문난 나라에 오니 어쩜 후진국보다 못한 행정 시스템과 의료 체계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 시민의식만 좋다고 선진국이 아니구나.




시민의식이 좋아도 모든 사람이 올바르게 살지는 않는구나.







그렇다면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은 어디일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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